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기준 '건강·안전'으로 전환…소비자 욕구 충족해야
[FTA, 안정성 확보가 해법이다] 1. 농산물 인증제 활용해야
2013-12-31 강승남 기자
잇따른 시장개방…농수축산물 수입 증가 전망
국내산 가격경쟁력 열세 안전성으로 승부해야
'식탁건강' 관심확대 안전 먹을거리 구매 증가
정부가 잇따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체결하거나 추진하면서 국내 1차 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제주는 한·중 FTA를 앞두고 도내 11개 주요품목을 양허제외품목으로 포함시키기 위해 절충을 벌이고 있지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제수준의 안정성 확보 등 1차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잇따른 시장개방
정부는 현재 28건·77개국을 대상으로 FTA 협상을 체결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이 가운데 10건·47개국은 이미 FTA가 발효 중이며 한·호주 FTA도 최근 사실상 협상이 타결, 국회 비준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일본·뉴질랜드 등 10건·22개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남미공동시장 5개국(MERCOSUR) 등 7건·19개국과의 협상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정부의 FTA 대상국들은 국내 농산물 수입규모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농산물 수입액은 294억4700만 달러. 이 중 정부의 FTA 협상국 77개국의 비중은 96.5%(284억7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FTA 체결로 인해 이같은 농산물 수입규모 확대로 제주 1차산업 분야의 피해가 '우려에서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1월 2단계 협상이 재개되는 등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중FTA가 체결·발효될 경우 감귤 분야의 피해액은 1조6000억원, 수산분야의 피해액은 8510억~1조254억원으로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지난해 3월 협상 타결 4년 10개월만에 발효된 한·미FTA로 인한 피해규모도 15년간 감귤 9589억원·축산 1800억원·수산(넙치) 308억원 등 1조2150억원으로 추산됐다.
△ '양허제외' 의존 안돼
제주도는 한·중FTA 체결에 따른 도내 1차 산업 분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시장개방으로 집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감귤·감자·양파·마늘·양배추·무·당근·브로콜리·양식광어·갈치·참조기 등 제주지역 11개 주요 농수산물이 양허제외 또는 초민감품목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 설득논리 개발과 절충 강화에 주력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간 초민간품목(양허제외) 선정을 위한 경쟁이 치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감귤 등 제주 주요 농수산물이 초민감품목에 포함되더라도 계절관세·저율관세할당(TRQ) 등으로 부분적 개방이 불가피한 만큼 제주 주요 농수축산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집중적인 투자와 정책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주 주요 농산물은 중국산 농산물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운에 따르면 제주지역 주력 품목인 감귤 평균 도매가격(2010~2011년)의 경우 중국산은 ㎏당 709원으로 국내산 1315원 보다 606원, 양배추는 중국산이 ㎏당 207원으로 국내산 652원 보다 445원 낮았다.
또 중국산 △양파 393원 △당근 1137원 △무 561원 △감자 1000원 △마늘 3791원(이상 ㎏당) 등이 국내산보다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가격 경쟁에서는 국내산이 중국산을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FTA 등에 따른 정부와 행정에 기대지 않고도 1차산업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 등 농가차원의 자구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농수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농산물에 대한 신뢰는 곧 소비자의 선택으로 연결되고 있다.
농산물만 하더라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결과 친환경농산물 구입자 소비의향은 일반농산물과 비교해 유기농산물 51~79%, 무농약 48~69% 높고, 적정가격도 유기농산물 37~52%, 무농약 32~44% 높게 나타날 정도로 우리 국민들은 식탁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가 관대하다.
이로 인해 친환경농산물 시장규모는 2006년 1조3106억원에서 2007년 2조1799억원, 2008년 3조1927억원, 2011년 3조2602억원으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도 유기농식품의 시장 규모는 연 20% 내외로 분석되는 등 소득수준 향상으로 농수축산물 소비패턴이 기존 가격·양에서 건강·영양·안전성 등으로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 도내에서도 관심 증가
농수축산물의 안정성을 인증해주는 제도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선 농산물 인증제도를 보면 유기농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는 가장 순수한 친환경농산물이다. 무기농산물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시비량의 1/3 이내에서 사용하는 농산물이다. 저농약 농산물(화학비료 1/2·농약 1/2·제초제 미사용) 인증은 2010년부터 중단됐다.
또 최근에는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도 부각되고 있다. GAP는 농산물의 생산에서부터 수화 후 포장단계까지 농약·중금속·미생물 등의 위해요소를 관리하는 제도다. GAP는 국제적으로 안전 농산물 공급 필요성을 인식,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에서 기준을 마련해 추진하는 제도다.
국내에 한정된 친환경농산물 인증과는 달리 GAP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축산물과 수산물 역시 다양한 인증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위해요소 중점관리(HACCP) 인증이다.
HACCP은 수산·축산 식품의 원료관리·제조·유통 및 판매의 전과정에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위생관리 제도다. 이는 해로운 미생물 오염이나 항생제 잔류 등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며 세계 각국에서 위생제도의 표본으로 삼고 있다.
GAP와 HACCP 인증을 받은 농수축산물은 안전성을 인정받아 수출 확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도내 농가에서도 안전한 농수축산물 생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2011년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은 2531㏊로 전체 경지면적의 4.3%이며 2007년부터 5년간 14% 증가했다. 또 유기축산물의 생산량은 2010년 1723t에서 2011년 2060t으로 증가했다. 또 2013년 10월말 기준 도내 HACCP 인증 대상업소 1935곳 중 253곳(13%)이 지정됐다. 이와 함께 수산물 분야에서도 친환경양식장 인증 등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도관계자는 "친환경 농수축산물 인증 등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 확대가 FTA 등 시장개방에 대응한 1차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중 하나"라며 "향후 인증 검사비 지원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는 농수축산물 생산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승남 기자
인터뷰 / 송상용 영농조합법인 제주친환경 대표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으로 시장개방 위기 극복해야죠"
송상용 영농조합법인 제주친환경 대표는 "안전한 먹을거리는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이자 약속"이라며 "FTA 등 시장개방으로 인한 1차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97년부터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송 대표는 "과거와는 달리 농산물 등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이 달라졌다"며 "건강을 위해서라면 지갑을 여는데 주저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친환경 농산물 시장은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송 대표는 "아직까지도 수입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는 여전한 편"이라며 "국내 농산물이 친환경 인증을 받거나 국가·국제수준의 안전성을 인증 받는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특히 송 대표는 아직까지 국내 친환경 농산물 인증이 해외 시장에서 통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국내 소비시장에서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로 인해 '제주산'이라면 소비자들은 우선 믿고 구매하는 편이지만 해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해외 소비자들도 국내산 또는 제주산 친환경 농산물을 믿고 소비할 수 있도록 국제수준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무분별하게 친환경 인증 준비 없는 규모 확대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송 대표는 "일반 농산물과 달리 친환경 농산물 등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비시장유통 방식을 통해 거래처와 직접 계약을 하고 있다"며 "자칫 생산량이 급증할 경우 유통처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승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