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이 나는 비치형(飛稚形), 비치미오름
비치악(飛雉岳), 비치산(飛雉山) 구좌읍 송당리

예순 다섯번째 이야기 - 꿩이 나는 지세에는 꿩을 넘겨다보는 이와 이를 견제하는 이가 함께 머물러야 세를 이룬다

2011-05-04     제민일보
   
 
  현무봉(좌)과 관쇄된 수구(우)  
 
한라산 동쪽으로 뻗어 내린 지맥은 크게 네갈래로 분맥한다. 그중 한갈래가 사라, 성널, 물오름으로 이어지며 성불오름을 거쳐 비치미오름으로 이어진다. 사라오름에서 뻗어가는 무수한 용의 줄기맥중 동사면 송당 한복판에 자리를 튼 용이 비치미오름인게다. 서사면으로 천미천이 행수하고 서북으로 등을 기대고 북동을 향해 두손 모아 공손히 절하는 무녀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꿩이 나는 비치형(飛稚形)의 형국을 한다.

# 삼수부동지격이어야 길하다

꿩은 상서로운 날짐승이기에 예로부터 중요한 의식에 이용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초례상에 꿩을 놓았으며 폐백을 드릴때도 꿩 포(脯)를 놓고 신부의 절을 받았다. 또한 왕비의 대례복에는 136쌍의 꿩과 278마리의 꿩을 수 놓았다. 이는 꿩이 악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 모으는 영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의 지세중 기가 모인 혈자리 주변이나 길지에는 꿩이 둥지를 틀어 알을 낳는다. 꿩은 수맥에서는 절대 알을 낳지 않을 만큼 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한 날짐승이기에 꿩이 퍼드득 날아오르는 땅은 길지라 여겨도 좋다. 꿩의 형상을 하는 산은 풍년과 무사태평을 의미한다. 오늘날 농촌에서 마을을 대표하는 농기의 맨 꼭대기나 무당의 모자에 꿩의 깃을 꽂아 꾸미는 것도 이와 같은 의미다. 꿩이 나는 형상인 복치혈은 꿩이 숲에 엎드린 모양으로 바짝 긴장해 엎드렸기에 기가 위로 상승한다. 이러한 땅에는 항시 매나 독수리가 곁에 있어 꿩의 알을 탐해야하며 동시에 매가 꿩을 덮칠수 없도록 매를 견제하는 사냥개가 곁에 있어야한다. 이러하니 꿩이 나는 비치형의 산에는 꿩과 넘겨다보는 이와 견제하는 사냥개가 모두 함께 있어야 세를 이루기에 이를 삼수부동지격(三獸不動之格)이라 한다.

   
 
  비치미 동사면 서북쪽 현무(우)와 수구(좌)  
 
# 길기는 꿩의 가슴안에 머문다

성불오름의 지맥을 전해받은 비치미는 서북에 머리를 틀고 북동으로 엎드려 절하는 형상을 한다. 날아오르듯 서린 꼬리가 서북사면이 되며 얼굴앞이 북동을 향한다. 잔뜩 땅에 엎드려 기를 모으는 꿩의 북사면에서 좌출맥하여 나지막히 행룡하는 중심맥므로 용의 기가 모아져 꿩 가슴안에 당판을 만든다. 돌리미에서 넘어오는 지맥이 청룡과 기운을 합세하여 길게 동사면을 감아돌고 백호는 천미천을 등에지고 서사면을 감아돌아 청룡 손자락 안쪽으로 드리워져있다. 청룡이 백호의 손자락 뒤까지 안고 있으니 손을 모아 절하는 형상을 한다. 공손하고 예의바른 산이다. 산세가 수려하니 수세 또한 수려하다. 얼굴 앞으로 모여든 물이 나가기는 나가되 보일듯 말듯 뒷모습을 감춘다. 길격이다.

   
 
  수구앞 개오름이 백약이를 견제하는 사냥개의 소임을 맡는다.  
 
# 관쇄한 수구의 구곡수

비치미의 북동쪽 얼굴앞으로는 갈지(之)자의 물이 구불구불하게 흘러나간다. 이를 구곡수·어가수라고도하며 매우 귀한 물이다. 구곡수가 앞에서 명당으로 들어오면 즉, 조입당전하면 당대에 재상이 날만큼 길수이며 구곡수가 앞으로 흘러나가면 즉, 굴곡유거하면 글재주 있는 인물이 나오거나 학자가 난다. 이는 들어오거나 나가는 물이 모두 길하나 들어오는 물이 더 좋다는 뜻이다. 굴곡하는 구곡수는 길흉방위를 불문하고 모두 길하다. 수구 또한 관쇄되어 나가는 물이 보일듯 보이지 아니하니 재물이 넘치는 땅이다. 비치미의 수구앞에는 꿩을 넘겨다보는 이와 이를 견제하는 이가 함께 머문다.

   
 
  백약이의 현무봉이 넘겨다보는 규봉이요. 곁으로 좌보미의 알오름이 풍요를 지킨다.  
 
# 넘겨다보는 백약이와 견제하는 개오름

용이 귀하고 물이 길격이면 혈을 남기기 마련이다. 좋은 혈을 맺으면 곁의 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포근히 감싸주어야 생기를 지킬 수 있다. 용과 혈이 상격이면 큰 인물이 나기는하나 주변사격이 흉하면 높은 지위에 있더라도 고난이 따른다. 곁을 따르는 이도 함께 길격이어야 좋은 국세를 이룬다. 혈주변의 산을 사격이라 한다. 뾰족한 산이 혈의 옆구리나 앞을 찌르는것을 사(射), 혈주변의 산들이 깨지고 부서져 보기 흉한것을 파(波), 주변의 산들이 혈을 등지고 배반하는것을 반(反), 큰산이 가까이에 있어 혈을 압박하는 것을 압(壓), 산이 끊기는 것을 단(斷), 모든 산들이 용과 혈을 보호하지 아니하고 흩어지며 달아나는 것을 주(走)라 한다. 모두 흉한 사격이다. 흉격사 중 조그만 봉우리가 산너머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혈을 훔쳐보는 형상을 탐(探)이라 하는데 도둑이 담장 밖에서 고개를 내밀고 집안을 엿보는 모습과 같기에 이를 규봉(규산)이라한다. 비치미 동사면 너머 백약이의 현무봉이 빼꼼이 비치미를 넘겨다보는 규봉이 되며 남사면으로는 매가 땅에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냥개 개오름이 견제를 늦추지 않는다. 꿩의 곁에 매와 사냥개가 함께 있으니 꿩은 바짝 긴장하여 업드려 혈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비치미와 백약이, 개오름은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세의 균형을 이루고 있기에 오히려 안전한 삼수부동지격(三獸不動之格)을 이룬다. 살아가면서 어찌 늘 마음을 나누는 좋은 벗만을 기대할수 있을까…. 간혹 괴로운 이를 만나 견제를 당하더라도 서둘지말고 침묵함으로써 균형을 이룰 수 있을 터이니 괴로운 이를 마음에서 내려두고 산과 물처럼 고요히 흐를수 있는 이는 고요하고 평온하다. 고요한 이에게서는 산과 물의 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