“제주의 미래 콘텐츠 산업에서 찾아야”

[글로벌 제주CEO가 뛴다] <9>홍문철 갤럭시게이트㈜ 대표이사

2009-12-21     박미라 기자
   
 
 

 홍문철 갤럭시게이트㈜ 대표이사(46)는 제주시 출신으로 오현고(30회), 중앙대를 졸업했다.

온라인 게임 '라그하임' 개발회사인 ㈜나코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이외에도 다수 회사를 운영해왔다. 지난해에는 사업모델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우수벤처기업 시상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온라인 게임업계 1세대, ‘카로스 온라인’ 성공적 컴백
 게임산업은 전세계 시장 무대로 한 초고속 성장 분야
 “미래자원 ‘물’ 명품 한정화·브랜드 가치 높이는 방향 나가야”

 
 홍문철 갤럭시게이트 사장을 만났을 때 그는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덥수룩한 수염을 쑥스럽게 매만졌다. 게임업계에 컴백한 후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였다.

 홍 사장의 컴백은 이미 지난해부터 게임업계의 빅 뉴스였다. '왕의 귀환'이라는 표현까지 나돌 정도로 관련업계가 떠들썩거린 이유는 바로 그가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포문을 열었던 1세대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장의 태동기인 2000년대 초반 홍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나코인터렉티브의 '라그하임'은 당시 '뮤', '라그나로크' 등과 함께 게임업계를 장악했었다.

 그러던 그가 2005년 회사를 매각하고 돌연 자취를 감춘 것이다.

 홍 사장은 "3년동안 외국 등을 돌며 조용히 지냈다"며 "게임사업에 전념을 다하자는 초심으로, 지난해 컴백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 온라인 게임업계 1세대 귀환

 홍문철 사장이 주목받는 것은 단지 '온라인 게임 1세대의 컴백'때문이 아니다. 그의 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화려한' 재기였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서 컴백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드문 일이다. 2000년대 게임 1세대로서 누렸던 후광만큼 주변의 시선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온라인 게임업계에서 1세대의 재기가 성공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 누구보다 게임업계의 생리를 잘 알고 있던 홍 사장은 좋았던 시절에 대한 기억, 선배로서 예우 받으려는 자존심 따위는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 좋아하던 술도 끊었을 정도다.

 홍 사장은 "게임업계에 처음 뛰어드는 신인의 자세,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마음을 먹었다"며 "그러다보니 협조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나 자신 역시 긴장감을 갖고 전념하게 됐다"고 말했다.

 3년만에 다시 돌아온 그는 게임 '카로스 온라인'을 시장에 선보였고, 도전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카로스 온라인'은 판타지 대륙 브로시온을 배경으로 대규모 전쟁과 액션을 넘나드는 정통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신규컨텐츠에 목말라 있던 가운데 등장한 '카로스 온라인'은 지난 11월 12일 정식오픈과 함께 국내외에서 호응을 얻으며 게임순위 상위권을 꿰차고 있다. 2009 대한민국게임대상을 노리는 것은 물론 연말 순위 1위를 기록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특히 지난 4일부터 NHN이 운영하는 게임포털 한게임이 '카로스 온라인'을 채널링 서비스하면서 더욱 동력을 얻게 됐다. 채널링 서비스는 게임사가 가지고 있는 콘텐트를 자사의 사이트가 아닌 다른 사이트에도 제공함으로써 유저들의 편리한 이용을 유도하는 서비스 전략이다.

 게임산업은 국내시장만이 타깃이 아니다. 홍 사장은 "한게임과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미주, 유럽 등까지 모두 서비스할 수있게 됐다"며 "내년 1월 중에 북미, 상반기에는 독일, 남미, 러시아를 비롯해 일본, 대만, 중국, 하반기에는 기타 동남아 지역까지 등 2O개국 이상에서 카로스 온라인을 서비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무궁무진한 가능성, 게임산업

 홍 사장은 복귀와 함께 전자상거래 등을 했던 갤럭시 게이트를 게임전문회사로 재정비했다. 게임에 '올인'하기 위해서다.

