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선문’ 신광 사름간 경계선이렌덜 골읍주

[제주어기획/"어멍아방 영 살았져"](78) 엿말곧기④방선문(訪仙門)

2012-04-13     제민일보

▲ 방선문 계곡
나가 두린 때 아바지나 동네 어른덜신디 들엇던 방선문광 나가 은 후제 듣곡 방선문 이약을 잘 갈라그네 아보쿠다.

엿날, 막 먼 엿날부터 바당 한가운듸 신선이 사는 할락산이 셧주마씸.

이 섬 지키는 신선덜은 이 산 꼭대기에서 만나그네 시상 다스리는 이약도 곡 바로 하늘 우이 신 옥황상제신디 알뤠곡 멩을 받기도 엿주마씸. 경고 이 꼭대기엔 곡 깨끗 물이 느량 궤영 잇인디 그듸가 선녀덜이 려왕 몸는 듸라십주.

옥황상제는 신선덜신디 “선녀덜이 몸을 때랑 시 자리를 피시오”고 멩여 놔십주기. 경연 선녀덜이 몸을 때마다 신선덜은 할락산 꼭대기에서 가차운 한냇창으로 구름 탕 훌짝 려왕 쉬는 듸가 셔신디, 그듼 물이 느량 흘르곡 기암절벽덜이 주짝주짝 펭풍치 쳐젼 싯곡, 가운듸가 출입구치 고망이 크게 라진 큰 바위가 나 싯곡, 봄읜 양펜 엉덕에 진달래꼿덜이 곱닥곱닥 만발고 여름에는 여라가지 생이덜이 아왕 놀레불르곡 슬의는 기묘게 어울리는 단풍덜이 보는 사름신디 탄성이 나오게 는 곳이요 저슬 설경 또 너믜 좋은 곳이랏주마씀. 그 냇창 에염읜 시철 풍광이 좋아노난 속세의 선비덜토 버데덜 먼 질 걸어 올라왕 그듸 신 크곡 널른 먹돌 우이 앚앙 책도 익곡 시도 을프곡 장기도 두멍 풍류를 즐기기도 는 듸라십주.

어느 헤 더운 여름 중복 날 선녀덜이 몸젱 할락산 꼭대기에 신 못에 려오자 신선덜은 구름 탄 또시 그 한냇창으로 려와신디 신선 나가 오꼿 려오들 못연 선녀덜 몸는 걸 곱안 봐부럿젠마씸. 옥황상제가 크게 노연 “당장 그 신선을 헤양 사슴으로 멩글앙 그 못을 지키게 라”여신디 그 못이 바로 백록담이렌 는 딉주.

그루후제도 백록담에서 선녀덜 목욕은 계속 뒈여신디 어느 날 몸 다 안 간 선녀 나가 옥황상제신디 알뤠기를 “옥황상제님, 백록담이 물도 좋곡 시원연 몸기  좋사옵니다. 오나 몸을 때마다 헤양 사슴이 바력바력연 너믜 부치럽사옵니다. 이제랑  듸서 몸게 여주옵소서.” 그 말 들은 옥황상젠 그 백록이 바로 신선이 변 모냥인 걸 잘 아난 고개를 끄닥이멍 아십주. “알앗저. 게민 신선덜이 시 쉬는 그 한냇창에 물을 느량 흘류멍 고이는 듸가 시난 그듸서 몸곡 신선덜은 그때랑 그듸 가지말앙 질로지썩 일덜을 도록 시오” 고 멩여십주.

그루후제는 선녀덜이 그 냇창의서 목욕을 게뒈십주.

어느 헤 진달래 꼿섭덜이 름에 불리멍 냇창을 고롱이 다 더프고 난 초여름 보름 밤, 하늘에서 구름 멧 줄거리가 리추룩 놔젼게 선녀덜이 그걸 탄 려완 몸게 뒈십주. 경듸 그날 선녀덜이 몸는 듸서 꼼 떨어진 바위 우티 선비 둘이 앚안 빗 아래 바둑  수 두곡, 시  수 흥으리곡, 술  잔 드르쓰곡 멍 삼매경에 빠젼 잇어십주. 멀리서 몸던 막냉이 선녀가 그 광경을 보다그네 선비 중  사름을 째기 보게 뒈십주. 덕대광 마직게 양지도 소롬고 고운 그 젊은 선비를 보자마자 막냉이 선녀는  눈에 반여 부런마씸. “아, 사름 시상에 저추룩 잘 생긴 소나의가 싯구나…” 그 선녀는 갑재기 랑에 빠져 부러십주. 몸는 것도 이분냥 허둥대단 보난 언니덜이 옷 다 입언 하늘로 올라갈 때장 혼차 털어져 부러십주.

