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 한라산에서 재배한 '산양산삼'을 아시나요
[제주 미래를 일구는 농업인들] <58>한라산 장뇌산삼 보림농장 양순희 대표

▲ 한라산에서 자연 산삼과 비슷한 성분을 갖고 있는 산양산삼을 재배하고 있는 양순희씨. 윤주형 기자
한라산 산양산삼 자연 재배하는 농장 '보림'
해발 900m 이상에서 생산 자연 산삼과 비슷
영산(靈嶽) 한라산의 정기를 이어받아 신령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은 한라산 중턱 해발 900m 지점. 이곳에 산양산삼이 서늘한 기온과 자연이 만들어낸 자연퇴비인 부엽토 위로 수줍은 모습을 드러냈다. 한라산은 산양산삼을 재배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청정제주 한라산에서 산양산삼을 재배하고 있는 영농조합법인 한라산 장뇌산삼 보림(www.iborim.co.kr)농장을 찾았다.
# 산양산삼이란 
▲ 7월 중순에서 8월 초순까지 산양산삼 씨가 빨갛게 익는다.
산양산삼(山養山蔘)은 장뇌(長腦) 또는 장뇌산삼(長腦山蔘), 장로(長蘆)라고도 한다. 산삼의 종자를 채취해 깊은 산 속에 씨를 뿌려 야생상태로 재배한 것이다.
장뇌라는 이름은 줄기와 뿌리를 잇는 뇌 부분이 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일반인은 구분하기 어렵다.
산양산삼은 깊은 산 속 그늘진 나무 아래 습기가 많은 외진 곳에서 잘 자라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산삼은 그 종자를 뿌려도 싹이 잘 나오지 않으며 땅 속에서 없어지는 경우가 많고, 자란다고 해도 몇 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썩어 없어지기 쉽기 때문에 매우 귀하다.
하지만 산양산삼은 몇년에 한번씩 다른 장소로 이식 해야 잘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산삼 씨앗을 채취해 파종하고, 몇년에 한번 옮겨 심으며 재배하기 때문에 산양산삼이라 불리는 것이다.
산양산삼은 외관이 자연 산삼과 매우 비슷하고, 약효도 자연 산삼과 비슷한 효과를 갖고 있지만, 가격은 자연 산삼보다 훨씬 저렴하다.
# 수산인에서 농업인으로
한라산에서 자연 산삼과 비슷한 성분을 갖고 있는 산양산삼을 재배하고 있는 양순희씨(52·강정동)는 "한라산은 '할망산'이고 '어머니산'으로 음의 기운을 갖고 있다"며 "흔히 삼은 양의 기운을 갖고 있다고 해서 열이 많은 사람은 먹지 않으려고 하지만, 한라산 어머니 품속에서 자란 산양산삼을 양과 음의 기운이 조화를 이뤄 품질이 우수하고 효능도 뛰어나 남녀노수 누구나 먹어도 좋다"며 한라산 산양산삼 칭찬에 침이 마른다.
양씨는 넙치 양식장을 운영하던 수산인에서 산양산삼 재배 농업인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양씨가 넙치 양식장을 운영할 당시 넙치 먹이로 버섯을 사용하면 좋다는 조언에 따라 버섯을 사용했다. 하지만 버섯 가격이 만만치 않아 자신이 직접 버섯을 재배하기로 결정해 현재 산양산삼 재배지에서 버섯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후 제주도 수목원으로부터 기술 지도를 받아 산양산삼 시험재배를 시작했고, 허가를 받아 한라산 국유림을 임대해 산양산삼을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양씨는 넙치에게 좋은 사료를 먹이기 위해 처음 버섯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버섯을 재배하며 양식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4년전엔 아예 양식장 문을 닫고 산양산삼과 한라산 표고버섯 재배를 위해 현재 산양산삼 재배지로 터전을 옮겼다.
# 정성이 최고 재배법 
▲ 산양산삼과 산양산삼주. 윤주형 기자
양씨는 하루 종일 산양산삼 밭을 둘러본다.
사실 산양산삼 정성을 쏟는 방법 이외엔 재배방법은 따로 없을 정도다. 산삼씨앗을 채취해 한라산에 뿌려 놓고 산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자식 돌보 듯 산양산삼을 돌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산양산삼은 농약을 사용하거나, 퇴비를 따로 주지 않는다. 다만 물 빠짐을 좋게 하기 위해 이랑을 만들어 주면 된다.
