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바다·사람 동화되는 아름다운 '섬'

[그 섬에 가면] 6. 가깝지만 먼 섬 '추자도'

2012-09-02     강승남 기자

한반도·제주본섬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
6개리·2600명 터전 지리·문화적 중간지대
추자 10경 등 인기 관광객 100만명 목표

제주항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추자도는 제주본섬과는 조금 다르다. 주민들이 쓰는 말투는 물론 생활문화까지 제주본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지리적·문화적 중간지대

한반도와 제주본섬의 중간지점에 자리 잡은 추자도. 1272년(고려 원종12년)까지 후풍도(候風島)라고 불리다 전라남도 영암군에 소속될 무렵 추자도로 불리게 됐다는 설과 조선 태조 5년 추자나무 숲이 무성해 추자도로 불리게 됐다는 설이 있다. 추자도는 현재 대서리와 영흥리, 묵리, 신양1리, 신양2리, 예초리 등 6개 리에 1300여 가구 2600여명이 터전을 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전라도 영암군·완도군에 딸린 섬이었다. 1946년에 이르러서야 북제주군에 편입됐으니 제주와의 본격적인 연은 60여년이다. 이로 인해 추자도는 여전히 호남문화가 짙다.

행정구역상 제주시 추자면. 하지만 이곳에서는 '제주말'을 듣기가 쉽지 않다. 대개 호남지역 말투다.

그동안 상급학교는 대개 전라도 쪽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20여 년전부터 제주도로 학교를 다녔다. 이로 인해 추자도는 지역적·문화적으로 중간지대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추자도 신양항
▲ 추자도와 제주본섬·육지를 잇는 정기여객선

추자도의 중간적 성격은 예로부터 제주본섬과 한반도를 연결하는 징검다리였다. 그 옛날 이곳을 징검다리 삼아 영암·무안·진도 등으로 가는 뱃길이 있었다. 제주에서는 애월·조천으로 드나들었다고 한다.

고려 말 최영 장군이 묵호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제주로 향하다 바람과 파도를 피해 머물렀던 곳이다.  추자도 주민들은 최영 장군 사당을 세우고 최영 장군을 모시고 있다.

▲ 상추자도에 위치한 추자항 전경.

△섬마다의 특성 살린 '추자 10경'

추자군도는 상·하추자도, 추포도,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관탈섬 등 38개의 무인도 등 촟 42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추자군도에 속한 섬마다 제각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특성을 살린 게 바로 '추자 10경'이다.

소 머리 모양의 섬인 우두섬의 해돋이가 으뜸인 '우두일출'을 비롯해 추자도 서북방의 거북 모양을 가진 직구섬의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노래한 '직구낙조'는 추자 10경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절경이다.

▲ 자갈해수욕장
▲ 추자도 신양항 앞바다에 위치한 사자섬

여기에 황금어장 신대에서 고기떼가 노는 모습을 연출한 '신대어유', 사자섬 절벽에서 기러기가 바닷 속으로 내려 꽂히는 장면인 '수덕낙안', 석지머리 청도 섬의 푸른 소나무가 일품이라는 '석두청산', 신양포구 장작지의 자갈 해수욕장 '장작평사', 추포도 멸치잡이 배의 불빛 '추포어화', 횡간도로 돌아오는 고깃배들의 풍경 '횡간귀범', 관탈섬의 무심한 푸른 파도 '곽개창파',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보름섬의 그리움을 표현한 '망도수향' 등도 한번을 꼭 봐야한 추자의 모습이다.

△힘겨웠던 삶

추자도는 끊임없이 왜구에게 시달렸다. 왜구들은 심지어 20세기 초반까지도 '수적'이란 이름의 바다도둑떼가 설쳐댔다. 일제강점기에는 수산자원에 눈독을 들인 일본인들이 대서리에 진을 쳤다. 학교와 조합을 만들고 삼치어업에 매달렸다.

섬에는 '시와다 그물사건'이라는 어민항쟁이 전해진다. 1926년 5월14일 추자 주민들이 대거 운집해 면장과 추자어업조합에 항의했다. 결국 목포와 제주에서 경찰이 들이닥치고 소위 주동자 21명이 검거돼 압송됐다. 어업조합과 면장 등이 공모, 은행에서 빚으로 어구를 사들이고 갑절이나 비싸게 판매한데다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우뭇가사리를 강제 매입한데서 비롯된 사건으로 전해진다. 일본인들이 대형그물로 싹쓸이 하듯 고기를 잡아들이자 이에 반발했다는 증언도 있다. 일제의 수탈적 약탈어업이 빚은 결과였다.

▲ 추자도 명품 참조기작업모습.
▲진공포장된 추자도의 명물 참굴비

△굴비의 고장·낚시의 천국

추자도의 청정해역은 낚시꾼들에게 호평을 받는다. 추자도로 향하는 여객선에는 낚시가방을 메고 배에 오르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추자도를 '바다낚시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바다낚시 하면 추자도를 떠올린다.

굳이 배를 타고 무인도까지 나가지 않아도 섬을 둘러싼 모든 갯바위가 낚시 포인트이며 계절을 불문하고 낚시꾼들이 넘쳐난다.

섬 어디를 가도 참돔, 농어, 돌돔, 감성돔 등 고급 어종이 넘쳐나고 특히 겨울이 시작되는 11월부터는 '최고의 손맛'이라는 감성돔 소식이 전해질 정도다.

추자도에서 '충동적'으로 낚시가 하고 싶어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곳곳에서 1만원의 대여료만 내면 갯바위 낚시를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추자도의 특산품하면 '멸치젓갈'을 꼽았다. 지금도 멸치젓갈이 팔리곤 있지만 현재의 추자도 최고 특산품은 추자굴비다.

예전에는 영광 등지에로 생조기를 출하했는데 이제는 아예 굴비로 가공하고 있다. 그동안'어획량에서 최고를 자랑하는데 문제는 브랜드 가치가 덜 알려졌다'는 푸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해양관광진흥 선포

추자면은 올해를 '추자도 해양관광진흥의 해'로 지정했다. 추자 10경 등을 해상관광상품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연중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섬·바다·사람이 동화돼 살아가는 아름다운 생명의 섬'을 모토로 내걸었다.

2010년 개장한 추자올레(제주올레 18-1코스)는 빼놓을 수 없는 추자관광의 핵심이다. 난이도가 높지만, 바다와 섬, 섬과 사람이 어우러져 하나가 될 수 있는 명코스 중 하나다.

추자항에서 출발해 다시 추자항으로 돌아오는 17.7㎞ 구간으로, 도보로 6~8시간이 소요된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5차례 치러진 '추자참굴비축제'도 볼거리다.

이와 함께 추자도는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찾아가고 싶은 섬'가꾸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며 △참굴비축제 활성화 테마공간 조성사업 △스토리 공공디자인 사업 △참굴비나라 체험휴양랜드 조성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박종영 추자면장은 "추자도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은 극복, 꿈과 희망이 함께하는 행복한 섬 추자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보다 나은 관광여건을 조성하고 관광객을 가족처럼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