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생활]'민·형사상 모든 책임 부담' 문구에 대해

현창곤 변호사

2011-09-01     제민일보

   
 
     
 
거래와 관련해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 문구 자체만으로도 채무자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채무자에게 커다란 불이익이 가해져서 강한 강제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념이다.

그러나 '불이행시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약속을 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별다른 불이익을 가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상황에서 임차인을 바로 내보내고 목적물을 반환받고자 하는데, 임차인의 간곡한 부탁으로 '3개월만 영업한 후에 즉시 반환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이를 틀림없이 확인하는 차원에서 임차인에게서 그러한 내용의 각서를 받은 임대인이 있다고 하자. 그 임대인은 임차인의 이러한 약속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취지의 문구를 삽입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다시 약속을 지키지 않고 반환을 거부한다면 임차인에게는 어떠한 불이익이 있을까. 문구상으로만 본다면, 대단한 불이익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제재를 가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문구의 통상적인 의미는 '민사상이나 형사상으로 인정되는 범위의 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민사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위와 같은 경우에 임차인으로서는 목적물의 반환지연에 따른 통상적인 손해(기존의 월세 상당)만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건물명도로 인해 임대인이 입게 되는 다른 손해(예컨대, 더 많은 월세를 지급할 세입자와의 임대차계약이 무산되어 그 차액상당의 손해가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이러한 사정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된다.

한편 반환을 약속한 임차인이 이를 거부한다고 하여 이를 형사적으로 처벌하기도 곤란하다.

결국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문구만으로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불이익을 가하기에는 매우 불완전할 수 있으므로 손해배상에 대해 구체적인 조항을 두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