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 나눠 생명의 곶자왈 탄생시킨 오름”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4>노꼬메큰오름

2011-02-23     김철웅 기자

   
 
  ▲ 탐방로 주차장 쪽에서 바라본 노꼬메큰오름 서면. 왼쪽 너머 보이는게 노꼬메족은오름이다.  
 

제주오름 특성 잘 보여주는 서쪽의 ‘랜드마크’
정상까지 1시간 ‘리틀 한라산’…경관도 일품

노꼬메큰오름의 멋은 나눔이고 맛은 다양함이다. 동쪽의 다랑쉬, 서쪽의 노꼬메큰오름으로 통칭되고도 남는 외형보다 더 깊은 멋이 있다. 새끼가 어미의 자궁에서 생명을 틔워 종을 키워가듯 노꼬메큰오름은 제살을 나누어 뭇 식생들의 생명의 터전이자 보고인 애월곶자왈을 만들었다. 평지와 경사,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터널과 시야가 확 트인 갈대숲길 등 다양한 난이도와 경관으로 '리틀 한라산'의 맛도 선사한다. 남쪽 한라산에서 북쪽 남해안, 서쪽 산방산에서 동쪽 묘산봉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정상의 전망 또한 일품인 오름이다.

노꼬메큰오름은 애월읍 소길리 산258번지와 유수암리 산138번지에 걸쳐 있다. 메인 탐방로 입구는 1117번 지방도를 끼고 있는 소길공동목장 안에 있다. 신제주로터리를 기준으로 평화로를 이용, 어음1교차로(16.8㎞)에서 어리목 방향 1117번 지방도를 이용하면 18.9㎞이고, 어승생삼거리(10.8㎞)로 1117번을 타면 19.5㎞다.

표고 833.8m에 비고가 234m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오백나한(389m) 어승생(350m) 산방산 (345m) 군산 (280m) 족은드레 (279m)에 이어 6번째로 높다. 면적은 92만3692㎡여서 성산읍 두산봉(92만4938㎡)에 '빅10'의 끝자리를 내주고 11번째로 넓다. 폭은 1193m에 둘레는 4390m다. 바로 북동쪽에 표고 774.4m·비고 124m의 노꼬메족은오름을 두고 있다.

오름의 어원에 대해선 '정설'이 없다. 일찍부터 놉고메로 부르고 한자로는 고산(高山) 고고산(高古山)으로 표기하다 시간이 흐르며 노꼬메로 소리가 바뀌고 한자도 녹고산(鹿高山)으로 쓰기도 한다. 또한 녹고산(鹿古岳)으로도 표기되면서 옛날 사슴이 살았다는 데서 연유한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높구나"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도 있다.

   
 
 

▲ 노꼬메큰오름 탐방로

A=소길공동목장 입구 B=주차장 C=탐방로 입구 D=남봉 정상 E=동쪽 계단 정상 F=최정상(북봉) G=동쪽 계단 입구 H=화구 추정 위치

 
 
소길공동목장 입구에서 주차장까지 500m, 주차장에서 탐방로입구까지 450m 등 약 1000m를 지나면 숲길로 들어서게 된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2.32㎞라고 하니 1900m 정도만 올라가면 된다. 탐방로를 따라 타이어매트가 설치돼 있다. 정상 1㎞ 전방 등 2개의 쉼터가 평상과 함께 준비돼 있다. 탐방로의 난이도는 경사도에 따라 '하-중-상-하'로 볼 수 있다.

   
 
  ▲ 오름 분화구 부분 식생. 사진=김대신 연구사 제공  
 
울창한 수목과 밑에는 조릿대가 자생하고 있어 축소된 한라산을 오르는 기분이 난다고도 한다. 삼림욕에도 그만이다. 피톤치드의 바다, 그 자체다.

주차장을 출발한지 50분 정도면 시야가 확 트인 갈대숲길이 시작되는 남쪽 봉우리 정상(?지점)이 나온다. 낮아진 경사도에 안도하며 자연의 경관을 감상하며 약 10분 오른쪽으로 돌면 정북단에 있는 정상이다.

북봉 정상에선 눈 닿는 곳이 절경이요, 한편의 파노라마다. 동쪽 구좌읍 묘산봉에서 오름군들을 지나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한라산의 장엄한 서북벽과 만난다. 이어 서쪽 바다와 안덕면 산방산을 거쳐 코앞의 바리메오름 '형제'를 뒤로하면 북쪽에는 눈 아래 애월곶자왈을 넘어 제주시가지, 그리고 멀리 보이는 건 관탈섬이다. 날이 좋으면 남해안까지 선명하다.

노꼬메큰오름은 북단의 정상에서 남서쪽 화구 추정지점간 표고차가 130m를 넘는 등 급격한 경사를 보인다. 분석구가 있으나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U형) 화산체다. 분석구가 형성됐으나 굳기 이전에 분출한 용암류에 의해 붕괴된 탓이다.