선녀덜이 다 돌아와신디 막냉이가 읏인 걸 안 옥황상제가 구름을 젓으멍 아래를 바려보난 그 선녀가 젊은 사름 나를 곱안보멍 고개만 자웃자웃 정신읏이 앚아신거라마씀. 옥황상제는 부에가 막 나그네 “막냉이 선녀를 확 잡아들이곡 또시는 하늘 아래로 려가지 못게 여라” 멩여십주.

하늘 우티 가두와진 막냉이 선녀는 그 젊은 선비가 보고정연 상사빙이 나십주. 언니덜이영 치 몸으레도 못려가곡 그 선비를 보도못곡 난 도 읏지 아무컷도 먹들 못지 얼굴도 볼춤읏이 뒈여가곡 알란눅게 뒈여십주. 옥황상제도 들지 안 수가 읏어십주. “신광 사름은 달르난 절대 합쳐지들 못는 건디…”멍.

오래 들단 옥황상제가 선녀와 신선덜을 딱 백록담에 모도와 놘 새로운 멩을 려십주. “다덜 들으라. 신광 사름은 나다. 아멩여도 인연이 안뒌다. 게도 신선덜토 사름시상을 보당보민 음이 동영 처신을 졸바로 못기도 다. 게난 지금부터 사름광 신의 이에 그믓을 긋으키여” 멍 선녀덜이 몸던 한냇창을 리치멍

“물 고 풍광 좋은 저 한냇창에 신 큰 바위 고망을 경계선으로 겟다. 어떤 경우라도 나 허락 읏이 그 고망을 지낭 사름덜 시상으로 려가믄 안뒌다. 그듸에 오는 사름덜 음을 알아들엉 그것이 옳곡 좋은 일이민 도왜주어도 좋다. 만약시 나 멩을 안들엉 그 고망을 지낭 려가믄 신선세계에서 좇아내곡 그 신의 일홈을 밀어불겟다” 고 큰 소리로 멩고 그 막냉이 선녀도 금족을 풀러줘십주.

그루후제 막냉이 선녀는 하늘광 땅을 올락력멍 이녁이 궤우던 그 선비를 바려져시민 고 그듸를 주 뎅겨신디, 꼿도 하영 피곡 시상 새썹덜이 미쭉미쭉는 어느 봄날 지드리던 선비가 혼차 나타난 그 고망바위 알녁펜의서 크곡 널른 먹돌 우의 앚안 책을 페완 익곡 붓글도 쓰곡 시도 을프곡 기를 헤 는 거라마씀.

그 선녀는 선비의 음을 알아려십주. 경고 이녁이 사름광 인연이 안뒈는 걸 뻬아프게 생각멍 확게 하늘에 돌아간 옥황상제를 아가십주.

“옥황상제님, 저는 펭싱 이듸 하늘에서 혼차 살쿠다마는 착고 큰 사름이 뒈고정 저 젊은 선비의 꿈이 일루어져시민 좋겟습니다”고 알뤠엇덴마씸. 경 으난 옥황상제가 “알앗저. 게민 경 뒐 거여”고 대답여신디 그 젊은 선비는 말짜에 아주 덕망 노프고 큰 사름이 뒈엿젠 네다.

그지후제도 선녀덜이나 신선덜이 할락산 꼭대기서 구름 탕 훌짝  발로 려왕 쉬어간뎅는 그 풍광 좋은 한냇창! 사름덜은 그 냇창에 고망 라진 냥 잇인 바위를 ‘방선문’이렌 으멍 신광 사름간의 경계선이렌덜 읍주. 경고 그 고망 북펜의서 음에 잇인 소원을 빌믄, 아무 때라도 신이 그듸 왓당 그 음을 알아내영 냇창 끗 할락산 꼭대기에 올라강 하늘에 전곡 하늘은 그 소원을 알아들은덴 주.

글 양전형 시인·㈔제주어보전회 이사

㈔제주어보전회(www.jejueo.com) 제공

갈르다 : 사리를 분별하여 한계를 짓다

버데 : 벗과 더불어 함께

궤다 : 고이다

느량 : 늘

고망 : 구멍

멩글다 : 만들다

바력바력다 : 자꾸 쳐다보다

흘류다 : 흘러가게 하다

질로지썩 : 저마다 따로따로

줄거리 : 줄기

드르쓰다 : 마시다

흥으리다 : 흥이 난 소리를 하다

덕대 : 사람 키와 몸피

마직다 : 알맞다

소롬다 : 갸름하다

볼춤읏이 : 볼나위없이

알란눅다 : 앓아서 눕다

나다 : 다르다

일홈 : 이름

올락력 : 오르락 내리락

궤우다 : 아끼고 사랑하다

헤 : 하루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