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커피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 꿈”

[제주 미래를 일구는 농업인들] <60>제주커피㈜ 노진이 대표

2011-07-17     김영헌 기자

▲ 제주를 커피메카로 만들겠다는 전국 최초 커피재배 농업인 노진이씨. 김대생 기자
제주시 삼양2동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관상용이 아닌, 수확목적으로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있는 제주커피농장이 자리잡고 있다.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25도 이내 ‘커피 벨트’에서만 자란다는 커피나무를 제주 땅에 뿌리내리게 한 주인공은 제주커피㈜ 노진이 대표(43). 국내에서는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커피나무 재배를 시작했고, 올해 두 번째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작물로서의 커피에 대한 커다란 가능성만을 보고 겁 없이 커피재배에 뛰어든 노 대표. 올망졸망 열리는 커피열매처럼 커피의 잠재능력을 믿고, 제주를 커피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그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커피를 뽑아내는 모습
#커피에 반한 여자

지난 2008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커피농사를 짓고 있는 노 대표는 현재 아라비카종 커피나무 2만여그루를 재배하고 있다. 국내에서 관상용으로 팔기위해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곳은 있지만, 커피원두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커피나무를 심은 사람은 노 대표가 국내에서 처음이다.

노 대표는 커피마니아였던 선배와의 인연으로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 2006년 세계 3대 커피 소비국인 일본 여행을 계기로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 삶 자체를 커피에 모두 걸었다.

노 대표는 일본 여행 이후 커피를 볶는 일을 하는 로스터(Roaster)와 바리스타 전문가 과정을 정식으로 밟았고, 국내에서는 누구도 재배하지 않는 커피나무 재배를 시작했다.

한국은 커피원산지에서 1차로 경매된 커피원두가 2·3차로 유통되는 지역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커피원두는 대부분 1년 이상 된 오래된 원두라는 것이 노 대표의 설명이다.

결국 신선한 커피 원두를 직접 볶아 커피를 만들어 보겠다는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커피재배라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노 대표는 지난 2008년 어렵사리 커피 종자를 구해 파종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1000개의 종자를 심었지만 발아율이 겨우 20%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지인의 도움으로 조직배양과 수만번의 화분갈이 작업 끝에 노 대표는 현재 2만여그루의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 커피를 볶는 모습

#초보농사꾼의 좌충우돌 도전기

지난 15일 제주커피농장에서는 노 대표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예초작업을 하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비닐하우스에 있는 커피나무들을 하루라도 빨리 꺼내놓기 위해 분주하게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기온에 민감한 커피나무를 재배하기 위해 최저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에는 하우스에 재배하고 여름철에는 하우스 밖으로 옮겨 재배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되풀이해야 하지만, 노 대표는 커피재배가 그냥 재밌어 힘든 줄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농사의 ‘농’자도 몰랐던 초보 농사꾼인 노 대표는 어머니의 고향 제주를 커피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자신의 꿈 하나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고 있다.

노 대표는 커피재배를 위해 알지도 못하는 일본어 서적을 찾아내 사전을 뒤적이면서 재배기술을 익히고 있고, 커피농장을 찾은 선배 농사꾼들에게 염치불구 농사일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면서 매일매일 변신하는 노력파 농사꾼이다.

노 대표는 제주가 커피가 잘 자라는 위한 조건 가운데 해양풍과 화산토라는 제주만 갖고 있는 자원을 믿고 커피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노 대표는 한 가지 커피나무가 기온에 엄청 민감하다는 사실을 몰라 한바탕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커피나무를 관상용이 아닌 수확목적으로 재배하는 농가가 없고, 관련 연구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의 이뤄지지 않아 노 대표 혼자 재배방법을 만들어 내는 방법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커피농사가 지난해 수확에 성공함에 따라, 그 다음 단계로 커피를 한 작물로서 대량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마련해야 하지만 초보농사꾼인 노 대표으로서는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이로 인해 노 대표는 제주도농업기술원 등에 기술자문을 얻고 싶어 여러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행정기관의 태도에 상처만 입은 상황이다.

그동안 노 대표는 국내 첫 커피재배 농가로서 각종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정작 실질적인 도움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감귤 등 다른 작물에 비해, 커피는 비가림 재배를 위한 하우스 설치비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최소한의 지원만이라도 이뤄지길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금만 도움이 이뤄지면 그동안의 결과를 토대로 제주가 국내 다른 어떤 지역보다 커피의 메카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게 노 대표의 믿음이다.

노 대표는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량은 세계 7위이고, 커피의 전 세계 무역량은 석유에 이어 두 번째”라며 “여기에 커피생두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로, ‘돈 되는 작물’인 커피에 대한 재배기술 연구에 행정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노 대표는 “커피농장내에 커피재배를 비롯해 수확·가공, 교육기관, 커피체험장 등이 커피와 관련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앞으로의 바람이자 목표”라며 “여기에 또하나 ‘제주커피’ 브랜드를 만들어 각종 문화상품과 연계시켜 제주를 커피의 메카로 만드는 게 반드시 이루고 싶은 소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