   
 
  ▲ 노꼬메큰오름에서 본 한라산 서북벽  
 
모래성을 물이 무너뜨리듯 노꼬메큰오름 분석구 서쪽을 뚫은 용암은 이내 방향을 서북쪽으로 돌리며 애월곶자왈지대를 만들었다. 해발 838m에서 시작되는 애월곶자왈지대는 소길공동목장지역을 지나 천연기념물 375호인 납읍난대림지대에 이르는 약 9㎞ 구간에 걸쳐 폭 2∼3㎞로 분포하며 생태통로와 종피난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용암의 잔재인 돌무더기로 생명에겐 가장 척박한 지형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인간의 손을 타지 않으면서 다양한 식생의 보고가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노꼬메큰오름은 동부지역의 다랑쉬오름과 함께 서부지역의 '제주도 오름 랜드마크'로 지정됐다. 규모(Scale)·경사(Slope)·분화구(Crater) 등 제주에 분포하는 368개 오름 가운데 화산지형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대표적 오름이기 때문이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노꼬메큰오름은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용암을 분출하면서 애월골자왈을 탄생시켰다"며 "다랑쉬는 주변에 흘러간 용암이 없다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소장은 " 송이·용암·화산재가 '세트'로 분출했고, 용암만 많이 흐르는 제주도 화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며 1회분출로 형성된 단성화산이고 보전된 원형이나 안식각 등으로 미뤄 2만~3만년 수준의 비교적 젊은 오름으로 추정했다.

식생은 온대 2차림과 하단부의 침엽수 해송과 삼나무 조림지, 일부 초지대가 형성돼 있다. 낙엽활엽수림은 때죽나무를 비롯, 산딸·풍게·개서·느티·새우나무 등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분화구 내부의 다양한 양치식물도 특징이다.

제민일보 '제주의 허파 곶자왈(2004)' 취재팀으로 활동하며 애월곶자왈을 탐사하기도 했던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는 비자나무를 주목했다.

김 연구사는 "다른 오름과는 달리 오름 상부에서부터 애월곶자왈지대의 450m 부근까지 골고루 분포한다"며 "암괴 지형에서 주로 관찰되며 수고는 약 5m 내외에 2~3개로 분지, 아교목 형태로 자라고 있어 기후변화에 따라 장기생태변화 연구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은 "큰오름은 가을 억새가 아름다운 곳이다. 길게 늘어진 능선부터 정상까지 이어진 억새는 고르게 분포, 그곳을 지나는 동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며 "지금은 도채로 멸종 위기에 놓여있지만 산작약(백작약)의 자생지"라고 말했다.

정상 동쪽으론 북쪽의 궷물오름과 북동쪽의 노꼬메작은오름 쪽에서 올라오는 계단도 있으나 난이도는 '상 플러스'다. 궷물오름 주차장을 출발, 작은노꼬메 정상-노꼬메큰오름 계단-정상-큰오름 탐방로-궷물오름 주차장까지 돌면 3시간 정도 소요된다.   /글·사진 김철웅 기자

"애월골자왈 발원 오름
생태·경관적 가치 높아"

●인터뷰/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

   
 
  ▲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  
 
"노꼬메큰오름은 생태적·경관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는 "노꼬메큰오름은 민오름·도너리오름·병악 등과 더불어 곶자왈지대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오름일 뿐만 아니라 말굽형 분화구의 특징과 난대 및 온대의 식생이 분포하는 애월곶자왈지대의 흐름을 잘 조망할 수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김 연구사는 "애월곶자왈은 가장 높은 해발고에서 발원하고 있어 다양한 식생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오름 자체의 온대식생에서 9㎞를 흘러간 곶자왈의 끝 금산공원 등에선 난대식생이 분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비교적 높은 지대에 위치한 노꼬메큰오름의 식생은 온대 2차림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분화구 내부 노출된 바위 등엔 거미고사리·고비고사리·쇠고비·주걱일엽 등 양치식물도 다양하게 분포하면서 주변의 오름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사는 "분화구 안쪽은 밀림처럼 식생이 발달, 인마의 접근이 어려워 잘 보존돼 있고, 특히 동부지역 곶자왈에서만 보였던 숟갈일엽이 발견, 서부지역 자생이 확인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애월곶자왈지대는 다른 곶자왈과 달리 규모는 작지만 함몰지형이 발달했다"며 "일색고사리와 큰톱지네고사리 군락이 형성돼 있으며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식물이 혼생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사는 "곶자왈은 발원하는 오름을 포함, 길게는 15㎞에 이르기도 한다"며 "중요한 지하수 함양원일 뿐만 아니라 중산간에서 해안지역까지 이어지는 생태통로와 경작지 등으로 서식처를 잃은 동물의 종피난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소중함을 강조했다. 김철웅 기자

◇다시걷는 오름나그네 전문가 자문단 △인문=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 △역사=박찬식 역사학자 △지질=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식생=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정책=김양보 제주도WCC총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