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하천·화산초 '한마음·한학교'
[마을의 역사와 함께하는 제주의 학교] <16>한마음초등학교
우수학교 성장…학생수 문제는 여전
"처음에는 반대도 없지 않았지. 수십년을 이어온 마을의 학교가 사라진다는데 누가 선뜻 환영하겠어. 그래도 결국 통합하기로 한 건 순전히 아이들을 위해서였어" 한마음초등학교의 초대 학교운영위원장을 지냈던 강순배씨는 통합학교 출범 전 마을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 통합학교 개교 전 가시초, 하천초, 화산초는 길게는 50여년부터 짧게는 3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1990년대 이후 인구 자연감소와 도시집중현상으로 취학아동이 급격히 감소, 재학생수가 60~70명 수준인 '소규모학교'라는 달갑지 않은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지속적인 학생수 감소로 복식학급을 운영할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한 학력 저하와 단체교육활동 곤란, 교육 투자 감소 등 학교교육의 질 저하가 문제점으로 떠올랐다.이에 따라 지역주민들은 사정이 비슷한 3개 초등학교를 통합해 새로운 학교를 만들자고 뜻을 모았고, 때마침 정부의 농어촌학교 현대화 사업과 맞아떨어져 하천리 마을공동목장이었던 1794-1번지에 41억5000여만원의 공사비를 들여 2001년 한마음초가 세워졌다.
# 우여곡절 끝 통합학교 출범
한마음초 개교 전 이 지역에는 가시리에 가시초, 하천리에 하천초, 세화리에 화산초가 각각 운영되고 있었다.
1946년 설립된 가시초는 1948년 제주4·3으로 학교가 전소되고 교장이 공비에 피살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두 번의 폐교와 설립을 거듭한 끝에 1962년 제1회 졸업을 시작으로 2001년 제40회까지 총 138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옛 교사는 현재 사진 전시와 오름탐사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자연사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천초는 1963년 표선초 하천분교장으로 시작해 1967년 하천국민학교로 승격, 2001년까지 33회에 걸쳐 총 988명을 배출했다. 현재 '제주화석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야영수련장인 '탐라스포텔'이 들어선 화산초는 1946년 11월 학교설립을 인가받아 2001년 51회까지 총 1729명이라는 가장 많은 졸업생을 배출했다. 가시초와 가마초, 토산초 등 주변학교들의 전신이 됐던 가시분교장, 가마분교장, 토산분교장을 각각 개설한 바 있다.
애초 통합이야기가 흘러나왔던 것은 화산초와 가마초 두 학교였다. 당시는 이들 학교 뿐만 아니라 신산초, 추자초 등 도내 많은 학교들에 폐교·분교 압박이 들어오는 복잡한 상황이었다.
주민들에 의하면 이때 세화리에 부지까지 마련했으나 가마초 동문회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청은 이에 학교 두 곳보다 세 곳을 합치자고 제안, 화산초와 가시초에 이어 하천초까지 통합 대상에 오르게 됐다. 당시 각 학교 동문들은 '마을에 학교 하나는 있어야한다'고 합심해 학교살리기에 노력했지만 합반수업 등 교육여건 악화를 우려해 결국 통합에 동의하게 됐다.
2001년 하천리 부지에 교사를 신축하고 농어촌현대화 시범학교로 새롭게 개교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학교이름은 공모를 통해 하천리 2번지 강옥봉씨와 당시 하천초 5학년 양주원 어린이가 공동제안한 '한마음초등학교'로 결정됐다. 마음을 하나로 합쳐 세 마을의 공동발전을 이루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한마음초가 2001년 제주도내 첫 통폐합학교로 탄생하기까지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자기 마을의 학교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 통합학교를 유치하려는 경쟁이 펼쳐졌다.
여기다 입지나 학생수, 역사 등 각 학교마다 내세울만한 근거가 있다보니 어느 한 학교를 중심으로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때문에 각 마을이장이 부위원장으로 있던 농어촌현대화시범학교 유치위원회는 공평주의에 입각해 세 학교를 모두 폐교하고, 새로운 학교로 출발키로 결정내렸다.
대신 기존 학교의 역사와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교내에 교육역사관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역사관은 2008년 2월 개관해 현재 가시초·하천초·화산초·한마음초의 교기와 상장, 우승컵, 졸업앨범, 향토자료대장 등 역사자료 300여점을 전시하며 졸업생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세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한마음'으로 뭉치게 하는데는 축구도 한 몫했다. 전부터 축구로 유명한 지역이라는 특성을 살려 통합학교 개교 1년전부터 '한마음자율축구단'을 만든 것이다. 3개 학교 학생들이 모두 참여한 한마음축구단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기대회에서 세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화합을 다지는 역할을 수행했다.
한 마을주민은 "축구단 결성 후 처음으로 교육감기 결승에 올라갔을때는 세 학교의 학생·학부모 300여명이 결승전이 열린 제주시내로 함께 찾아가서 열렬히 응원했다"며 "마을과 학교의 화합에 축구가 효자역할을 한 셈"이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밖에도 학교운영위원장과 어머니회장, 유치원자모회장을 각 마을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지내기로 하는 등 마을간 단합을 해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다.
이렇게 주민들의 뜻이 하나로 모아져 탄생한 한마음초는 올해 10회 졸업생을 배출하기까지 농어촌현대화 시범학교와 교실수업개선 시범학교, 제주형자율학교 지정 등 든든한 지원 속에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지난 2007년 학교평가결과 최우수 학교로 선정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2008년 공교육 강화 4대 프로젝트 추진평가 우수학교 선정, 2011년 모다들엉 학력향상 우수학교 수상 등 좋은 평가가 잇따랐다. 지난 4년간 생활영어강사를 채용하고 영어수업을 늘리는 등 영어교육에 집중 투자한 결과, 2010년 영어교육 리더학교 100대 우수학교에 선정되고 국가국가수준학력평가에서 74%가 '우수' 성적을 거두는 등 새로운 강점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10년간의 성과 뒤에는 고민도 있다. 학교 출범 때 190명에 달했던 학생수가 현재 111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전 학교들이 걸었던 길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학생수 확대 방안을 고심하고 있으나 전국의 농어촌학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라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강순배 전 학교운영위원장은 "한 해 지역내 취학아동수가 20명이라 치면 이중 5~6명이 타 지역 학교로 진학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구를 늘릴 방법이 마땅찮은 현실에서 빠져나가는 아이들이라도 잡을 수 있도록 지역주민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애교심'을 키울 방법을 학교와 마을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