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태양·바다…녹색자원이 제주미래 이끈다

[탄소없는 섬 제주 세계적 녹색산업 메카로] 1. 프롤로그

2013-06-02     김용현 기자
▲ 제주도 청사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설비. 김용현 기자
온난화 등 탄소배출 감소 위해 신재생에너지 육성 필수
제주, 동북아 녹색산업 메카 잠재력 높아…기회 살려야
 
200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라젠드라 파치우리 유엔 IPCC(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 의장은 최근 기후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큰 재앙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신재생에너지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현재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공급체계에서 탈피, 신재생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이고 2030년까지 '탄소없는 섬(Carbon Free Island)'이자 녹색성장도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제주도가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자립을 이루고 녹색산업 메카로 성장할 수 기회를 갖고 있지만 그만큼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 취약한 에너지 구조 해결 과제
 
현재 제주지역의 에너지 사용은 대부분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면서 작은 면적과 적은 인구에도 불구 탄소(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 더구나 제주지역의 전력생산 대부분은 화력발전에 집중되면서 탄소배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환경에 민감한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상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화석에너지의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결국 환경오염이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바다로 고립된 제주도는 화석연료 대부분을 해상수송으로 확보해야 하는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전력(電力)의 경우 해남과 제주지역을 잇는 해저케이블 연계선로를 통해 최대 30만㎾의 전력을 육지서 공급받고 있으며, 앞으로 추가로 건설되는 선로를 통해 향후 40만㎾까지 수급될 예정이다. 
 
만약 육지부 전력생산량이 수요량보다 부족하거나 해저케이블 사고가 발생하면 제주도는 엄청난 에너지대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확보 대책이 절실하며, 특히 화석에너지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여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녹색에너지 생산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 제주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유리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먼저 풍력발전소를 조성하는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가졌지만 전국대비 공급비중은 0.8%에 머무는 등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다행히 국내외 상황이 제주도가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에 있어 유리한 환경으로 조성되고 있어 이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부속의정서인 교토의정서는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규정하고, 의무를 달성하지 못하면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국제규약으로 1997년 채택됐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경제 및 에너지생산 구조혁신 등에 나서고 있다. 핵심정책에 신재생에너지 육성전략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RPS)제도를 도입, 500㎿이상의 발전설비를 갖춘 사업자(사업체)들은 전체발전량의 일정비율(2%)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토록 의무화했으며, 2022년까지 10%로 의무화 비중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굴지의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풍력, 태양, 소수력, 바이오 등을 이용한 전력생산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국내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가장 손쉽게 높일 수 있는 최적지로 제주도를 주목하고 있다.
 
△ 다양한 신재생자원 활용해야
 
▲ ㈜한국남부발전 성산풍력발전단지 전경. 김용현 기자
신재생에너지사업 가운데 생산력이 가장 높은 분야는 풍력발전이며, 제주도는 전국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바람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대부분의 발전사들은 제주에서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맑은 날은 적지만 청정한 공기로 태양에너지 투영도가 높고, 중산간 목장지대나 도시의 건물과 주택 등을 이용해 태양발전을 육성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제주도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는 특성상 조력과 파력 등 해양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도 갖고 있다. 
 
양돈 등 축산업의 비중이 높은 제주도는 가축분뇨와 농축산물부유물 등을 이용해 바이오가스발전을 육성시킬 수 있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바이오가스발전은 축산분뇨의 적정처리와 신재생에너지 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산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지열발전산업의 육성도 다른 지역보다 유리하다.
 
화력발전소나 양식장의 배출수를 재활용,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소수력발전도 제주도에 도입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을 제외한 나머지 신재생에너지산업은 아직까지 시범단계 머물고 있어 실제 상용화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투자가 필요하다. 
 
제주도의 미래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에너지자립을 이룰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이 때문에 '2030 Carbon Free Island' 구축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2GW, 육상풍력 300㎿, 태양광 100㎿ 등을 조성해 신재생에너지로만 전체전력사용량 대비 124%를 공급하겠다는 획기적인 프로젝트다.
 
제주도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재원확보와 실용기술개발, 경제성 제고, 지역사회 의견통합 등에 있어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지만 궁극적으로 녹색산업의 메카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김용현 기자

인터뷰 / 차우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제주도가 안정을 다지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자원을 통해 에너지자립과 복지를 실현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차우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은 "제주도는 외부의 지원없이 풍력과 태양 등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모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며 "더 나가 모든 도민이 부담없이 공평하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사장은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 의해 대다수의 국가가 탄소배출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한다"며 "특히 최근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500㎿이상 규모의 발전사는 전체 전기생산량의 2%를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하며, 2020년에는 의무비중이 10%로 늘어난다"며 "발전사들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풍력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바람자원이 가장 좋은 제주도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 사장은 "최근 제주의 풍력발전이 대기업에 좌지우지된다는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는데 공적기능 강화를 위해 제주에너지공사가 설립됐다"며 "특히 공사가 중심을 잡고 신재생에너지연구기술센터를 만들어 성능평가기관으로 육성시킨다면 제주가 녹색산업메카로 발전할 수 있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발전 기술개발 못지않게 전기저장장치 개발이 국가적인 과제"라며 "제주도가 저장장치를 비롯해 에너지기술개발특구 지정·육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 사장은 "제주도가 2030년까지 2GW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계획을 밝혔는데 필요예산이 10조원에 이른다"며 "결국 지자체를 넘어 국가차원에서 제주도를 녹색산업 메카로 육성시켜야 한다"고 밝히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에너지자립은 물론 저소득층 가구에 태양발전시설을 지원하고, 스마트그리드연계사업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며 에너지복지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