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아닌 소통, 아이디어로 특별한 ‘제주’돼야

[글로벌 제주CEO가 뛴다] <29>에필로그

2010-11-28     박미라 기자

   
 
   
 

체류형 위한 관광인프라 확충 절실…서비스 자세 변화 주문도
접근성 향상 위한 항공난 해결 대내·외 공감대 형성
“자연과 문화 함께 하는 소프트웨어적 개발이 제주 살길”


1%의 한계를 1%의 특별함으로 바꾼 이들이 있다.

기술력과 신용을 바탕으로 한 튼튼한 중소기업CEO에서부터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간부·수장, 인정받는 경제계 학자로서 제주인의 이름을 빛내는 제주출신 경제인들이 그들이다. 학연, 지연, 혈연 등 소위 ‘배경’이 아닌 오로지 실력과 성실함으로 정직한 삶을 살아온 제주인들.

때문에 그들이 갖는 자부심은 더욱 크다. 그들을 키워낸 고향 제주에 대한 열정은 보다 특별하다. 그들이 그간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았던 제주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정리했다.


# 제주 관광,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국내 최초 자체기술로 고청정 배관부품을 제작하는 강두홍 ㈜아스플로 사장은 족히 50개국 넘게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그런 그가 객관적으로 평한 제주는 이렇다.

강 사장은 “미국, 중국의 자연은 규모로 압도하지만 제주는 오밀조밀하다. 그들의 자연과 제주의 자연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한 시간내 산과 바다, 또 다른 세상을 오갈 있는 제주의 매력은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려한 제주환경을 갖는 제주인 만큼 관광산업에 대한 경제인들의 기대도, 아쉬움도 크다.

중국 이우에서 양말공장을 운영하는 고희정 주지유진침직유한공사 대표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러 다니는 관광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입장료 수입뿐”이라며 “지금 제주는 이것 외에는 소비할 수 있는 게 없다. 관광 다녀온 이들이 오히려 돈을 쓸 데가 없었다고 푸념할 정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재일교포 2세인 김광일 동경관광흥업주식회사 대표이사 역시 “쇼핑아웃렛, 유원지 등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대내외적 접근성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했다. 그는 “대내·외적으로 변화하는 교통환경 등을 면밀히 살펴 제주로 향하는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아야 할 것"이라며 "제주도와 비슷한 교통환경의 북해도나 오키나와 등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안으로 떠오른 신공항 건설, 항공 좌석 문제는 도내외적으로 공감하는 사안이다.

강석희 CJ제일제당 제약본부장(전 CGV 대표이사 )은 “무엇보다 접근성이 가장 기본”이라며 신공항 건설에 적극 공감했다. 김보방 (주)비엠코리아 사장 역시 “제주의 먹고 살길은 관광인데 무엇보다 제주의 항공난이 빨리 해결돼야 한다. 주변에 가고 싶은데 못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재일교포 2세인 고상홍 재일본관동제주특별자치도민협회장(서향회관 대표이사)는 “여전히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 한번 온 관광객들이 두 번, 세 번 오도록 해야 한다”며 관광마인드 변화를 요구했다.

# 컨텐츠 산업에서 제주를 찾자

제주의 자연, 문화가 함께 할 수 있는 개발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현문식 한국바이오시스템㈜는 “성급한 하드웨어적 개발보다는 아이디어 중심의 소프트웨어적인 개발이 제주가 살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는 경쟁력없는 제조업보다 사람, 아이디어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사업이 알맞다. 전통음식거리 육성에서부터 제주색이 드러나는 도시경관, 더 나아가 세계적인 미술제, 문화도시로의 육성 등은 생각의 전환으로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홍문철 갤럭시게이트㈜ 대표 역시 컨텐츠 산업에서 제주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을 소실하는 산업, 자기 꼬리 잘라먹기 식의 개발에 치중하는 것이 안타깝다. 물만 하더라도 무한정 뽑아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삼다수를 너무 대중화시켰다. 제주미래자원인데 보다 명품으로 한정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대신 제주의 자연환경을 살리되 제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산업으로 눈을 돌릴 것을 조언했다. 홍 사장은 실리콘밸리를 예로 들며 "무형의 컨텐츠 산업에 있어 뛰어난 자연환경은 도움이 된다. 제주 역시 게임, 영화, IT, 교육, 의료 등의 산업군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현 ㈜누리솔루션 대표는 “선진국에서는 주말되면 찾는 세컨드 하우스 개념이 도입되는 등 은퇴 이후 실버산업이 떠오르고 있다"며 실버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밖에 경제인들은 제주가 회의산업의 최적지임을 강조하는가 하면 감귤산업의 미래, IT와 접목한 1차 산업 육성 등을 주문했다.

# 무한경쟁 속 배타성, 안일함 버려야

고향에서 들려오는 갈등, 파열음은 재외인사들에게도 생생하게 전달됐다. 그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으로서, 한결같이 ‘소통’과 ‘의식변화’를 촉구했다.

김방신 (주)효성, 기전PU 사장(전 한국후지쯔 대표이사)은 민주적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매번 갈등으로 귀결되는 데는 칭찬과 배려심이 부족한 도민 정서, 오피니언 리더를 포함한 지도층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김 사장은 “제주는 어느 지역보다 근면, 성실, 절약 등 좋은 정신이 많지만 칭찬, 배려하는 문화만은 약한 것 같다. 이는 한 단계 나아가 제주가 갈등으로 분열하는데 일조한다”고 냉철하게 지적했다. 그는 또 “유권자에게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민주적, 공개적 절차에 의해 합의점을 찾을수 있어야 하며, 그게 희생이고 솔선수범이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탑다운 방식이냐, 도민들의 뜻을 모은 것이냐는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학렬 메릴린치은행 서울지점 상임고문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는 "제주도민들은 교육열이 높고 애향심과 단결심, 자존심이 강하다. 이러한 경향이 잘 관리되지 않을 경우 자기와 견해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용이 부족하고, 배척하는 나쁜 풍조가 될 수 있는 반면 잘 관리한다면 전 세계 제주인이 하나로 단결해 제주발전에 함께 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특정 사안마다 갈등이 생기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개인 의견 표출이 다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토론과정을 거쳐) 결국은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데 그게 안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배타주의적 성향에 대한 냉철한 지적도 이어졌다. 지역내에서의 소통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교류와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찬국 충남대 교수(전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소 실장)는 배타성에서 비롯되는 제주의 순혈주의를 꼬집었다. 그는 “순혈주의가 강하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 필요에 의한 것이라면 학교든, 기업이든 조직은 넓게 인재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자유도시, 특별자치도 등을 통해 각종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말은 크게 하지만 저변에는 '이 정도 살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식도 함께 존재하는 것 같다"며 제주의 안일함, ‘미적지근함’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외에 강태선 동진레저 대표이사 사장 등은 제주대의 육성을 통한 고급인재 육성 및 유출방지, 산악운동의 시초인 한라산의 가치의 재발견, 시범사업의 적극적 활용, 녹색도시로의 육성 등 다양한 제주 발전방안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