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골하는 사름 하나 싯수다. 우리 친정어멍마씀”
[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허당 김중기 선셍(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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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고재만(화가·한국미술협회제주지회 자문위원) | ||
김선셍은 마농여사의 입술이 꼭 양애꼿 닮덴 생각이 들언, 그 고장 내우살을 맡아보젠 코를 껏더레 져가는디, 마농여사가 확 눈을 트멍,
“어어! 저어기….”
고 손가락을 내민다. 베려보난 오름 우터레 등산객 대섯 멩이 올란 이짝더레 왐다. 김선셍은 머쓱 기분에 양지가 벌겅여둠서 얼른 자릴 떳다. 꼼 가단 보난 절도 자고 산세우리 꼿이 곱게 피어선, 카메랄 내어놘 너브작기 엎더젼 찍노렌 난, 마농여사가 새끼또꼬망을 두어 번 톡톡 거슴손멍 지나간다.
‘저 아주망이 진짜 고만 내불문 안 뒈켜.’ 멍 얼른 일어산 조차가는디, 마농여사가 심각 으로 산 뭘 항의젠 는 눈치다. ‘오 어떵난 이 아주망이 날 영 들럿닥놧닥 염신고?’ 멍 더레 가가난,
“어떵 연 그건 오 못 봠수다. 씨멜쪽여 부러신가마씀?”
“무신거?”
“피뿔리풀이렌 거마씀.”
“그건 영 무신거 젠?”
“꼭 아야 이유가 싯수다.”
“어떵연 이디 그거 신 걸 알안?”
“선셍님 글 검색단 보난, 이디서 봣덴 카페에 올려선게마씀. 사진장.”
“경디, 그건 름 날 때 피는 거난, 을엔 잎상구리가 랑 닥 읏어져 부는디.”
“에에, 선셍님. 나 몰른덴 경 셍그짓말 지맙서게.”
“경고 그 피뿌리풀은 멜종뒈는 거난 거셩도 안 뒈여.”
“사름 목심이 경각에 려신디, 영창 가도 나가 가쿠다.”
“난 그거 독성이 싯젱 것만 알앗주. 약 뒌덴 말은 못 들어봐서.”
“독이 셔도 극약처방이엔 것이 십주기게.”
“극약처방은 양약(良藥)으로 당당 안 뒐 때 아마커나 쎠보는 거.”
“경난마씀. 우리집의도 단단 안 뒈난 쎠보젱 는 거 아니우까?”
“집의옌 건, 누게 말이우까.”
“골골는 사름 나 싯수다. 아아니, 우리 친정어멍마씀.”
김선셍은 마농여사가 는 걸로 봐서는 혼차인 걸로 아는디, 아명여도 이상덴 생각엿다. 경고 무신 벵인 중은 몰라도 저 아주망이 저 정도문 아주 심각 거다.
북쪽 펜이서 베려보는 따라비오름은 울퉁불퉁 들어가고 나온디가 꼭 산수석(山水石)을 닮앗다. 미끈 곡선이 부드럽게 나가고 들어온 것이, 앞의 산 궁둥이 흥글멍 걷는 마농여사의 몸 이디저디가 오름 곡선광 하영 어울린다. 경디 저 마농여사의 정체가 뭣이렌 말인고? 무사 나 은 놈신더레 꼬리치는 것추룩 무신걸 줄듯줄듯멍 껏더레 오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라고 마니고게털엇다.
앞의 가단 마농여사가 아명헤도 미련을 못 버련 다시 돌아사멍 말을 걸어온다.
“아니 그거 진짜로 안 리쳐 줄 거우깡?”
“무신거 말이우까, 피뿌리풀?”
“아따가라. 그거 꼼 라주문 어떵니까? 보기만 쿠다.”
“마농여사! 정말 이젠 시기적으로 못 본덴 염수게.”
“에에. 배낭고 이거나 좀 들렁 감십서. 꼼 실례영 오쿠다.”
김선셍이 혼차 아무 생각 읏이 배낭광 휴대폰을 받안 들렁 가는디, 갑자기 휴대폰이 울련 무심처이 누르뜨난, 메시지가 뜬다. ‘…여보 재게 지성귀 갈아줘’. (‘허당 김중기 선셍’ 끝)
너부작기 : 주로 덩치가 큰 사람이 넓적 평퍼짐하게 엎드린 꼴
새끼또꼬망 : 척추의 맨 아랫부분에 있는 뼈. 미추(尾椎)
거슴손다 : 트집을 잡으려고 남을 건드리며 성가시게 하다
씨멜쪽다 : 흔적이나 근거가 없이 모두 없어지다
셍그짓말 : 뻔한 거짓말
아마커나 : 혹시나 해서
마니고게털다 : 마음에 차지 않거나 ‘부정’의 뜻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
[연재를 마치며]
그간 제주어를 살린답시고 ‘뚜럼 열전’을 썼다.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전설과 고대소설, 역사인물, 표류기, 무속(巫俗)에서 한 편씩, 또 원작의 제주어역, 창작 등 다양하게 써보았다. 물론 여기 나오는 주인공 모두가 ‘뚜럼’으로 분류될 인물들은 아니다. 사노라면 본의 아니게 ‘뚜럼’ 노릇을 해야 할 때가 있다고, 소설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그런 역할을 맡긴 것이다. 이점 오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어떻든 제주어는 지금 점차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나의 이 어줍지 않은 노력이 그 한 귀퉁이를 붙드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동안 부족한 글을 새겨 읽느라고 고생하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