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제, 우리들 스스로 해결해요"
<제주교육 희망순례>13. 청소년참여위원회
제주도청소년참여위원회, 지역의제 선정부터 전국 의제화까지
지리적 한계와 짧은 임기 걸림돌 지적…"선택과 집중 필요해"
청소년헌장에 따르면 '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다. 청소년은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와 시민으로서 미래를 열어갈 권리를 가지며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활동하는 삶의 주체로서 자율과 참여의 기회를 누린다'고 명시돼 있다. 이처럼 청소년헌장에 명시돼 있는 기회가 모든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으로 주어지고 있을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기회가 아주 없는 것만은 아니다. 이곳 '청소년참여위원회'에서 만큼은 청소년이 나라의 '주인'이다.
△청소년참여위원회는 어떤곳?
'청소년참여위원회'를 통해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의제화' 하고 공식적으로 국가에 제안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매우 생소하기만 한 '청소년참여위원회'는 어떤 조직일까.
청소년참여위원회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및 사업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토록 함으로써 청소년 시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청소년의 권익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조직됐다.
청소년참여위원회의 설치 및 배경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8년 문화관광부에서 설치한 '청소년위원회'를 모태로, 이후 1999년 4월 제주시, 2000년 6월 경기도 등에서부터 전국에 '청소년참여위원회' 설치를 확대하게 됐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아동 청소년들의 사회 참여가 확대되면서 기존의 청소년참여위원회와 별도로 전국 단위의 청소년 참여기구인 '청소년 특별회의'를 2005년부터 해마다 개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청소년참여위원회'와 '청소년 특별회의' 기능이 중복돼 이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각 지역에 '청소년참여위원회'를 두고 지역 청소년참여위원회 청소년대표들이 지역 의제를 들고 함께 모여 '청소년 특별회의'를 1년에 한 번씩 개최하기로 했다. 청소년들은 '청소년 특별회의'에서 청소년에 의한 국가정책의제를 결정, 관련 정책과제를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부처에 제안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청소년참여위원회'와 '청소년 특별회의' 모두 청소년 기본법 및 청소년 복지지원법에 근거해 설치·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청소년참여위원회'는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한 광역자치단체 16개 시·도와 기초자치단체 시·군·구 등에서 설치, 운영중이다.
△청소년 위한 실질적 성과 이끌어
제주특별자치도 청소년참여위원회는 지난달 8일 제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인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다뤄보기 위해 '2012 청소년대토론회'를 열었다.
15명의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과 도내 청소년 100여명이 함께한 자리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주5일 수업 시행이 주말 청소년체험활동 참여에 실효성이 있는가? 등 현재 청소년들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졌다.
각각의 주제에 대해 서로 반대 의견을 내놓고 벌이는 찬·반 토론의 형식을 띤 자리에서는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가 오가기도 하고 당장의 문제해결안도 내놓지는 못했지만 청소년의 입장에서 주요 문제들을 다루면서 각 사안에 대한 어려움도 느끼고 스스로에 대해 반성을 해보는 등 '배움'과 '이해'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제주에서 열린 청소년대토론회 토론내용이 지역의제화 되고 다시 전국의제로 채택되면서 최종 정책과제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2011 청소년대토론회는 '아이돌가수의 선정적인 의상 및 퍼포먼스가 청소년 성문화에 미치는 영향과 정부의 규제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였고 당시 제주특별자치도 청소년참여위원회의 지역 의제가 전국 의제로 채택돼 △온라인상에서의 선정적인 광고 심의 기준 강화 △청소년을 위한 단계화된 수준별 성교육 실시 등의 최종 정책과제를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제안 내용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해 웹상에서의 자극적인 사진 또는 언어가 들어간 배너, 팝업창 등의 광고가 규제되는 등 정부 자체의 행정조치도 뒤따랐다.
△성과와 과제
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은 청소년이 갖고 있는 당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는 참여의 기회 외에도 공론화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어른들의 고충과 또래 친구들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제주 지역만이 아닌 전국의 다른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자신감을 얻는 등의 다양한 순기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뒤따르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 역시 제기된다.
제주라는 지리적 한계와 1년이라는 짧은 임기의 한계 등이 그것이다.
오현지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장(제주외고 2년)은 "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을 반년동안 진행하며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제주도라는 지리적 제한이 있어 다른 지역 청소년참여위원회와의 접촉이 그만큼 제한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각 지역 청소년참여위원회끼리 서로 만나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좋은 점을 배우기도 하는 등 정보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 제주에 있다 보니 다른 지역의 친구들을 만나기가 훨씬 힘들다는 것이다.
또 청소년참여위원회의 임기가 1년뿐이라서 학교공부와 병행하며 빠듯한 회기 일정을 채우기도 힘이 들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자리를 잡은 학생들이 1년 후 바로 다른 학생들에의 해 교체되면서 연속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도 함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강옥련 사무국장은 "청소년참여위원회를 거친 많은 학생들이 해마다 좋은 활동을 통해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며 "학생들이 마음 놓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및 개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입학사정관제 등의 정책에 따라 여러 활동을 무작정 하기보다는 자기가 꼭 하고 싶은 활동에 충실히 임하는 마음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