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 익어가도 기약한 문도령 돌아올 줄 몰른다
[김창집 연작소설 '뚜럼열전'] -세경할망 자청비(3)
문도령이 뒷녁날 아적이 마당에 나완 시수를 노렌 난, 하늘 옥황에서 붕조(鵬鳥) 리가 아오란 ‘툭’게 털으치는 걸 줏언 보난 아바님이 보낸 펜지라. 내용인 즉
‘문도령아. 삼년동안 글공비 여시매 이제랑 그만 영 저 올라왕 서수왕 아기신디 장게 가라.’ 여서.
문도령이 그 펜질 언 들어간 청비안터레
“청 도령아. 난 글공비 그만 영 집이 가사 켜. 아바님이 펜지 보내여신디, 그만 영 왕 서수왕 아기신디 장게 가렌 엿져.”
“기영민 나도 글공비 고만영 집이 가키여.”
둘은 삼천서당 하직고 익단 책광 하간 세간을 설런 집더레 가는디, 청비가 만이 생각여보난 문도령광 가당은 아바님 어머님이 알게 뒈문 큰일 날 거 닮안, 문도령을 떨어추와뒁 가젠 음을 먹엇다.
어떵문 문도령을 똘라불코 멍 가단 보난 우알로 찡 물통이 이시난 청비가 말을 뒈
“문도령아, 우리 삼년 동안 이 글공비 멍 몸에 테가 말만이 여실거난 몸이나 앙 가게.”
“그거 좋다.”
청비는 웃통으로 들어가고 문도령은 알통으로 들어간, 청비가 만이 보난 문도령이 우알로 맨들락이 벗어둰 물러레 풍당 뛰어 들언 동더레 갓닥 서러레 갓닥 당 숨들어도 보곡 염서, 우통만 벗언 아무케나 싯는 척 마는 척 물소리만 내단, 버드낭섭 나 단 글을 쓰뒈, ‘눈치 읏인 문도령아. 멍청 문도령아. 삼년동안 이불 소곱에 을 자도 남녀 구벨도 못는 문도령아.’ 연 알통더레 띄와둰 우통 입언 집으로 나.
문도령이 몸 단 버드낭섭 떠와가난 건전 페완 보난 그치록 쎠져시난 제게 옷을 입는 게 웃통은 둑지레 걸치곡 알옷은 가달에 두 다리 디물리완, 베꼇더레 나완 우당탕우당탕 뛰멍 앞을 보난 청비가 벌써 고갤 넘어간 머리만 메쪽메쪽 염선, 두 주먹을 불끈 줴연 닥닥 흘리멍 발 뒤치기 북무는 중도 몰르곡 좇아가 보난, 팡돌에 앚안 쉬엄서. 청비는 아명여도 삼년동안 정든 문도령을 그냥 보내는 것이 도리가 아닌 것 닮안 일어난 맞이멍
“문도령님! 내가 여의 몸으로 오장 도련님 눈을 쉑연 미안우다. 우리집 먼 올레에 상 이시문 아바님 어머님신디 글공비 뎅겨온 인사를 드려뒁 나오커메, 지드렷당 우리집이 를밤 쉬엉 늴랑 갑서.”
기영 으난 문도령이 고개를 끄닥끄닥 연, 청비가 집더레간 문안을 드리난 아버지 김진국 대감은
“삼년동안 어디 몸이나 아프지 아니여냐?”
“예. 몸 펜안히 지내단 왓수다마는 아바님 어머님신디 드릴 말씀이 싯수다. 나고 글청에서 삼년동안 글공비 던 선비 나가 저 올레에 산 이신디, 날은 저물고 발도 북물언 가기가 여려우난 나영 이 싯당 늴랑 보내문 어떵우까?”
“남가 여가?”
“남자마씀.”
“열다섯 우희건 나방더레 들여놓곡, 아래건 느 방으로 들여놓으라.”
“열다섯 아래우다.”
“기영건 느방더레 들여놓으라.”
김진국 대감의 허락을 받은 청비는 씩 지꺼젼 지 방에 들어간 남옷을 벗어둰 곱닥 치메 저고리로 아 입언 문도령 안 짝짝 방더레 들어간다.
문도령을 펭풍 앞의 앚져둰 냑 밥상을 잘 려단 상에 앚안 밥을 이 먹고, 이부자리를 페완 잘 주무십센 여둰 베꼇더레 나완 상다락 방더레 올라갓다. 청비가 오랜만에 공단클에 앚안 베를 짜단 보난 삼경이 뒈여간다. 문도령은 도 안들고 오랫도록 지드려도 청비가 안 들어와 가난, 째기 일어난 베꼇더레 나완 보난 상다락 창문에 불이 베롱게 비추와시난 소리 읏이 올라간 허우덩싹 웃이멍 공단클 더레 사난, 청비가
“아이고, 도련님. 어떵연 도 안 자고 나옵디가? 제게 들어강 잡서. 아버님 어머님이 알문 큰일 납니다. 강 이시문 나도 들어가쿠다.”
그 말을 들은 문도령이 아뭇소리 읏이 누웟단 방더레 돌아완 진 한숨을 쉬멍 누워시난, 청비가 들어완
“무사 경 진 한숨을 쉬엄수가?”
멍 이불 걷언 더레 쏙 들어간게 삼년동안 눈속임 여오단 랑을 찐게 누단 새벡 이 울어가난, 청비가
“도련님. 날이 아시니, 어서 행(行次) 십서.”
고 이벨는디, 문도령이 씨 방울을 내여주멍
“이 씨를 싱겅 이 앙 탈 때지 아니 오건 죽은 중 알라.”
멍 징표로 삼동낭 얼레기 뚝 꺾언 반착썩 갈란 하늘러레 잇어진 줄을 타고 문도령이 올라간다.
청비가 씨를 이녁 눕는 방 베꼇디 싱건, 싹이 나고 순이 올라완 줄 벋고 이 안 익어가도 기약 문도령은 돌아올 줄 몰른다. (계속)
뒷녁날 : 이튿날. 다음날
붕조(鵬鳥) : 날개의 길이가 삼천 리이며 하루에 9만 리를 날아간다는, 매우 큰 상상의 새
하간 : 여러 가지의. 모든
똘라불다 : 한 무리에서 따돌려버리다
찡다 : 크기나 길이가 같은 것끼리 가지런하고 고르다
테 : 때. 몸이나 물건에 묻은 더러운 것
맨들락이 : 알몸의 상태로. 껍질이 모두 벗겨진 상태로
숨들다 : 숨을 참고 물속으로 들어가다
우통 : 윗도리
북물다 : 입술이나 발바닥이 부르터 물집이 생기다
허우덩싹 : 매우 기뻐서 입을 크게 벌려 웃는 꼴
씨 : 박씨
얼레기 : 어레빗.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