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섬서 만나는 한국 근·현대 미술사 흐름
한국문화예술위 위원 박광진 화백의 갤러리 JIN 22일 저지예술인마을 현지 개관
‘마지막 둥지’만 3년차…소장 작품 중심으로 누구나 쉽고 편안한 공간 제주 헌납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원이자 서울교육대학 명예교수로 ‘한국 화단의 외교사절’로 불릴 만큼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서양화가 박광진 화백(76)이 22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예술인마을 내에 ‘갤러리 JIN’을 연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짓고 관리한 공간 중 일부를 여는 데만 3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죽기 전에 작지만 좋은 일 한 번 해보자 싶었다”는 말과 달리 갤러리 JIN의 무게감은 크고 깊다.
박 화백은 오랜 중앙 활동만큼 한국미술의 근·현대사를 장식한 작가들과의 교류가 많았다. 이번 갤러리로 열리는 66.12㎡(20평) 남짓한 공간은 그 흔적들로 채워진다.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 작가전’이라 이름 붙여진 개관 기획전에는 한국 동양화의 거장 고 이당 김은호 화백과 ‘서민의 화가’ 고 박수근 화백, 고 박영선 화백의 작품은 물론 현재 생존 작가중 최연장 작가인 윤중식 화백의 작품 등이 소개된다.
말 그대로 학교 미술 수업이나 한국미술사 전문 서적에서나 들어봤음직한 우리나라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되는 44점의 작품은 “누구나 쉽게 들러 살필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박 화백의 바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대작이 아닌 소품 위주의 작품들은 미술관이나 전시공간에 대한 일반의 부담감 대신 ‘특별한’볼거리가 많은 이웃 할아버지 댁 같은 느낌을 준다.
박 화백은 “한국 미술 근·현대사는 물론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흐름을 보여주려는 생각은 많았지만 운영경비 등의 문제로 현실화에 시간이 걸렸다”며 “이제까지 지켜온 것들을 생애 마지막 둥지인 제주에 남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회 환원 성격이 강한 갤러리 개관에 대해서도 “지나가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즐기면 되는 공간”이라며 “전문가가 아닌 제주도민 특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우리나라 미술과 쉽게 만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화백은 특히 “자신의 모든 것을 제주에 남겨주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애써 제주에 가져온 것들을 힘들여 서울이며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박 화백은 “소장 작품 중 조각은 더 이상의 이동이 어려워 이미 도민의 것으로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며 “제주의 문화정책이 이런 것들을 귀중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면 나만이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가진 많은 작가들이 제주를 찾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시는 갤러리 개관에 맞춰 22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문의=772-3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