 그는 사실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소질을 보인 사업가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후 짧은 직장생활을 접고 홍 사장이 발을 디딘 곳은 광고기획분야. 당시 광고기획 분야에서는 몇 개 없는 벤처로서 광고대행, 디자인, 마케팅, 이벤트 등을 수행했다. 대규모 광고대행사와의 힘 겨루기 속에서도 당시 버거킹, BMW 등 이름을 대면 알만한 외국유명 기업들의 한국 런칭을 대행하는 등 사업은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대기업과의 싸움 등 개인 역량에 다소 한계를 느낀 그는 인터넷으로 눈을 돌렸고 1990년대 후반 한국IT 1세대로서 전자상거래, 게임산업까지 진출하게 됐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수완을 발휘했던 홍 사장이지만 컴백과 함께 그가 승부수를 띄운 것은 온라인 게임 시장이다. 무궁무진한 게임산업의 가능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홍 사장은 "게임산업은 계속적인 초고속성장이 가능한 업종"이라며 "게임시장은 워낙 큰 시장인데다 최소 10년 게임시장은 더욱 급성장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게임은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미국, 유럽 일부에서 발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럽, 러시아, 남미, 동남아시아로 확산 중이다. 게다가 아프리카, 아랍,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인구수를 감안한다면 시장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실제 1990년대 말 이후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은 연평균 30% 이상의 고속 성장을 이뤄왔다. 특히 지난해 게임산업으로만 수출10억달러를 달성하며 수출 효자 산업으로 부상했다. 국내시장 규모만 3조5000억원에 이른다. 더군다나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은 2007년까지 전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의 25% 이상을 점유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홍 사장은 "게임산업만으로 수천억, 수조원 수출이 가능하다"며 "국내에서 많은 산업이 성장을 이뤘지만 대기업 위주이며, 특히 국내중소업체가 외국가서 대우받는 것은 '게임'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라 해도 손색없다는 그는 "컴백과 함께 게임산업에 전념키로 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며 게임산업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 역시 런칭한 카로스 온라인을 내년 상반기까지 전세계 2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하게 된다.
 
 # "제주, 자원소실 산업 치중..자기 꼬리 잘라먹기"

 게임산업에 종사하면서 문화컨텐츠 산업의 가치를 알고 있는 홍 사장은 제주의 미래도 컨텐츠 산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그는 "자원을 소실하는 산업, 자기 꼬리 잘라먹기 식의 개발에 치중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탑동 매립하기 전 차돌 해변만 해도 전 세계를 돌아다녀도 제주 탑동과 같은 곳은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 사장은 "물만 하더라도 무한정 뽑아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삼다수를 너무 대중화시켰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주미래자원인데 보다 명품으로 한정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되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든다"고 지적했다.

 대신 제주의 자연환경을 살리면서도 제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산업으로 눈을 돌릴 것을 조언했다.

 홍 사장은 "좋은 환경에 좋은 회사가 오듯이 실리콘밸리만 하더라도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곳에서 성공할 수 있었겠나"라며 "무형의 컨텐츠 산업에 있어 뛰어난 자연환경은 도움이 된다. 제주 역시 게임, 영화, IT, 교육, 의료 등의 산업군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산업 육성에 있어 많은 지자체들이 착각하는 분야가 바로 기업유치다. 물론 기업유치를 통해 소수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는 있으나 관련 산업이 저절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실질적인 산업육성책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직원 몇 명, 몇 개의 기업을 유치한다고 관련 산업이 발달하는 것은 아니며 땅과 사무실을 싸게 준다고 산업이 육성되는 게 아니"라며 "기업 유치의 본질은 무엇인지, 육성하려는 산업의 방향은 어떤지 잘 읽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IT분야인 경우 사무실, 땅을 싸게 제공해 몇 개의 업체를 유치하는 것보다 IT 펀드를 조성해 기업 스스로 오도록 하고, 투자와 재투자를 하는 것이 산업 육성에 오히려 효과적인 길이라는 것이다. 

 벤처기업인 답게 실패 역시 두려워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홍 사장은 "100개 기업 중 10%만 성공하더라도 과정에서 나오는 고용창출 효과, 실패와 성공에 따른 경험 축적, 성공한 기업의 가치까지 따지면 투자 대비 이상의 효과를 볼수 있다"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고향 제주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