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공교육의 희망 찾다

[제주교육 희망순례] 14.위미중학교

2012-11-13     변지철 기자

소규모 학교 불구 뛰어난 성과 도내 ‘으뜸’
학생들 하모니 이뤄내며 배려 미덕 체득

요즘의 교육현실을 놓고 많은 이들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한다. '다수의 학생을 희생시켜 소수의 1등만을 위한 비민주적인 교육'이라는 비난으로 공교육의 역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이 꽁꽁 얼어붙은 겨우내 시린 땅위에도 봄이 오면 희망의 싹이 트기 마련이다.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할 수 있다. 참된 공교육을 실천하는 위미중학교를 찾았다.

△공교육의 이념에 충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위치한 위미중학교(교장 현익부)는 학생수 117명, 교원수 14명인 도내 중학교 중에서도 8번째로 작은 농어촌 소규모 학교이다.

이 지역은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농업인으로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가정에서의 장기적인 심적·물적 교육투자가 적어 학생들의 기초학력은 매우 부진한 편이었다. 학교 주변에 마땅한 도서관이나 공연장은 물론 자신들의 부족한 학력을 보충하기 위한 사교육 기관도 없어 이곳 학생들은 도시 학생들과 비교해 문화·사회적 혜택면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위미중이 최근 이루고 있는 성과는 도내 어느 중학교에 비교해서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단연 '으뜸'이라 할만하다.

위미중은 △도내 유일의 전국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기초학력미달 학생 2년 연속 0명 △2011학년도 제학력고사 학력향상 최우수학교 △2010 전국 초·중·고 통합 방과후학교 공모 우수상 △2011 학교문화선도학교 우수상 △전국 중학교 유일의 2012 미래학교 선정 △전교생 오케스트라 실시 △전교생 장학금 지급 등 최근의 모든 실적을 나열하기에도 벅찰 만큼 최고의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이러한 발전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모든 학생들을 아우르는 공교육의 이념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위미중은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 미래를 위한 감성교육'이란 교육관을 갖고 자율적이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전학생이 참여하는 생활음악 '현악오케스트라'는 학생들로 하여금 깊은 감성과 올바른 심성을 지닌 교양있는 민주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위미중학교 우미마루 오케스트라의 제4회 정기연주회가 지난달 25·26일 위미중 강당에서 전교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우미마루 오케스트라

지난달 25·26일 위미중에서는 현악 오케스트라의 감미로운 음악이 울려퍼지는 마을잔치가 열렸다.

우미마루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가 열리는 날에는 전교생과 교사,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며 지역잔치를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이날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연주를 보기위해 온 가족이 함께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학교 강당을 찾고 학교측에서는 찾아온 지역주민들에 대한 보답으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맛있는 국수를 대접했다. 학교와 학부모들의 정성이 조금씩 보태지면서 정기연주회는 올해로 4회째를 이어오며 더욱 풍성해졌다.    

우미마루 오케스트라는 '1학생 1악기 익히기'를 위해 지난 2009년부터 5년째 이어오고 있는 위미중의 특색사업이다.

창의적 체험 1시간과 방과후 학교 2시간 등 1주일에 3시간씩 운영되면서 학기중 학급당 20시간·방학중 캠프 12시간의 긴 노력 끝에 아무것도 모르던 초보 오케스트라단원들은 조금씩 체계를 갖추게 된다.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가 함께 오케스트라 연주를 해내는 학생들은 지난 1~2년간의 힘든 과정 속에도 꿋꿋이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으로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

오케스트라 개별 악기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조화로운 '하모니'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학생들은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배려하고 완급을 조절하는 미덕을 자연스럽게 쌓아갔다. 

위미중 음악교사 양성은씨는 "현악기는 부드러우면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선율을 갖고 있어 개성강한 학생들이 함께 연주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합주를 통한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하게 된다"며 "산만했던 아이들이 집중력도 높아지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주고받기 때문에 위미중에서 학교폭력 등의 사고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3학년 한수연양은 "처음 합주를 하며 무언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신기하고 기뻤다"며 "학교에서 무료로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어 정말 좋고 앞으로도 취미생활로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위미중학교 ‘전일제 창의적 체험의 날’행사가 지난 5월18일 안덕면 화순리에 위치한 제주해양레저파크에서 열렸다.
△교실 밖에서 보이는 세상 '굿'

'학력향상 최우수학교' '기초학력미달 학생 2년 연속 0명' 등 뛰어난 성과로 인해 위미중이 학생들을 공부만 하도록 내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위미중은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활용해 평일 하루 전교생이 체험을 통한 현장학습을 경험할 수 있는 교실 밖에서 보이는 세상 '전일제 창의적 체험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학교에서는 학생수가 너무 많아 평일 하루 한꺼번에 이동하며 현장학습을 운영하는 것이 어렵지만 위미중은 적당한 학생수를 활용, 학년별 또는 전교생이 함께 하는 다양한 창의적 체험의 날 운영이 가능하다.

위미중은 '전일제 창의적 체험의 날' 운영을 통해 지난 8개월간 자매봉 오름 등반, 요리와 함께하는 다문화 이해교육, 자연문화체험활동, 한라생태숲 환경정화활동, 목향가족 어우렁 건강캠프, 한국조리제과학원 스파게티 만들기 체험, 지역사회 탐사 등 실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앞으로 남은 학기동안 계속해서 더 좋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일제 창의적 체험의 날' 운영의 효과는 뛰어나다. 교실 안에서 이뤄지는 1~2시간 교육과는 비교자체가 불가능하다.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체험으로 세상을 마주하며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학생들이 매우 즐겁게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현익부 교장은 이러한 성과에 대한 모든 공을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돌린다.

현 교장은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학교활동에 끝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교사와 학부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일들이 가능했다"며 "위미중은 앞으로도 전교생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공교육의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변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