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생태계 수직·수평 가파르게 이동
[기후변화 중심의 제주, 위기서 기회 찾다] 1부 제주지역 기후변화 위기 현실로 1. 제주 육상생태계 흔들
제주해안지역은 열대 및 아열대식물 점차 확산…민감한 반응
제주도는 지난 80여년간 연평균기온이 매년마다 0.02도씩 상승하며 현재까지 1.6도(2009년 기준) 상승했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매년마다 0.05도씩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제주의 육상생태계는 1950m의 높이의 한라산이 있어 온대부터 아고산대까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작고 고립된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제주의 동식물생태계 또한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다.
△멸종위기에 놓인 한라산 고산식물
제주는 높이 1950m의 한라산이 솟아 있어 식물의 수직분포가 뚜렷한 특징이 있다. 해발 600m까지는 난대 상록활엽수림대가 있으며, 600~1400m는 온대낙엽활엽수림대, 1400m~정상은 아고산대(또는 아한대)가 분포하고 있다.
제주의 산림식생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기후대와 지형·지질에 따라 다양한 식물분포를 보이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식물생태계의 보고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제주의 식물생태계가 기후변화로 인해 위기에 처해 있다. 한라산의 대표적인 고산식물인 구상나무는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위기식물로 상징되고 있다.
기온상승으로 인해 한라산 아고산대 생태계가 점차 정상 부근으로 좁아지고 있고, 그 자리를 온대식물이 점령하고 있다.
구상나무 뿐만아니라 산철쭉, 눈향나무, 시로미 등 130종의 한라산 고산식물생태계 자체가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한라산의 구상나무 군란을 항공사진과 위성영상으로 분석결과에서는 1981년 262㏊에서 2007년 216㏊로 18%가 감소했다.
구상나무가 사라지는 자리를 온대식물인 소나무가 빠르게 번식하고 있다. 1967년과 2009년을 비교해 한라산의 소나무분포지가 사제비동산(해발 1330~1450m)의 경우 11.6㏊에서 19.9㏊로 증가했으며, 최고해발고도는 1390m에서 1440m로 높아졌다.
돈내코등산코스 해발 1080~1500m 일대에서도 소나무가 23.9㏊에서 56.4㏊로 급증했으며, 최고해발고도도 1400m에서 1490m로 상승했다.
제주조릿대도 20년전에는 해발고도 600~1400m에서 주로 자랐지만 지금은 1800m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시로미, 한라고들빼기, 한라구절초 등의 한라산고산식물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처럼 한라산고산식물들이 기온상승으로 온대식물과의 생존경쟁에서 밀리고 있고, 한라산내에서 피난처를 찾지 못해 정상부근까지 밀려나면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최악의 경우 2100년에는 기온이 3도 정도 상승해 한라산의 고산식물은 멸종되고, 정상부근까지 소나무를 비롯한 온대식물이 점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주 생태계 수직상승 가속화
기온상승 등으로 제주의 생태계는 수평적 이동 뿐만아니라 수직적 상승도 가져오고 있다. 제주도의 해안과 저지대의 난대상록활엽수림은 아열대 또는 열대우림으로, 중산간지대의 온대상록활엽수립은 난대활엽수림으로 빠르게 바뀌며 제주육상생태계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아열대 및 열대동식물들이 제주토종생태계를 침범하고 있다.
열대와 아열대지방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코멜리나 벵갈렌시스와 코멜리나 대퓨사가 2010년 제주에서 처음으로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닭의장풀과에 속하는 단자엽식물인 2종류는 지금까지 일본 오키나와 남부지역과 대만 이남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주에서 발견되면서 아열대와 열대지방 식물종들이 제주까지 북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열대식물인 통탈목과 파초의 경우 서귀포해안의 좁은 지역에 한정된 상태로 서식했지만 현재 해발 300~500m까지 자생하는 등 아열대와 열대식물종들이 제주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온대식물인 억새는 해발 200~600m 부근 중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서식했지만 최근 10년사이 해발 1700m의 고산지역인 한라산 윗세오름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현재 보호대책이 시급한 제주의 희귀식물은 157종이며, 이 가운데 56%인 88종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자연천이인 것으로 연구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식물생태계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의 동물생태계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양서류가 기후변화에 민감한 동물종이며, 최근에는 제주도롱뇽의 산란시기가 2월하순에서 1월 하순으로 1개월 빨라진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남미의 아열대지역이 원산인 왕우렁이의 경우 제주에 식용을 위해 양식했다가 자연생태계로 유입했고, 기온상승 등으로 제주환경에 적응하면서 제주지역 대부분의 습지에서 서식하고 있다.
남미의 원산인 뉴트리아도 가죽과 식용 등을 위해 제주서 사육되다 생태계로 유입됐고, 제주환경에 적응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 "한라산 등 제주 지리적 특성, 생태계 기후변화에 예민해"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박사는 제주의 육상생태계가 기후변화에 민감한 주된 이유로 제주만의 지형적 특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북위 33도에 지역 가운데 가장 민감하게 기후변화에 반응하는 곳이 제주도다"며 "제주는 좁은 면적에 다양한 생물종이 밀집해 서식하고 있고, 고립된 섬이라는 특성상 피신처가 없어 기후변화에 육상생태계가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라산 아고산대생태계는 매년 해발 70~210㎝씩 상승하고 있고, 100년후에는 한라산 정상부근까지 온대생태계로 변하게 된다"며 "구상나무를 비롯한 한라산 고산식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인해 제주의 수직생태계가 단순해지고 있다"며 "특히 열대와 아열대의 외래식물종의 침입이 쉬워지고 있고, 실제로 열대식물인 코델리아 벵갈렌시스가 처음으로 제주에서 발견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또 "예전에 서식했던 아열대식물들도 해안일부지역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해발 500m까지 확산됐다"며 "제주의 육상생태계가 수평 그리고 수직적으로 이동이 빨라지고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식물생태계 변화는 먹이사슬의 변화로 이어져 동물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곤충과 양서류의 번식주기 변화는 또 다시 식물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만큼 제주육상생태계가 기후변화로 인해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박사는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육상생태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더욱 심층적인 연구와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전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재 종자보존은 물론 현지 자연상태에서 보존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