한라산에서 자란 나뭇잎이 떨어져 썩은 부엽토는 최고의 퇴비가 되고,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산양산삼이 잘 자라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양씨는 하루 종일 산양산삼 밭에서 시간을 보낸다. 비가 내리는 날은 빗물에 부엽토가 씻겨내려 산양산삼 뿌리가 드러나면 다시 부엽토를 덮어주는 등 정성을 쏟는다.
산양산삼을 재배하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투자였다. 산양산삼은 6년 이상 돼야 제대로 된 산양산삼 효능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출하하기 위해선 최소 6년 동안 정성을 쏟아야 결실을 볼 수 있다.
특히 양씨가 생산한 산양산삼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연을 이용해 재배하기 때문에 산양산삼 뿌리는 물론, 잎과 줄기, 열매까지 먹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양씨는 좋은 산양산삼을 보급하기 위해 6년근 산양산삼이 아닌, 7년근 산양산삼부터 출하하고 있다.
양씨는 "한라산은 부엽토가 많은데다 화산회토여서 배수가 잘돼 도외 지역에 비해 뿌리의 생육이 좋고 사포닌 성분도 많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한라산에서 자란 산양산삼은 모양이나 약효 모든 면에서 자연산 산삼과 별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 아무리 좋아도
청정 제주 한라산이 재배하는 산양산삼은 국내 최고 품질을 자랑하지만, 제주에서 산양산삼이 재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어렵게 재배한 산양산삼을 판매할 유통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산양산삼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알음알음해서 양씨 농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회 의원연구모임인 제주미래전략산업연구회(대표 오영훈 의원, 간사 하민철 의원)는 지난 23일 제주도의회 의사당 1층 소회의실에서 산양삼 재배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오영훈 제주미래전략산업연구회 대표는 "한라산에서 재배된 산양삼은 청정이미지 및 브랜드 가치로 유망한 품종임에도 도내 산양삼 재배 농가는 제주시 8농가, 서귀포시 5농가 등 모두 13농가며 재배면적은 24만5698㎡로 전국 재배면적의 0.4%정도에 불과해 산양삼 재배 활성화 방안 모색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어 "임업 및 산촌진흥 촉진법에 근거한 산양삼 품질 관리 제도 시행령이 7월 공포 예정에 있어 제주 산양삼이 중국 수입품과 명확히 구분될 전망이므로 재배 기술 개발 연구 및 판로 개척 등 적극적인 관심과 제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순희씨는 산양산삼을 알리기 위해 각종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양씨는 소비자가 산양산삼을 직접 고르면, 술을 담아주는 산양산삼주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
양씨는 "제주도가 산양산삼 재배 농가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돈을 지원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산양산삼이 제대로 인정받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주도지사가 인정하는 판매장이라도 마련할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의=영농조합법인 한라산장뇌산삼 보림(www.iborim.co.kr, 064-738-8369, dabo0108@yahoo.co.kr)
# 알고 먹자
'산삼은 원기회복, 정력증진, 심장병, 위장병, 간장병을 다스려주고 내재돼 있는 생명력을 강화시켜준다'고 동의보감에 전해진다.
산삼을 복용한 후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명현작용'이라고 하는데 부작용이 아니라, 나쁜 몸 상태에서 몸이 좋아질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한라산 산양산삼은 아침, 저녁 빈속에 생으로 먹은 것이 제일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친환경 산양산삼은 생수로 흙만 살짝 씻어낸 뒤 한입에 넣고 오래 씹어야 한다. 입안에서 10~30분 천천히 씹을수록 좋다.
산양산삼을 달여 먹고 싶을 때는 유리 주전자에 산양산삼 5뿌리와 물 2리터 가량을 넣고 약한 불로 오래 달여서 아침과 저녁으로 달인 물 한컵과 달여진 산양산삼 한개를 같이 먹는다.
특히 산양산삼은 약용으로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산양산삼을 먹기 2~3일 전후엔 절대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 또 매운것, 짠것, 무, 녹두, 미역, 다시마, 육류, 기름진 음식, 커피, 청량음료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스테인리스나 놋쇠, 칼 등 쇠붙이 용기는 사용하지 말고, 복용전후 하도는 죽이나 가벼운 식사로 하는 것이 좋다.
산양산삼은 보약처럼 세심한 주의를 갖고 먹어야 제대로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부담없이 먹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