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연구원'에서 엔터테인먼트 CEO로
[제주CEO]강경인 엔트릭스(주) 대표이사
행사 기획, 스타 매니지먼트, 미디어유통 등 다뤄 
▲ 강경인 엔트릭스(주) 대표이사(46)는 동초등학교, 오현중, 오현고, 고려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했다. 또 동 대학원에서 신소재 공학을 전공했다.
드라마·영화 제작하는 종합기획사로 키우는 게 꿈
"제주 알릴수 있는 효율적이고 규모있는 축제 필요"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친근하면서도 막상 풀어쓰기에는 다소 막막한 느낌이 든다.
강경인 대표가 운영하는 엔트릭스(주)의 사업 영역은 기획·연출, 스타 매니지먼트, 미디어유통사업 등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패션쇼, 이벤트, 전시공연, 정부나 관공서의 홍보행사, 축제 등을 기획 운영하는 '홍보 기획' 분야가 주를 이룬다. 또 가수 매니지먼트, 연예인 발굴 등 스타매니지먼트 사업을 비롯해 음반 DVD 유통사업도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로 사업팀을 꾸려 운영한다.
엔트릭스(entrix)라는 상호 역시 entertainment와 matrix의 합성어다.
지난해 연말에 설립, 아직은 시작단계지만 패션쇼를 비롯해 콘서트, 유명 브랜드의 백화점 순회 이벤트 등 홍보기획 행사만 50여개 치러냈고 기획 중이다.
다음달에는 소속 가수로 있는 가수 김수희의 35주년 슈퍼 콘서트를 준비 중이고 10월 개최될 문경 한우축제도 맡아 기획 중이다.
강 대표는 "현재는 행사 기획연출이 주를 이루지만 스타 매니지먼트와 미디어유통 분야를 확장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강 대표가 예의 주시하는 분야는 스포츠 스타 마케팅이다. 김연아, 박태환과 같은 유명선수, 해외진출 선수들인 경우만 일부 매니지먼트사에서 관리할 뿐 국내에서는 아직 스포츠스타 매니지먼트가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강 대표는 "아직은 생소하지만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스포츠스타 매니지먼트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특히 동계스포츠 스타들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캐나다인 경우 스노우보드, 스키 선수들이 대중적인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며 "국내에서 동계올림픽이 한번 열리고 나면 동계스포츠가 활짝 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술연구원에서 영상사업단으로
행사의 홍보 기획, 스타 관리와 마케팅…. 흥미로우면서 역동적인 분야다. 어떻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입문하게 됐는지 궁금증이 차올랐다.
그러나 대답은 의외였다. 강 대표는 원래 신소재를 다루는 연구원이었다고 했다.
강 대표는 고려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신소재 공학을 공부한 공학도다. 그리고 삼성의 카이스트라 할 수 있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탄탄한 직장, 큰 걱정거리 없는 평범한 삶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맞이한 인생의 전환점.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운 선택이었다고 했다. 당시 삼성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다룰 영상사업단이 신설됐다.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에 강 대표가 신청서를 낸 것이다.
기술원측은 난리가 났다. 핵심연구원이 갑자기 전혀 관련이 없는 영상사업단으로 간다니 어이가 없었을 터다. 결혼 주례까지 설 정도로 강 대표를 아꼈던 기술원장은 진노했다.
직원을 모집하는 영상사업단측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강 대표의 입사 원서를 보고 전산 착오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했다고 했다. 그리고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심사관의 첫 질문은 "자네 어떻게 왔나"였다.
강 대표는 "문화 사업에 관심이 있었다. 적성상 뛰어 다니는 분야가 맞았다"며 "더 늦기 전에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영상사업단에 신청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강 대표는 "오히려 영상사업단에서 날 뽑아준 게 신기할 지경"이라며 "무엇을 보고 (연구원을) 뽑아줬는지 지금도 아이러니하지만 결국 이것이 운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강 대표는 기타도 치고, 합창단 활동에도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대학진학'만이 목표가 돼야 했던 고교시절, 반도체 바람이 불자 신소재 공학으로 전공을 택하게 된 것이다.그러나 언제나 마음만은 무언가를 놓친 듯 들썩거렸다.
강 대표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었다. 너무 안락하고 평범한 삶이 싫었나보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 영화 드라마 제작에도 도전할 것
영상사업단에서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외환위기(IMF)를 기점으로 영상사업단이 해체되자 동료 몇 명과 회사를 나와 컨텐츠 유통회사를 설립했다. 음반, 영화 DVD 등을 코딩하고 유통하는 회사였다. 4년만에 상장했을 정도로 성과를 좋았다.
당시만 해도 컨텐츠 유통 시장은 성황이었다. 드라마, 영화, 음반, 콘서트 실황까지 담아 판매했다. 강 대표는 "실제 선진국인 경우 영화가 제작됐을때 극장 개봉보다는 개봉 이후 유통시장이 열배이상의 넓은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름 규모를 키웠던 국내 컨텐츠 유통시장은 2000년대 중반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한순간 거품처럼 사라진다.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면서다.
강 대표는 "최근까지 컨텐츠 유통업은 사장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다만 3D시대가 되면 어떻게 될지는 조금 지켜봐야 겠다"고 전망했다.
강 대표 이후 SM엔터테인먼트와 합병, SM에서 총괄부사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자신만의 사업을 위해 엔트릭스를 설립했다.
강 대표는 "영화, 드라마 제작에도 도전하고 싶다"며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우는게 꿈"이라고 밝혔다.
# 제주, 문화산업에 관심 갖길
공연, 행사를 기획 운영하다보니 최근에는 지역 축제 기획에도 많이 참여하게 됐다.
강 대표는 "행사 프로모션 후 결과가 좋을 때는 주최 측도 고마워하지만 스스로도 정말 보람을 느낀다. 축제를 예를 든다면 성공적으로 끝냈을 때 비록 우리 사업의 일환이지만 지역발전에도 도움을 줬구나 하는 뿌듯함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주에도 많은 축제가 열리는 것으로 아는데 너무 규모가 작은 것 같아 아쉽다. 제주를 알리는데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투자한 만큼 효과가 나오기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제주를 상징할 수 있는 대표축제 없이 소규모 지역축제만 우후죽순처럼 나열되는 현상은 지역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문제다.
강 대표는 "효율적으로, 그리고 글로벌하게 제주를 알리는 규모 있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금릉 협재 해수욕장 등 제주의 자연환경은 뛰어나다. 그 정도 컨텐츠면 다양한행사와 연계, 세계에 제주를 알리는데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 "관광객 부가세 환급제도가 추진 중이라 들었는데 상당히 좋은 현상"이라며 "영화 촬영을 제주로 간다든지 문화 분야에도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제주가 관심을 가져야할 분야를 꼽아본다면 사실상 제조업보다는 문화, 관광 사업 아닌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지만 다양한 제도로 문화사업자들을 끌어들이면 자연스레 관련분야가 발달될 것"라며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