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한 축산업계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친환경 축산물 인증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한우시장.
유기·무항생·HACCP 인증 취득 활성화
소득 보전 위한 전문 유통채널 구축 시급
축협 역할 강화·소비자 교육 확대 주문도
최근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산물에 대한 안전 관리 측면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한 축산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의 핵심 키워드로 축산물 인증제도가 떠오르고 있다.
△가격하락·수입확대 이중고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축산농가가 이번에는 시장개방에 따른 수입물량 확대로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우 가격만 하더라도 2011년 한우송아지 1마리당 306만1000원이던 생산비는 2012년 325만4000원으로 6.3% 늘어난 반면 가격은 사정없이 하락했다.
구제역 파동 전인 2010년 1마리당 533만7000원이던 한우 가격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이후인 2011년 319만30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2012년 343만8000원, 2013년 8월말 현재 369만8000원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추가 회복은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미에 이어 한·호주 FTA가 사실상 타결되면서 국내 축산농가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과 호주는 쇠고기인 경우 FTA 발효 후 관세를 매년 2~3% 낮춰 15년차에 완전 철폐하기로 합의됐다. 하지만 호주산이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소 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내 농가의 반발이 적잖을 전망이다.
이처럼 가격하락과 시장개방에 따른 축산농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친환경축산물 인증제도가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친환경 축산물 인증제도란
축산물 친환경 인증제도에는 유기축산물과 무항생제 축산물,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등이 있다.
우선 유기축산물은 축산물의 생산과정에서 수정란 이식 또는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은 가축에서 각종 화학비료·농약 등의 사용은 물론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은 식물을 사료의 원료로 한다. 또 질병치료·예방을 목적으로 항생제·합성항균제·성장촉진제·호르몬제 등 동물용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사료에 첨가하지 않고 운동이나 휴식공간·방목초지가 겸비된 환경 속에서 사육을 해야 한다. 자연적 방법으로 분뇨를 자원화, 농업생태계와 환경을 유지·보전하면서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무항생제 축산물은 번식호르몬 처리를 하지 않은 가축을 입축 후 사육되는 전 과정에 항생제·합성항균제 등 동물용 의약품을 첨가하지 않은 사료를 급여하고 질병 치료·예방을 목적으로 항생제 등을 투여하지 않고 가축의 생물적·행동적 요구를 만족시키는 환경에서 사육하는 방식이다.
유기축산물은 인증유효기간이 1년이며, 무항생제 축산물은 2년이다.
축산물 HACCP은 약 80여개 항목의 선행요건 프로그램과 위해요소(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안전관리인증 제도로 현재는 도축업을 제외한 다른 업종은 자율 적용대상이다. 유기·무항생제 축산물과 달리 항생제 등의 기준치 이하 사용은 허용된다.
이밖에도 2007년 축사를 친환경적으로 관리하고 가축분뇨의 적정한 관리·이용에 기여하는 환경친화축산농장인증제와 가축이 본래 습성을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관리해 동물의 건강·복지 수준을 증진시켜 안전하고 윤리적인 축산업을 추구하는 동물복지인증제도가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도내 인증 현황
축산물 안전성에 대한 관심 증가로 도내에서도 친환경 유기축산물과 무항생제축산물, HACCP 축산물 인증이 수산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활성화됐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등록된 도내 유기축산물 인증농가는 2012년말 기준 4곳이며 연간 출하량은 4430t이다. 또 무항생제 인증농가는 93곳이며 출하량은 9585t이다.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인증농가는 2008년 157곳에서 감소했지만 출하량은 7052t에서 갑절 가까이 늘었다.
반면 최근 HACCP 인증농가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이 HACCP 인증과 별도로 이뤄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HACCP 인증을 거쳐야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도내 HACCP 인증 대상농가(유통업체 등 포함)는 1935곳. 이 가운데 가축사육농가는 한육우 207곳·한우 195곳·육우 12곳·젖소 31곳·돼지 186곳·산란계 13곳·육계 4곳·오리 3곳 등 651농가다.
도 축산물 유통업체는 도축업 3곳·집유업 2곳·식육포장처리업 143곳 등 1257곳이며 배합사료 5곳·부화업 6곳 등 기타업종이 27곳이다.
이들 농가(업체) 가운데 HACCP 인증현황은 돼지 88곳·한우 41곳·젖소 6곳·한육우 3곳·육계 28곳·산란계 16곳·육계산란계 1곳·오리 1곳 등 가축사육업 184곳과 종축업 6곳·축산물판매업 7곳·식육포장처리업 38곳 등 총 253곳(13%)으로 나타났다.
도는 지난해 2억원을 투입, HACCP 컨설팅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등 축산물 HACCP 시스템 구축을 통한 축산물 위생·안전성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축산물 HACCP 지정확대를 추진, 제주 축산물의 고부가가치 생산·유통기반 확충에 노력하겠다"며 "HACCP 지정농가·업소는 정책지원 우선순위 부여 등 행·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중복·유사 인증제도 정비 시급
축산물 관련 인증제도의 도입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중복·유사한 인증제도의 단순화 등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축산물 인증제도가 너무 많아 오히려 친환경 축산 활성화에 제약이 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산자·소비자 모두에게 혼란이 없고 친환경 축산물 생산 확대를 유도할 수 있도록 각 인증별 공통요소를 분류한 후 유사인증 통합 등 인증제의 단순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일반 축산물과 친환경 축산물간 가격차이가 거의 없어 농가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인이 부족하기 때문에 친환경 축산물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통 및 소비 기반을 선행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친환경 축산물이 일반 축산물과 구분돼 유통될 수 있도록 전문 유통·판매점 확대, 농협(축협)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농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대상 교육·홍보 등 정보전달체계를 구축,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체계가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강승남 기자
"시장개방 시대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동물 복지와 축산물 안전성이 담보되는 친환경 축산물 생산만이 해법이다"
김권호 삼다청정한우 대표는 "향후 축산물 소비형태는 고급화, 다양성·편의성은 물론 건강이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가격보다 맛과 품질, 안전성 등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소비자들은 유기·무항생제·HACCP 인증과 동물복지인증 등 위생 및 안전성을 최우선시 하고 있다"며 "결국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생산방식도 전환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내산 축산물이 수입산 축산물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육질, 즉 품질과 함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친환경 축산물에 대한 출하비 지원 확대 등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재의 유통구조 탓에 친환경 축산물과 일반 축산물이 구분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환경 축산물인 경우 일반 축산물과 비교, 생산비는 20~30% 높은 반면 생산량은 되레 20~30% 떨어지기 때문에 같은 가격을 받아서는 오히려 손해"라며 "친환경 축산물을 생산단계부터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업체가 시급히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결국 소비자와 생산자간 신뢰가 없이는 친환경 축산물 인증 활성화가 요원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국내산 친환경 축산물을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축산농가는 물론 가공·유통업체, 사료업체까지 친환경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승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