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님이 가문 문도령은 소뭇 지꺼질 거우다”

[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세경할망 자청비(5)

2013-10-04     제민일보
▲ 그림 고재만(화가·한국미술협회제주지회 자문위원)

청비가 그 말을 듣고,

“세히 아 보라. 말 문도령이라냐? 어느제 또 오켄 여니?”

“모리 오시(巳午時) 경에 온덴 디다.”

“기영 문, 나가 가문 만나지카이?”

“상전님이 가문 문도령은 뭇 지꺼질 거우다.”

“잘 엿저. 경여시문 쉐 아홉도 아깝지 아니고,  아홉도 아깝지 아니다.”

청비는 정수남이를 앞세왕 질 리치렌 젠, 미녕  필 내여놘 좋은 옷  불 연 입젼

“정심은 어떵여시문 좋으커니?” 난

“상전님 먹을 정심이랑 모를 닷 뒈에 소곰 다섯 줌만 줴여 놓곡, 나 먹을 정심이랑 는젱이 닷 말에 소곰이랑 놓으나 마나 서.”

“경영 준비 크메 늘랑 신디 촐이나 잘 줭 놔두라. 모리랑 탕 가게.”

정이 읏인 정수남인 눌에서 촐을 멧 뭇 빤,  머리레 훅게 데끼멍

“아, 이 촐 잘 먹엉 놔두라. 모리랑 상전님 테왕 굴미굴산 들어강, 상전님 췟대 은 허리나  번 안아 보게.”

청비가 얼결에 그 말 들언

“느 쎄 무시거옌 안디?”

“벨 말 아니우다. 신디 ‘촐 잘 먹엇당 모리랑 상전님 테왕 굴미굴산 올라강 문도령님 만낭 상전님의 그 췟대 은 허릴 안앙 만단정회 는 걸 보게.’ 엿수다.”

그 말을 들은 청비는 희양 늬빨 나오게 허우덩싹 웃어간다.

모리 아척이 뒈는 날은 은 대로 정심을 련 정수남이 등에 지우고, 청비가 단장을 곱게 연

“팡돌에  들여세우라. 탕 가게.” 난 정수남인 안장 지우멍 그 소곱에 구젱기닥살 나를 놓안 드리 세우난, 청비는 뭣도 몰르고 안장 우터레 톡 올라타난 이 하늘만썩 들러퀴난

“이거 무사 영염시냐?”

“오은 이 꼼 성질이 난 것 닮수다. 상전님은 오 문도령님 만나는 영화를 누리는디, 난 힘들게 이거 무시거라. 연 경 성질 내는 것 닮수다.”

“경여시문 성질을 죽이게 진 못느냐?”

“저 밥 아홉 동이, 국 아홉 동이, 술지 아홉 동이 려 놉서. 경곡 석자오치 머리수건곡 돗머리장 올려놩 머리코시 지내여삽니다.”

불급시리 는 대로 다 려 놓으난, 팡돌 우터레 지물을 진설연 제를 지내는 척고, 숭눙물더레 꼼썩 아놓은 건 청비 몰르게  웬착 귀레 질어부난, 이 귀를 파다닥게 털어가난 정수남이가

“저거 봅서. 도 하영 먹언 베 불르고렌 마니털엄수게. 경고 말 코시 여난 지물은 다른 사름은 안 먹엉 마부(馬夫)만 먹는 거우다양.”

“경건 느 딱 먹으라.”

허가가 리난 정이 읏인 정수남인 그걸 류와단 눌굽에 퍼질러앚안 문짝 먹으난 베가 남산만엿다.

정수남이가 그 때 내운 법으로 우리 사름 혼인식 땐, 머리수건 석자오치 려놩 머리코시 지내는 법이 생기고, 코시 지낸 지물은 마부 노릇는 하인덜 멕영, 잔치집이 간 하인덜은 삼방에 안 앚졍 막이나 쉐막에 앚지는 풍십이 생겻다.

잘 먹은 정수남이가 청비안터레

“상전님! 이 정심 꼼 져십서. 나가   번 질들이쿠다.”

난 경렌 멍 청비가 짐을 받아 지난, 정수남인  오량을 뚜는 척 멍 안장 소곱더레 손 디물류완 구젱기닥살 앗아둰,  우터레 올라탄 삑삑 나아분다. 짐 안 지단 청비는 십 리도 못 가서 발벵이 나고, 열두 폭 홑단치메는 가시낭에 인정걸멍 죽을 둥 살 둥 굴미굴산 올라간 보난, 정수남인 을 낭가지에 매여둰 그늘 좋은 낭강알에 헹클랑캐 갈라젼 쿠룽쿠룽 잠시난, 청빈 하도 어이 읏언

“요 인정머리 나 읏인 고래백정놈아!  질들이켄 여뒁, 이디지 왕 눈망울에 이 들엇더냐?”

정수남이 그제사 눈 비비멍 부드낫이 일어난

“상전님! 경 지 맙서.  르치멍 오는디, 머릴 알러레 돌리젠 문 성질내곡 돌리젠 문 성질내곡 연, 옴옴  게 이디지 와졋수다.”

“정수남아. 난 이젠 시장연  발짝도 더 걷지 못켜. 정심이나 먹엉 가게.”

정수남이 짐에서 청비 정심을 내여놘 앞더레 안네여둰 이녁 정심을 언 그 자릴 피젠 여가난 청비가

“어떵연 느만 강 먹젠 염나?” 난 정수남인

“아이고, 주인님. 난 알고 둘은 몰람수다. 우릴 아는 사름은 종광 상전이옌 카 몰라도, 몰른 사름이 보문 오누이옝도 곡 두갓이옝도  거 아니우까?”

“것도 안 보난 맞인 말이여. 게건 느만 강 먹으라.” (계속)

미녕 : 무명. 목화 솜으로 짠 베

모를 : 메밀가루

는젱이 : 나깨. 메밀을 갈아 가루를 체에 쳐내고 남은 속껍질

굴미굴산 : ‘매우 깊은 산 속’을 일컫는 말

췟대 : 촛대(燭臺)

허우덩싹 : 매우 기뻐서 입을 크게 벌리어 웃는 꼴.

팡돌 : 말을 타고 내릴 수 있게 놓은 돌

구젱기닥살 : 소라껍질

들러퀴다 : 어지럽게 날뛰다

머리수건 : 귀인(貴人)이 탄 말머리에 굴레와 같이 매어 이끄는 피륙

머리코시 : 혼례시 신랑이 탈 말에 지내는 고사

불급시리 : 매우 급하게

마니털다 : 마음에 차지 않거나 ‘부정’의 뜻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

뚜다 : 줄이 긴 것을 짧게 줄이다

홑단치메 : 홑치마

고래백정 : 고리짝 만드는 사람과 백정. 욕하는 말에 주로 쓰임

부드낫이 : 바듯하게. 간신히.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