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 중심에 선 대표학교, 재도약 꿈꾼다

[마을의 역사와 함께하는 제주의 학교] <15>제주북초등학교

2011-10-31     김봉철 기자

▲ 제주북초등학교 전경

104년 제주 최고 역사와 전통 자랑
공동화 윅, 특별 수업으로 극복

"제주북초등학교는 한 세기를 훌쩍 넘는 역사 속에 제주사회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훌륭한 인재들을 양성해낸 제주의 자랑입니다. 그러나 현재 모교에 닥친 어려움을 자부심만으로 극복하기는 어려운 일이기에, 후배들이 잘 자라나 미래를 걸머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우리 동문들이 함께 감당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고희범 총동창회장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100년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주북초등학교지만 세월의 흐름 앞에서 비켜갈 순 없었다. 지난 100년을 넘어 새로운 '백년대계'를 위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제주북초를 찾았다.

# 제주 근대교육의 발상지

"근대교육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제주도 최초의 학교터. 1907년 윤원구 군수는 이곳 객사대청 터에 제주공립보통학교를 창설하였으며 아울러 중등교육과정인 의신학교도 병설하였다" (제주북초 '제주교육발상지' 표석 중)

제주북초등학교(교장 김춘식)는 현재 도내 학교중 가장 오랜 104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제주 근대교육의 발상지이다.

제주도교육청이 펴낸「근·현대 제주교육 100년사」를 보면 제주북초등학교의 전신인 제주공립보통학교는 1906년 8월 부임한 윤원구 제주군수가 조선정부가 일본은행에서 도입한 교육차관 500만원 가운데 8000원을 할애받아 제주목의 객사였던 영주관을 개축해 1907년 5월 제주공립보통학교를 설립했다고 적고 있다.

개교 당시 학교 위치는 제주목공립소학교 자리인 총물당(현 인천문화당 자리)이었다. 1년쯤 이곳에서 교육하다 학생들이 2학년으로 진급할 무렵인 1908년 객사를 수리해 학교를 옮기니, 이것이 현재의 제주북초등학교 터전이 됐다.

▲ 제주북초 개교 100주년 기념탑
# 제주사의 중심으로

제주공립보통학교는 혼란스러웠던 제주 근·현대역사의 한 가운데 서서 온몸으로 풍파를 맞아야 했다.

1919년 3월 조천만세운동의 주역인 김연배, 김장환 등을 비롯해 1920~1930년대 항일운동을 주도했던 이들 다수가 제주공립보통학교 출신이었다.

1920년 5월25일 사월초파일 행사에 참석해 돌아오다 기습적으로 '독립만세'를 외친 만세시위를 비롯해 1928년 2월17일 일제통치 부당성 폭로 게시물 철거에 반발하며 동맹휴학을 단행하는 등 많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항일운동에 뛰어들었다.

제주의 가장 큰 비극인 제주4·3도 1947년 3월1일 제주북초 운동장에서 열린 '제28주년 3·1절 기념식'이 시초가 됐다. 제주북초가 그 한가운데 있어야 했던 이유는 당시 제주북초 운동장이 해방직후 대중의 정치사회적인 요구를 뿜어내는 집회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앞의 '서울광장'처럼 제주의 중심지에 있는 가장 큰 학교라는 이유로 '교육'과는 무관한 상처를 안아야 했다. 그것은 고스란히 제주사가 됐다.

▲ 초창기 교사(校舍) 영주관 모습.
# 구도심 공동화 '위기'

그렇다고 '학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해방이후에는 재학생이 2000명이 넘는 등 전성기가 시작됐으며, 1980년대에 이르러 50학급, 학생수 3000여명으로 도내 최대의 규모를 자랑했다.

이후 산아제한과 도시개발로 도심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구도심 인구가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1995년부터는 학생수가 1000명 이하로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2011년 현재는 18학급, 431명이  맥을 이어가고 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운동회를 치를 때마다 수 많은 재학생들로 한없이 좁게만 보였던 운동장이 이제는 전교생이 뛰어 놀아도 넉넉해져 지나간 세월을 느끼게 한다.

과거의 영광이 때로는 부담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학교 건물 자체가 역사적·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게 되다보니 이제는 건물에 손대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됐고, 예로부터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땅만 팠다하면 유물이 나와 운동장에 잔디 하나 깔지 못한다"는 웃지 못할 하소연도 들린다.

과거의 행정기관과 부속건물, 병원, 상업시설 등 주변 시설도 이제는 낡은 건물이 됐고, 과거의 법에 묶여 있는 유흥시설은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양인자 교감이 제주북초 100주년 기념 역사관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 제2의 전성기를 꿈꾸며

개교 100주년(2007년)을 기념해 2009년 발간된「제주북초등학교 100년사」에는 학교가 지난 100년간 걸어온 발자취와 함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이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제주북초는 먼저 개교100주년 기념탑과 역사관을 건립하며 2만3000여 동문들의 의지를 하나로 모아나갔다.

개교 100주년과 맞춰 2007년부터는 제주형자율학교로 지정, 차별화된 교육과정과 통학버스 운영을 통해 2006년 13학급 365명까지 줄어들었던 규모를 현재 18학급 431명으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2009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하는 영어교육 우수학교인 '2009학년도 영어교육 리더학교'로 선정돼 교과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제3기까지 자율학교 운영을 통해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 없이도 학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첨을 맞춘 결과였다.

52개 교실중 남는 곳을 가정, 공항 등 테마별 영어교실로 꾸며 학원 이상으로 현장감 있는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 호응을 얻었다.

또 학생들의 다양한 특기와 적성을 살리기 위해 18개 부서, 51개반으로 학생수에 비해 풍부하게 운영되는 방과후교실은 전남 죽곡초를 비롯한 전국 학교들이 벤치마킹하러 찾아올 정도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춘식 교장은 "6학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기초학력미달 학생수 '0'을 기록하는 등 그간 노력해온 성과가 나타나 기쁘다"며 "구도심 지역이 다시 활기를 찾는데에도 학교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