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필봉(文筆奉) 천마형(天馬形) 개오름
표선면 성읍리 개악(蓋岳,구악(拘岳)
일흔여섯번째이야기 - 뛰놀며 행룡하는 용들은 물을 만나면서 성정이 바뀐다.
한라산 어미에게서 동사면으로 출발하는 용이 소록산과 대록산을 거치면서 분맥하여 우도봉에 이르는 지맥중 소록산에서의 제2분맥은 대록산. 성불오름에서 비치미, 백약이. 문석이. 동거미. 손지봉. 용눈이. 은월봉. 두산봉. 지미봉. 식산봉. 소수산봉. 대수산봉. 성산일출봉으로 이어져 우도봉으로 지맥이 이어진다. 우도봉은 두곳에서 지맥을 함께 받는데 하나는 성산일출봉에서 다른하나는 지미봉에서 전해받는다. 가지맥의 분맥으로는 동거미오름에서 높은오름. 다랑쉬. 돛오름. 둔지봉으로 분맥하는 지맥이 돋보이는 한라산의 동사면 우백호 지맥이다. 하나가 두 개의 오름을 만들기도 하고 한오름에 둘 이상의 지맥을 함께 상승하기도 하면서 용세(산의기운)는 물을 만나면서 성정이 바뀐다.
대록산의 제1분맥에서 나뉘어 송당에 자리를 튼 성불오름은 등뒤를 서사면에 기대고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형상을 한다. 얼굴앞이 동사면이며 등뒤가 서사면인 오름이다. 여인의 가슴안에는 계곡수가 넘친다. 여인의 생기는 동사면 목장앞으로 흘러내리니 이땅에 양기가 넘친다. 비치미오름은 서사면으로 천미천이 행수하고 서북으로 등을 기대고 북동을 향해 두손 모아 공손히 절하는 무녀의 형상을 하고있으며 꿩이 나는 비치형(飛稚形)의 형국을 한다. 이러한 땅에는 항시 매나 독수리가 곁에 있어 꿩의 알을 탐해야하며 동시에 매가 꿩을 덮칠수 없도록 매를 견제하는 사냥개가 곁에 있어야한다. 이러하니 꿩이 나는 비치형의 산에는 꿩과 넘겨다보는 이와 견제하는 사냥개가 모두 함께 있어야 세를 이루기에 이를 삼수부동지격(三獸不動之格) 이라한다. 흉격사 중 조그만 봉우리가 산너머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혈을 훔쳐보는 형상을 탐(探)이라 하는데 도둑이 담장 밖에서 고개를 내밀고 집안을 엿보는 모습과 같기에 이를 규봉(규산)이라한다. 비치미 동사면 너머 백약이의 현무봉이 빼꼼이 비치미를 넘겨다보는 규봉이 되며 남사면으로는 매가 땅에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냥개 개오름이 견제를 늦추지 않는다. 꿩의 형상을 하는 비치미와 견제하는 사냥개의 형상을 하는 개오름이 삼수부동지격을 이루는 땅이다.
개오름의 유래는 두가지 설이 있다. 오름모양이 개와 같다고 하여 구악(拘岳), 개(개: 밥그릇 뚜껑, 혹은 양산)같다고 하여 개악이라 붙여졌다 전한다. 성읍2리의 진산으로 서북으로 비치미와 다정히 조응하나 북으로는 등돌린 돌리미가 무정하다. 서사면으로는 천미천이 흐른다. 남서쪽에서 상승하는 용이 동쪽에 현무를 드리우고 봉을 이룬후 좌선하는 용세가 돋보이는 오름이다. 현무봉을 이룬후 개오름의 분맥은 좌선(좌측으로 감아돌며 행룡하는 용)하여 감아돌며 사방으로 지맥을 내려보내는 형상이다. 여러갈래의 지맥이 정상에서 뻗어내리면서 산중턱위에서부터 이어져 북사면과 남사면에 계곡수를 이룬다. 동사면으로 등을 기대고 북동사면으로 양기를 내려보낸다. 동사면으로 말의 안장과 같은 평평한 양기의 땅을 이룬다. 천마가 내려와 자리를 튼 형상이니 천마형이다. 머리는 용이요 몸은 말과 같으니 용맥은 비룡입수하고 주변의 산세는 구름처럼 생겼다. 주변에 마굿간과 말구유, 풀더미 같은 사격이 있으면 더욱길하다.
문필봉은 붓 또는 죽순과 같이 뾰족하고 수려하게 생긴산으로 산신에는 지각이 없다. 이를 첨탐랑이라 하며 바르고 맑고 기이한 것이 길격이다. 비스듬히 기울거나 깨어진것은 나쁘다. 문필사가 상격이면 문장이 출중하여 과거급제하고 귀(貴)와 명예가 널리 알려진다. 그러나 깨어지고 부서진 문필봉이라면 어리석은 몽사(蒙士)가 나온다. 개오름은 상격의 문필봉이니 학문을 연구하는 자가 올라 산의 기운을 담기에 좋은 산이다.
산의 생긴모양과 그 안에 내재되어있는 氣는 서로 통한다. 풍수지리에서의 물형론(物形論)은 자연속에서 응집된 지기인 혈을 찾아내는 풍수론의 한 방법으로 산의 생긴모양과 그 안에 내재되어있는 기가 서로 통한다는 것을 전제로 산과 물 그리고 주변의 사(주변의 산)와 혈을 논한다. 즉 산의 형세가 웅장하고 활발하면 땅속의 기운도 왕성하며, 산세가 굴곡이 없고 쭉 뻗어있으면 그 속의 기운도 쇠약하게 보는 것이다. 이는 기의 격정을 통해 검증된다. 기가 흩어지거나 모이지 않는곳은 혈이 없으며, 산의 혈장은 그 산이 기를 집중한 곳이거나, 힘을 모은곳, 즉 산이 정신을 집중한곳에 있기 마련이다. 좋은 일이 구름과 비같이 일어나는 길격산이라 하더라도 진정 귀한 산이 되는것은 어떤 물을 만나느냐에 달려있다. 아무리 좋은 산이라 하더라도 물이 활처럼 굽어 치는 형상이고 침처럼 쏘는 형상이면 수기가 넘치는 산이되기마련이다....산은 안아주고 감아도는 물을 만나야 생기를 지켜낸다. 마치 사람과도 같다. 안아주고 배려하는 이의 곁에는 사람이 곁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