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투자와 노력만이 성공의 지름길"

<제주 미래를 일구는 농업인들> <59>용진농장 대표 강창희씨

2011-07-10     윤주형 기자

▲ 무항생제 인증을 획득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용진농장 강창희 대표가 계란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주형 기자
48년 동안 대를 이은 계란 유통업이 기반
무항생제 인증 등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는 계란 하나를 골라도 무항생제인지 꼼꼼히 따져본다. 그러나 소비자 요구에 맞춰 발빠르게 대응하는 등 급변하는 농업 환경에 적응하기는 쉬운일은 아니다.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도전, 실험 등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업을 하다 양계업으로 업종을 전환, 소비자가 원하는 계란을 생산하는 선도 농가의 사례를 통해 농업이 가야할 방향을 살펴보자.

# 건설업자에서 전문 양계인으로
항상 도내 최초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용진농장 대표 강창희씨(57·아라동)는 도전하는 양계인이다.

강씨는 서귀포시 성산읍에 건조장과, 계분건조·발효실, 산란계사 등 6000㎡ 규모의 '용진농장'에서 산란계 5만마리를 사육, 하루 평균 2만5000~2만8000개의 계란을 생산하고 있다.

사실 강씨는 전문 양계인 이전에 건설·토목업에 종사했던 전문 건설사업가였다. 지난 1993년 장인이 운영하던 계란 유통업체인 '용진상회'를 맡아 계란 유통업을 시작으로 양계업에 발을 들여놨다.

이후 1995년 건설업을 아예 그만두고 현재 산란계장을 인수해 체계적으로 계란을 생산하고, 용진상회를 통해 계란을 판매하는 등 전문 건설인에서 양계인으로 삶을 전환했다.

강씨는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장인이 월남해 제주에 정착해 운영하던 용진상회를 이어받아 '용진'이란 이름으로 2대에 걸쳐 48년째 양계업의 명맥을 잇고 있다.

용진상회는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계란유통업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강씨가 계란 유통업에 발을 들여놓은 지 2년여만에 산란계를 사육하게 된 동기는 안정적으로 신선한 계란을 공급받는데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강씨는 1995년부터 지난 2005년까지 10년 동안 산란계사를 개·보수해 현대식 시설로 완전히 바꾸고 최고의 계란만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금도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시킨 사료를 사용하는 등 끊임없이 도전하는 등 국내 '내로라'하는 계란을 제치고 '최고'란 명성을 얻고 있다.

# 신념과 사업가 기질
강씨가 무항생제 계란을 생상하는 등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계란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신념'과 건선업을 운영하며 쌓은 '사업가 기질' 때문이다.

건설업을 운영하다 계란 유통업을 시작했고, 이후 산란계장을 꾸리는 등 남들보다 늦게 양계업을 시작한 그는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투자를 아까지 않는다.

최고를 생산하기 위해 철저한 분석을 통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과 사업가 기질이 맞물려 소비자가 믿고 찾는 계란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강씨는 지난 2005년 위생란과 유정란의 세척, 살균, 코팅 후 납품에 관한 부문과 닭 사육에 관한 부문에 대해 IOS 9001 : 2000 인증을 획득했다. 또 지난 1999년부터 도내 처음으로 유정란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2001년엔 국내에서 두번째로 품질인증을 받기도 했다.

강씨는 지난 2007년 친환경농산물인증을 획득, 양계업 최초로 도내에서 무항생제 인증을 받았다.

이외에도 그의 농장은 농림부 지정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고, 제주특별자치도 지정 건강우수농장으로 선정됐다.

▲ 발효사료를 사용하는 강창희씨.
# 끊이지 않는 도전과 실험
강씨는 쏟아 붓기만 하는 투자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투자에 앞서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세밀하게 분석한 후 과감하게 투자하는 사업가 기질을 동원한다.

그는 계란 품질향상을 위해 감귤껍질과 톳, 당근, 유용미생물(EM) 등으로 발효 사료를 만들어 공급하는 등 일반 사료보다 더 비싼 사료를 사용하고 있다.

경영비가 더 들지만 그가 생산한 감귤은 일반 계란보다 칼슘과 비타민E 등의 함량이 높다는 게 공인 기관의 검사를 통해 밝혀졌다.

강씨는 2005년 시설 개·보수 공사를 진행할 때 무항생제 인증을 생각하고 시설을 정비했다.

