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명해도 저 놈을 꿰로 넹겨사 허켜”

[깅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세경할망 자청비(6)

2013-10-11     제민일보
▲ 그림 고재만(화가·한국미술협회제주지회 자문위원)

정이 읏인 정수남인 이녁 정심 들런 으싹게 낭강알로 가불고, 청비가 정심 풀언 모멀범벅  적을 그챠 먹으난, 강경이 짠 목이 메연 도저히 먹을 수가 읏이난 제우 정신을 련 정수남일 불런

“느 정심이나 져오라. 먹어 보져.”

“아이고 상전님아. 그거 무신 말이우까? 상전이 먹당 남은 건 종이 먹어도, 종이 먹당 남은 건 개베끼 안 먹읍니다.”

청빈  수 읏이 이녁 적시 정심을 주멍

“마, 이거지 져당 먹어지걸랑 먹어불라.”

난, 정수남인 그걸 져단 레로 조쪄가멍, 빙든 빙애기만썩 딱 들러먹어둰 베를 두드린다. 청빈 뭇 짠 걸 먹어 놓으난 목이 카가니

“정수남아. 너미 짠 거 먹어부난 죽어지켜게. 어디 물이나 아보라.”

“욜로 요영 가당 보문 물이 싯수다.”

청비가 가단 보난 물이 시난, 려들언 손으로 떠먹젠 난 정수남이가

“상전님아, 그 물랑 먹지 맙서. 옥황에 이신 문도령님이 궁녀광 시녜덜 안 려완 발 싯고 손 시친 물이우다.”

“경문 이 물 말앙 또시 어시냐?”

“싯수다.”

꼼 더 가단 보난 물이 여시난 정수남이가

“그 물랑 먹읍서마는 먹긴 뒈, 총각이 빠져 죽은 물이난, 아기씨 상전님이 먹젱 문, 옷을 우알로 들락이 벗어두곡, 물에 조롬을 베와사 니다.”

“경멍장 어떵 물을 먹느냐. 또시 물이 읏겟느냐?”

“이제  물은 읏수다. 나 먹듯이 먹읍서.”

멍 옷을 우알로 딱 벗어둰, 나브작이 엎더젼 쉐 물 먹듯 괄락괄락 먹어가난 청빈

“ 수 읏다. 목 란 죽어지켜. 나 강 먹엉 오커메 늘랑 이디 시라.”

청빈 옷을 우알로 들락이 벗어두고 물의 간 조롬을 물러레 연 물을 먹젠 여가난, 정수남이가 청비 치멜 들런 머리 우흐로 빙빙 둘러가멍

“상전님아. 물 먹젱 말앙 그 물 알러레 베려봅서. 물굴메가 아로롱다로롱 보기 좋지 아니우깡? 그게 하늘 옥항 문도령님이 궁녀 시녜 거느령 노념는 굴멥니다.”

청비가 발딱 일어나멍 속으로

‘아이고, 나 일이여. 저 놈아피 속앗구나. 영당 잘못 문 저놈신디 죽어졈직다. 아명여도 저 놈을 꿰로 넹겨사 켜.’ 멍 

“정수남아! 무사 경 염디? 느가 고졍  말을 으라.”

“상전님아. 요영 서 보게. 옥 은 손이나  번 직아 보게.”

“정수남아. 나 손 직는 것보단 집의 강 토시  착을 쪄 보라. 더군 좋을 거여.”

“이레 옵서. 입이나 맞추와 보게.”

“나 입 맞추는 것보단 나 눅는 방안의 강, 꿀단지 세로 할르는 것이 더군 좋을 거여.”

“영 서. 췟대 은 허리  번 안아 보져.”

“나 허리 안는 것보단 나 눅는 방안의 강, 나 베는 베게 안는 것이 더군 좋을 거여.”

말 돌리는 걸 들으멍, 정수남이가 부에 내연 동더레 팔짝 서러레 팔짝 뛰멍 뭇 부에 내여가난, 청비가 달레는 말을 뒈

“정수남아, 기영 용심만 내지 말앙, 서산에 헤가 졈시메 오 냑 밤 지내젱 문 담 다왕 움막이라도 나 짓어사  거 아니가?”

그 말 들은 정수남이가 동더레 악 서러레 악 멍 돌 들러단 착을 터둰 벵동글락게 싼 게 낭가지 꺾어단 확 난 막사리 날 짓어신디, 담고망이 베롱베롱다.

“정수남아. 저 고망으로  롯이 들엉 을 설칠 것 닮안, 나가 안에서 불 살르커메 늘랑 베꼇으로 왕소새 비여당 고망을 막으라.”

“그걸랑 경 서.”

대답여 둰 왕소새 비여단, 고망을 막는디 열 고망 막으문 안에서 다섯 고망엣거 빵, 조롬더레 아앚곡 다섯 고망 막으문 두 고망 빼곡 기영저영 단 보난 먼동이 터 간다. 정수남인 는 일이 보네나지 아니난 바락바락 성질을 낸다.

“정수남아. 경 성질 내지 말앙, 이제랑 레나 벳겨당 앙그네 나 동머리나 베영 누라. 머리엣 늬나 잡아주마.”

정수남인 레 벳겨단 아놓고 청비 동머릴 베연 누난, 청빈 정수남의 방석 은 머릴 헤싼 보난 백모살에 앚아난 개조롬 아시난, 훍은 늬는 장수(將帥)렌 놓아주고, 진 늬는 군졸(軍卒)로 놓아주고, 중늬는 죽이는 듯 마는 듯 단 보난,  덜렌 정수남의 무정 눈엔  이 들어간다.

청비는 ‘이놈 살렷당은 나가 저 죽을 거니, 이놈을 저 죽이자.’ 연, 이 멩게낭 자왈 이시난 나 꺾어단 코젱이 상끗게 내완, 정수남의 웬착 귀로 연 단착 귀로 나오게 콱 찔르난, 들락들락단 느랏게 죽어간다. (계속)

 

강경 : 몹시 짠 것

적시 : 몫

조찌다 : 밥 먹는 사이에 반찬을 섞어먹다

빙든 빙애기만썩 : 병든 병아리만큼씩

다 : 물 따위가 가에까지 차올라 넘칠 정도로 가득하다

조롬 : 꽁무니. 뒤

나브작이 : 납작하게 엎드린 꼴

괄락괄락 : 물을 마음껏 마실 때 나는 소리를 흉내낸 꼴

물굴메 : 물그림자

노념다 : 놀이하다

롯 : 바람 없는 밤이나 새벽의 몹시 찬 기운

왕소새 : 왕솔새

기영저영 : 그럭저럭

보네나다 : 보람이 있다

헤쓰다 : 속이 드러나게 펼치다

질다 : 가늘고 자잘하다

코젱이 : 뾰족한 끝

단착 : 오른쪽 또는 오른쪽의 것

느랏다 : 힘이 다 빠져 축 늘어지다.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