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은 아이디어의 원천, 가장 빠른 소통의 도구

[전은자의 '예술작품 기행'] 41.에필로그

2012-12-26     전은자

▲ 리차드 세라의 <더 매터 오브 타임(The Matter of Time)>
예술작품 기행, 우리 삶을 풍부히 하고 교육, 정보, 정서 가치 함양
예술작품 통해 예술가의 삶 조명, 세계에 기여한 성과와 의미 이해

미적인 가치의 중요성

미술이 세계예술사에 기여한 바는 매우 크다. 예술의 흔적을 가장 오래 간직했던 것도 미술이다. 인류의 탄생 이래 미술의 시작은 기호와 상징으로 출발했다. 그것은 소통의 도구였고 신성의 표시였다. 또 미술은 기록의 방편이자 생존을 위한 퍼포먼스였다. 예수, 부처의 얼굴을 그린 것도 화가였고, 사진을 발명한 것도 화가였다. 적어도 사진 이전의 세계에선 화가는 인간의 거울처럼 살았다. 그의 손에서 역사가 재생되고 고대의 얼굴이 되살아났다.

미술은 시대의 양식을 포괄하고 문화와 역사를 작품 안으로 옮겨 놓는다. 우리는 과거를 연구할 때 미술작품인 유물을 가장 중요시 한다. 유물이야말로 과거의 시대를 읽어내는 최상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술사는 모든 세계 예술사의 첫머리에 등장하며 인류가 걸어온 길을 밝히는 데 더없이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미술은 생활적인 가치와 더불어 감상적인 가치, 교육, 정보적인 가치, 소통으로서의 가치, 이데올로기 전파의 가치 등 실로 여러 방면에서 우리의 삶과 만난다.

자본주의 상품 미학은 예술작품을 고도로 활용하여 상품의 교환가치를 높이는데 활용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 생활에 쓰이는 상품들 전부가 과거 미술의 성과를 모두 반영한 셈이고,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세계미술사의 흐름을 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상품을 고를 때 먼저 실용성을 고려한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것보다 더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상품의 미적인 가치인지도 모른다.

▲ 루벤스의 <삼미신>
▲ 강요배의 <마파람>
예술작품 기행의 의의

금번 40회에 걸쳐 연재한 '예술작품 기행'은 시민들의 교양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늘 만나면서도 어렵다고 느끼는 미술을 작품을 통해 부담 없이 접근하자는 게 목적이었다. 또 지역신문이 갖는 정보, 소통의 한계에서 벗어나자는 의도도 있었고, 제주에서도 세계미술사를 조망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도 또 하나의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술가들의 대표적인 예술작품을 통해 그들의 라이프 스토리와 그 예술가가 기여한 세계사적인 성과와 의미를 동시에 이해함으로써 그들이 왜 그 시기에 그런 작품을 그렸으며, 그들의 독창성은 무엇일까 파악해보는 것도 중요한 고리였다.

누군가가 알면 보인다고 했다. 혹자는 그래서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인 것이고, 즐거우면 다시 더 즐거운 앎을 위해서 정진할 수가 있다. 모두의 인생에서 각자 아는 만큼 살아간다. 사실 미술은 현실에서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의 산실과도 같다. 요즘 많은 이들이 세계예술작품을 아이디어의 원천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한다. 정신적인 환자도 치료하고, 경영에도 예술가들의 기발한 독창성이 응용된다.

세계미술사가 말해주는 것처럼 미술은 당대마다 변혁의 과정을 겪었고, 그것이 유파로 멈춰지면 또 다시 새로운 유파로 확장됐다. 또 서구 중심의 미술에서 벗어나려는 민족주의 성향의 미술 운동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것은 예술 창작의 주체, 역사와 당대적 시대정신, 민중연대성이라는 리얼리즘 전통에서만이 가능했다. 리얼리즘이란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린 양식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생생하게 담지되는 민중 정서를 획득할 수 있는 예술 방법에 다름 아니다. 대상의 읽는 사실성보다 대상을 읽어내는 사회성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작품 기행'의 의미는 바로 리얼리즘적인 시선을 확장하게 하여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하고 교육, 정보, 정서적인 가치를 함양하고자 함에 있다.

▲ 프리다 칼로의 <우주의 사랑의 포옹 대지 나 디에고 그리고 애견 세뇨르 솔로틀>
▲ 송영옥의 <광견>
감동을 주는 예술작품

예술 중에서도 눈을 통해 받는 감동은 시간예술에서 얻어지는 감동과도 다르다. 음악은 선율의 화음에 의해 감동을 받고, 문학은 두뇌의 상상적 영상에 의해 감동을 받고, 춤은 행위를 통해 감동을 받게 한다. 예술작품에 대한 감동은 사람마다 편차가 심한데 여러 가지 취향에 따라 감동의 범위, 내용이 달라진다.

예술을 이해하려면 개인적으로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적 소양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예술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술 작품을 이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예술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예술적 취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예술작품 감상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크게는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예술교육이 부재하고, 예술에 대한 인식이 낮다보니 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좋은 예술작품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으로부터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2년 가까이 동·서양 미술작품을 소개하면서 느낀 점은 유럽의 작가들에 비해서 한국의 미술가들이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적 현실이라는 예술적 조건은 이론, 형식, 주제, 상상력에서도 일본과 서구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의 훌륭한 전통은 어디로 갔는지, 전통의 부재와 또 그 전통을 잘못 이해한 상황도 눈에 띄었다.

그래도 이번에 소개된 미술작품들은 세계미술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거나, 그 가능성이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적어도 그들의 치열한 작가정신의 눈은 그들의 정신을 통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부족한 것은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것들을 다시 보고, 부족한 것을 채우리라는 마음으로 다음 기회에는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이중섭미술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