또 닭이 건강해야 건강한 계란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는 보통 닭장 한 곳에 8~9마리의 닭을 사육했던 사육장을 한 곳에 7~8마리만 사육하는 등 닭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 시켜 산란율을 높였다.

특히 그는 시설 환경에 더 신경을 쓴다. 냄새 없는 산란계장을 운영키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 용진농장엔 계분 냄새 등 악취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는 환기가 잘 돼야 악취도 저감시킬 수 있고, 닭 사육 환경도 좋아질 것이라고 판다해 환기방법을 개선했다.

우선 지상 6m 높이에 에어믹셔를 장착해 신선한 공기를 산란계사 내부로 유입시켜 계사내를 쾌적하게 만들었다.

외부 공기가 계사내에 항상 흐르기 때문에 계사내부가 축축하지 않게 된 것이다.

또 이 공기를 이용해 계분장의 계분도 빠르게 건조시켜 양계장 악취의 주범인 계분 악취를 줄였다.

계사내 온도가 22℃ 미만일땐 실내공기를 배출해 계분을 건조시켜 냄새를 줄이고, 23℃ 이상이 되면 외부 공기를 계사내로 빨아들여 계사내 온도 조절도 하고 있다.

또 계사 천장에 안개 분무장치를 설치해 내부 온도가 올라가는 오후 1~4시 사이엔 차가운 물을 안개형태로 뿌려줘 계사내부 온도를 내려준다.

안개분무는 계사내 먼지를 정화시키는데도 탁월해 닭 호흡기 질환을 줄이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

그의 도전과 투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강씨는 최근 인진쑥 연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인진쑥 연기를 계사 내부에 적절하게 사용하면 모기 등 해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강씨는 "돈을 벌어 성공한 농업인이 되는 지름길은 투자"라며 "국내 양계업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선진국처럼 가업을 이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후세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경험과 지식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항상 배우고, 실험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앞서나가는 사람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은 결국 성공할 수 밖에 없다"고 전한다.

고품격 축산물 생산에 노력하자
<강완철·서귀포시 축산과 가축위생담당>

▲ 강완철
지난해부터 국내 축산업은 악성 가축질병으로 인해 어려움이 유독 컸던 시기가 아닐 수 없다.

구제역에 의한 우제류 가축의 농가 피해와 함께 조류인플루엔자 질병으로 양계농가의 손실이 매우 컸다.

국내 1종 법정 가축전염병인 이들 질병은 겨울철로 접어드는 시기에 발생해 5개여월 동안 전국을 강타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방역활동의 주체인 농가나 행정 또한 노심초사하며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방역활동을 매진한 결과 도내 유입을 막아냈다.

이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질병발생이 없는 청정지역을 유지해 제주의 축산물 브랜드 가치가 올라갔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축산물 자체의 가치만으로 지속적인 경쟁력 보장을 지켜내기는 어렵다.

고객인 소비자의 끝없는 욕구에 부응하고, 이에 걸맞는 양축농가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소비자는 지금의 청정제주 축산물과 더불어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 무항생제인증 축산물, 유기축산물 등 공인기관이 인정한 품질인증 제도가 더해진 믿을만한 청정 제주축산물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것이 고객의 현실이다.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구호 처럼 소비자들은 안전하고 안심한 축산물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는 식탁 위에 올라온 완전한 식품의 안전성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1차 생산단계인 농장에서부터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길 요구하고 있다.

이 처럼 소비자 다양한 요구를 반영키 위해 올 하반기부터 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할 수 없게된다. 이는 산업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제고가 반영된 시책이다.

또한 HACCP 적용 대상이 단순히 식품 또는 도축·가공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농장부터 이 제도를 근본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서귀포시의 HACCP 적용 인증농가는 2007년 5곳에서 2011년 현재 26곳으로 매년 인증 획득농가가 증가하는 것은 소비자의 욕구에 축산농가의 고민과 대응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환경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서귀포시는 HACCP 적용농가 및 가공장에 대한 지원, 무항생제축산물 생산농가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들 인증획득을 위한 생산농가나 가공업체의 지원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다.

생산주체인 축산농가는 최고의 축산물 생산을 위한 새로운 시도와 끝없이 진행중인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결코 멈춰서는 안된다.

고객인 소비자의 요구와 기대를 먼저 생각하고 고품격의 축산물 생산을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하는 농가가 확대될 때 제주 축산업 발전은 지속 가능할 것이며, 지역경제의 한축을 담당하는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