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 가득한 화구호가 일품인 '명승'오름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34.사라오름

2012-09-19     김철웅 기자

▲ 사라오름의 멋은 맑은 물로 가득한 화구호다. 만수 상태 화구호의 동쪽 모습을 파노라마 촬영했다.
오히려 언제나 있지 않은 물이 매력인 산정호수
길고 완만한 탐방코스도 매력…탐방 4시간 내외

사라오름의 멋은 맑은 물로 가득한 화구호다. 특히 화구호의 물이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감칠맛이다. 한라산에 비가 온 뒤에는 탐방로 데크 위를 걸어도 무릎이 잠길 정도로 물이 넘실대지만 시간이 지나면 땅속으로 스며들며 사라져버린다. 사라오름은 한라산 정상을 오르는 성판악코스 중간지점에 있어 멀기도 하지만 그 먼 길이 또 다른 매력이다. 완만한 경사에 숲으로 우거진 탐방로는 트레킹코스로 그만이다. 그래서 누구나 사라오름을 좋아한다. '명승' 타이틀을 부여한 화구호에 물이 가득한 '장관'까지 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사라오름의 소재지는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산2-1번지다. 오름 정상을 남원읍과 제주시 조천읍의 경계가 지나지만 화구호 등 오름 주요부분이 남원읍에 있다. 사라오름은 비고가 150m로 368개 오름 가운데 26번째인 비교적 높은 오름이다. 저경 877m에 면적은 44만686㎡, 둘레는 2481m다.

사라오름은 탐라순력도(1703년)와 제주군읍지(1899년) 등에 사라악(沙羅岳)·사라악(舍羅岳)·사라봉(紗羅峰)으로 표기돼 있다. 제주시의 사라봉(紗羅峰)과 동명인 것은 확실하나 유래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사라'는 우리말로 됐던 원래 오름 이름을 한자로 차용한 것이고, 악(岳)이나 봉(峰)은 오름의 훈독 표기라는 정도다.

사라오름은 인기가 아주 높은 오름이다. 맑은 물로 가득한 화구호와 트레킹코스로도 그만인 완만한 경사의 탐방로 덕분만은 아니다. 속세에 공식 데뷔한 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새로운' 오름이기 때문이다.

사라오름은 2010년11월1일 '한라산국립공원' 내 오름에선 최초로 개방됐다. 도내 오름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산정호수 등 자체의 아름다움과 함께 한라산은 물론 서귀포시 동쪽 해안까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관 조망점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덮어두기엔 너무 아까웠다. 여기에 사라오름은 2011년10월13일 제83호 명승으로 지정, 주가를 더욱 높였다.

A=성판악 B=속밭 대피소 C=사라악샘터 D=사라오름 입구 E=화구호 F=정상 G=전망대 H=진달래밭 대피소 I=한라산 정상 J=성널오름 K=논고악 L=물오름
사라오름은 성판악휴게소(탐방로지도 A)에서 출발한다. 제주시 종합경기장에서 5·16도로를 따라 20㎞다. 성판악휴게소에 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나 자리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성판악휴게소를 출발하면 사라오름까진 7.1㎞다.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성판악탐방로 상 사라오름 입구(〃D)까지 약6.8㎞에, 그곳에서 목재데트로 화구호까지 300m 정도다. 한라산탐방로 안내도는 성판악~속밭대피소 4.1㎞에 1시간20분, 속밭대피소~사라오름 입구 1.7㎞에 40분, 입구~사라오름 정상 600m 왕복에 40분이다. 성판악을 출발, 사라오름을 왕복하는 데 4시간40분이란 얘기다. 이는 보편적이고 여유로운 탐방의 경우이고 서둘면 성판악~속밭휴게소 55분, 속밭휴게소~정상 35분 등 오르는데 1시간30분, 분화구 및 전망대에서 20분, 하산 1시간10분 등 3시간 이내로 탐방을 마칠 수도 있다.

▲ 탐방로
성판악을 출발하면 속밭대피소(〃B)까지 중단 없는 전진이다. 4.1㎞의 탐방로가 계속, 따분할 수도 있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피톤치드를 쏟아내는 울창한 숲이 이어지고 자연석과 조화롭게 조성된 목재데크는 '발맛'을 좋게 한다. 출발에 앞서 "속밭까지 화장실이 없다"는 안내문구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속밭휴게소에 도착했다면 희망이다. 1.7㎞만 더 가면 오름 입구다. 속밭~오름 입구 3분의2 지점에 있는 시원한 샘물(〃C)로 목을 축이고 걸음을 재촉한다. 오름 입구를 앞둔 1.2㎞ 구간은 경사가 있어 난이도가 중간 수준이다. 그리고 마지막 입구(〃D)에서 화구호(〃E)까진 목재계단이 계속 이어지는 난이도 '상'의 구간이다. 참고 올라가면 시원한 화구호다.

