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목심 보전할 수 읏이난, 강남으로 보내젠 허염져”
[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표류인 김비의(7)
언제부턴진 몰라도 김비의는 간혹 머리가 사질 듯 지근거렷다. 만이 생각여보난, 집 떠난 지 1년쯤 뒈는 포라이시마 섬의서부터 시작뒌 게 아닌가 본다. 그 동안은 아프닥 눅엿닥 여부난 잘 몰라신디, 유구국에 오난 아픔이 다. 술이나 먹으문 꼼 나시카 영, 그디서 준 술을 혼제만 끈 먹엉 둥글어봐도 깨문 그뿐이엿다. 그딧 사름덜도 모다들엉 속으로 뜸도 떠주곡, 국왕이 그 말 들언 남만국 약주를 리우난, 비와 먹어도 속만 쓰리주 낫질 아니다.
번은 김비의가 두통이 신 가운디도 어디서 약간 코를 게 는 기운이 션 아가 보난 청줄 고장이엿다. 퍼렁 름이 지락지락 아젼 이신디도, 드러 고장이 피멍 동멘다. 퍼렁 채로 아진 청줄을 건드리난 쿠싱게 내우살이 동연, 나 탄 벳견 먹어보난 꼼도 시지 아니고 코롬다. 이디선 익는 중 몰르게 익엉, 이치록 하도 누게 잘 안 건드렴주마는 제주섬의선 동메문 세기 시작영, 나라도 털어지문 금착영 줴짓인 것처록 가심이 탕탕 뛰는 것이 청줄낭 신게 애물단지엿다. 두통이 바로 우기(雨氣) 철 시도 때도 읏이 피는 청줄 고장 내우살 따문이란 걸 알멍 꼼 눅연 딜만 엿고, 철 지난 살마주(薩摩州)에 도착멍 오골렛기 낫아부럿다.
김비의네 싀 사름은 는 일 읏이 돌아댕기멍 조선광 달른 풍십[風俗]을 구경도 곡 그걸 아나갓다. 두 해가 넘어가는디 냉중에 복멩(復命)이라도 렝 문 잊에불지 말앙 참고영 보고여사 거난, 이거저거 은 거 난 거 거 읏이 보는 족족 아 나갓다.
논광 밧은 반반인디 밧이 꼼 하고, 논은 저실에 파종영 5월이문 다 익엉 거두와뒁 7월에 또 싱겅 저실 들어가문 다시 거둔다. 밧은 저실에 삽으로 익영 조를 싱겅 5월에 거두와 뒁 6월에 다시 싱겅 저실 나가문 거두곡 해에 두 번 농짓는다. 밥은 곤밥 곡 소금이나 장 놩 국을 끌리는디, 키나 궤기를 논다. 술은 청주와 탁베기가 신디, 납펭에 담앙 은잔(銀盞)으로 먹는디도 술맛은 우리광 벨로 달르지 아니다. 또시 남만국(南蠻國) 술이 신디, 누렁 게 소주 맛 나멍 무장 독영 두어 잔만 먹으문 씨러진다.
절간은 널짝으로 더펑 안에 칠 멕이곡, 불상(佛像)이 신디 딱 황금이고, 그디 사는 시님덜은 머리 가깡 검은 옷이나 흰옷 입곡, 조선 것광 닮은 가사를 걸친다. 밥은 칠 멕인 남사발에 담곡 국은 사기사발에 거리곡, 사기 젭시엔 렐 담는디, 숟가락은 읏고 낭젯가락으로만 먹는다.
시장에 강 보문 라 가지 비단, 모시 종류, 하간 옷가지, 얼레기·새·바농·키·바릇궤기·소금·젓·상껍·사기사발 은 물건이 셧다. 중국 상인이 왓당 그냥 멎음졍 사는디, 집은 딱 지에집이고, 크게 짓엉 치장광 단청(丹靑)도 고, 집안읜 방마다 푹삭 의자덜을 놓는다. 그 사름덜은 감투 씨곡 옷은 유구국 닮앗다. 구경여가난 김비의네신디도 감투를 하나썩 줫다.
유구국 사름덜은 신도 안 신곡, 통역은 꼭 유구국 사는 일본 사름이라사 다. 강남(江南) 사름광 남만인덜이 딱 왕 장사를 는디, 남만인덜은 상투를 틀어올리는디도 유구국 사름덜처록 비단으로 싸진 아니다. 경디 색깔이 너미 꺼멍 것이 특이다. ·활·도치·갈고리·도검(刀劍)·무자·호미·삽·갑옷·투구가 신디 갑옷은 쒜로도 멩글곡 가죽으로도 멩근다. 군사는 쒜로 정겡일 싸곡 가죽에 칠 멕영도 차는디, 차문 꼭 행전(行纏)광 닮앗다.
유구국 날씬 윤이도 닮앗고, 소낭·남총낭·대낭이 신디 남제기는 안 봐난 잡목덜이난 일름을 몰른다. 집읜 중이가 싯고, ·쉐·염쉐·고넹이·도세기·개··비둘기·게위·오리를 질루곡, 광 쉐, 은 잡아먹기도 곡 장에 강 기도 다. 짐승은 가마귀·까치·셍이·매·제비셍이·갈매기·물올렝이·옷밤이 싯고, 실과는 매실·복송개·유지·청줄, 키는 토란·가지·웨·물웨·삐·파·마농·해바라기··반치, 곤충은 모기·리·두테비·개비·거북이·베염·뱅이·벌·나비·줴기·밥주리·주월·지넹이·거미·재열·빈대·개우리·불란듸가 싯고, 메뚜기광 비슷디 꼼 큰 건 사름덜이 잘 먹으난 시장에서 기도 다. 박쥐도 싯다.
김비의네 싀 사름은 석 이 지나가난 통역는 사름안티 안 본국으로 돌아가게 여도렌 엿다. 그 내용을 국왕신디 르난 국왕은
“일본사름덜은 성질이 궂엉 목심을 보전 수 읏이난, 너네덜을 강남으로 보내젠 염져.” 고 말햇다. 몬저 통사안티 들으난 일본으론 가찹고, 강남으론 멀덴 연 일본으로 보내어 도렌 여신디 게난 이것이 무신 말이라. (계속)
눅이다 : 몹시 아프던 것이 조금 덜 아파 견딜 만하다
끈 : ‘흠씬, 마음에 꽉 차게. 가득, 힘을 주어’ 따위의 뜻
속 : 쑥
: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이
청줄 : 청귤(靑橘)
동메다 : 꽃이 지고 나서 조그만 열매를 맺다
쿠싱다 : ‘고소하다’의 센말
내우살 : 냄새
금착다 : 가슴이 덜컹하고 놀라다
오골렛기 : 온전히
멎음졍 : 머물러
남총낭 : 종려나무
옷밤 : 부엉이나 올빼미
반치 : 파초(芭蕉)
주월 : 등에
개우리 : 지렁이, 회충.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