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사 약이 너미 좋으난…뭐하러 저런걸 만집니까”

[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허당 김중기 선셍(2)

2013-12-06     제민일보
▲ 그림 고재만(화가·한국미술협회제주지회 자문위원)

오름에 건줌 다 올라간 듸서 베리지치 아니연 보난, 자주쓴풀이 곱닥게 피엇다. 고장에 주삣이 돌고, 무장 쎠부난 그런 일름이 붙엇젠 다. 오랜만의 곱닥게 핀 고장 봐진 지멍에 사진이나  장 박아두카 연 배낭에 신 카메라를 안녜연 발류는디, 어디서 구루무 내우살이 훅게 난 보난,

“이거, 주…, 주…?”

멍 어느제 와신디, 아주망이 더레 쪼그려 앚인다.

“주씬풀, 그냥 표준말로 자주쓴풀이렌 읍주.”

“게난 이것이 경 쎠마씀?”

“먹어보진 아니엿주마는, 용담(龍膽)보단 열 곱 씬덴 난, 칼칼 씰 텝주.”

“게난, 씬 건 약 뒌덴 는디, 어디에 좋읍니까?”

“고장 필 때 뿔리채 매영 그늘에서 류운 걸 당약(當藥)이옌 는디, 엿날부터 소화가 잘 안뒐 때광 밥맛 읏인 때나 위 나쁜 디 먹기도 고, 고뿔광 설사에도 듣넹 주.”

“게문 만벵통치약인게마씀.”

“흐흐. 엿날은 경 을만도 엿주. 요즘읜 머리 엇인 사름 머리터럭 잘 나게 는 디도 효과가 싯젠 안게.”

멍 카메라를 들런 일어사는디, 무사 경 좋은 걸 그냥 놔뒁 감시녠 는 눈빗이란, 얼른 능선더레 올라사멍,

“엿날, 의원도 약도 귀 때난  수 읏이 민간요법으로 저걸 케여단 쎳주마는, 요즘사 양약이 너미 좋아놓으난…. 자. 소화 안 뒈문 소화제 사먹곡, 감기 걸리문 감기약, 설사난 딘 지사제…. 약방더레 혹게 아강 사먹으문 확 낫아부는디, 뭐젠 저런 걸 직읍니까?”

그 말엔 아무 대답도 아니고 양지가 꼼 벌겅 차 그래만 베리는디, 마침 빈네가 션 그걸 리치멍,

“이래 와봅서, 이것도 빈네옌 영, 지혈 효과가 싯젠 는디, 언제 저걸 앙 캐영 앙 쳐메쿠가? 그냥 저것에서 액을 뽑앙 조제 연고 라불문 뒐 걸.” 난

“알앗수다게.”

멍 삐진 사름처록 앞산 걸은다. 적당 거리에서 걷는 모냥을 무심코 베리난, 꼼 짝 바지 베꼇디로 오목조목 다리 선이 안적도 곱덴 생각이 든다. 그 우터레 난 곡선을 더 베령은 줴뒐 것 닮안, 굼부리로 눈을 돌리난 거기도 둥싯 곡선이 들어갓닥 나왓닥 여선, 고만 사둠서 숨을 크게 들이 쉬고 멀리 할락산더레 눈을 돌린다.

아명여도 이디서 보는 할락산은 새침게 진 사름이다. 군더더기 엇이 말을 부쳐도 아무 대답이 읏일 것 닮다. 제주섬의 나서 큰 사름은 이녁 난 고단의서 보는 할락산 모냥이 질 좋덴 다. 두릴 적부터 머리에 각인시켜 논 것이 셔부난 웬방서 보는 산은 덜 익숙게 마련이다. 경덴 주마는 오름 뎅기멍 보문 아명여도 성안의서 보는 산은 요염고, 서귀포서 보는 산은 돌아앚인 것 닮안 꼼 냉정덴 생각을 여왓다.

“선셍님. 무신거 염수가, 저 옵서!”

는 소리에 얼른 고개 돌련 베려보난, 벌써 정상의서 자리를 페완 앚안 손짓을 다. 야게기에 건 히뚜룩 마후라가 름에 나부끼는 것이 능선 아래로 핀 어욱광 잘 어울린다.

“요레 왕 앚입서.”

멍 리치는 딜 앚젠 난, 아명여도 기분이 소연 쭈엇쭈엇 여가난

“요즘 사름 죽이는 진독이 하덴 야단이우다. 나의도 들어가는디 조심여삽주.”

는 름에 덥싹게 앚이난, 족은 자리라 네웨기가 어륩다. 아주망이 벌써 배낭에서 보온벵을 안녜연 차를 루완,

“선셍님. 이거 무신 찬지 알아맞춰 봅서.”

멍 내미난, 얼른  적 들으씨멍 역불로,

“어떠불라. 아이고, 이거….”

멍 잔을 류우난, 얼른 빼연 맛을 봔,

“에이구, 선셍님. 장난도?”

멍 토왁게 거시는 름에 바탕 웃임판이 벌어졋다. 차는 특벨 향기도 읏고 아놓으난 무언지 도무지 짐작이 안 간다. 그보단은 입에 대어난 디서 나는 화장품 내우살 따문에 더. (계속)

 

건줌 : 거의

씨다 : (맛이) 쓰다. * 쎠부난 : 쓰기 때문에

지멍에 : 김에

구루무 : 화장품 ‘크림[cream]’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

빈네 : 피막이. → 빈데쿨

고단 : 곳. 특정 지역

웬방 : 외방(外方)

야게기 : ‘모가지’의 다른 말

진독 : 진드기

네웨다 :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분명하게 나누다. 내외하다

역불로 : 일부러. 짐짓

어떠불라 : 갑자기 뜨거움을 느꼈을 때, 내는 소리.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