▲ 사라오름 서사면
물은 언제 보아도 좋다. 가물면 말라버리지만 최근 많은 비로 물이 전망대로 이어지는 데크 일부 구간을 무릎높이까지 덮어버렸다. 화구호는 접시모양으로 그리 깊지 않으나 둘레가 약 250m로 비교적 넓다. 산정화구호 주변은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손꼽히는 명당으로 곳곳에 산소들이 보인다.

전망대(〃G)는 화구호 입구 건너편에 있어 화구호 동쪽을 돌며 설치된 목재데크를 따가가야 한다.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양손으로 들고 가는데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데크의 나무의 감촉과 시원한 물이 산행의 피로를 덜어준다.

▲ 사라오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
전망대에 올라서면 시원하다. 오름 남쪽 사면 경사가 급하고 목본식물이 없는 탓에 경관이 확 트였다. 동쪽 성널오름을 시작으로 남동쪽 멀리 두 개의 봉우리가 봉긋한 논고악이 보인다. 그 뒤로 서귀포시 동부지역과 남쪽 바다에 떠 있는 지귀도를 지나 서귀포 시가지와 섶섬까지도 멀리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론 구상나무 군락지와 그 너머 한라산 동능정상이 보인다. 사라오름의 정상(표고 1324.7m·〃F)은 약 1.2㎞의 화구륜(火口輪) 북동쪽 가장자리다.
내려오는 길은 역순으로 훨씬 쉽고 빠르다. 목적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길도 내리막길이다.

사라오름은 어원뿐만 아니라 생성연대 등도 '미스테리'다. 전용문 박사(화산학·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는 "사라오름은 고산습지대로서의 의미는 크지만 생성연대에 대해선 연구된 것이 없다"며 "물이 잘 빠져야할 송이오름임에도 불구, 화구호에 물을 담아두고 있는 독특한 지질학적 구조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라오름 식생은 낙엽활엽수림뿐만 아리라 정상부의 습지식물 군락, 그리고 과거 간섭에 의해 형성된 삼나무조림지, 제주조릿대 군락으로 구성돼 있다. 외사면을 따라 개서·고로쇠·비목·산딸·산뽕·참빗살·분단·굴거리·가막살나무와 산수국 등이, 정상부로 이어지면서 주목·산딸·참빗살·아그배나무 등이 분포하고 화구호에는 송이고랭이가 가장자리를 따라 자라고 있다.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는 "한라산 낙엽활엽수림대에 위치한 사라오름은 산정화구로 대표된다"며 "사라오름 동·남사면엔 과거 산불로 인해 수림형성이 빈약, 제주조릿대 우점 군락이 형성된 가운데 제주달구지풀과 구름떡쑥·김의털 등도 분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웅 기자

사라오름 83번째 '명승' 반열
도내 6개 명승 가운데 최초는 산방산
전국 89개·10년새 80개 등 남발 양상

명승(名勝)은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국가지정문화재다. 사전적으론 '훌륭하고 이름난 경치'를 의미하나 '공인'을 위해선 예술적이나 관상적인 면에서 기념물이 될 만한 가치가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난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70년11월 강원도 소금강이 명승 제1호로 지정된 이후 2000년까진 30년간 9건에 불과했으나 2003년 이후 지정이 급증, 2012년4월 현재까지만 해도 제89호 전남 '화순 임대정 원림' 등 10년새 80건이 지정됐다.

어쨌든 사라오름은 우리나라에서 83번째로 '명승'의 반열에 올랐다. 문화재청은 2011년10월13일 사라오름을 제84호인 '영실기암과 오백나한'과 함께 명승으로 지정했다.

사라오름의 '강점'은 높은 곳에 자리한 산정호수와 좋은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사라오름 정상부의 산정호수는 오름 중 가장 높은 데 위치하고, 노루들이 물을 마시거나 풀을 뜯으며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오름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정상과 다양한 경관이 아름다워 조망지점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명승지"라고 평가했다.

'영실기암과 오백나한'은 춘화·녹음·단풍·설경 등 사계절 내내 기암괴석과 울창한 수림이 어울려 빚어내는 빼어난 경치로 명승이 됐다.

사라오름과 '영실기암과 오백나한'의 합류로 도내 명승은 2008년8월8일 지정된 정방폭포(제43호)를 비롯, 2011년6월30일 동시에 지정된 산방산(제77호)·쇠소깍(제78호)·외돌개(제79호) 등 6개로 늘었다.

폭포수가 바다로 떨어지는 동양 유일의 해안 폭포인 정방폭포는 잘 발달된 주상절리 절벽을 따라 수직으로 떨어지는 20여m의 물줄기가 제주 남쪽 바다의 절경과 잘 어우러지며 연출하는 장관으로 도내 최초의 명승으로 이름을 올렸다.

산방산은 서남쪽 중턱 산방굴에서 바라보는 용머리해안 풍경과 해넘이 경관이, 쇠소깍은 깊은 수심과 용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 울창한 송림, 하천지형의 아름다운 조합이, 외돌개는 해식절벽이 발달한 주변과 해식동굴이 함께 연출하는 특이한 해안 절경이 일품이다. 김철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