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적응, 선택 아닌 생존의 길

[기후변화, 기로에 선 제주] 1.프롤로그

2014-02-11     김용현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제주지역 역시 보다 적극적인 적응·대응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은 제주지방 기상·기후관측의 바벨탑인 제주지방기상청. 김용현 기자
제주 최근 90년간 1.6도 상승 온난화 진행 급속도
최악 가뭄, 슈퍼 태풍, 아열대성 병해충 유입 등
민감한 영향…선제적 대비 위기서 기회 만들어야
 
기후변화 전문가인 마크 라이너스는 2008년 「6도의 악몽」이란 책을 출간해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구의 온도가 1도씩 상승할 때마다 인류와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6도까지 올라가면 지구의 생물이 모두 멸종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01년과 비교해 2100년에 4.9도가 상승될 것으로 전망, 대재앙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고 앞으로의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대응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다.
 
기후변화 인류 위협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악몽」에서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면 만년빙이 사라지거나 사막화가 심화하는 등 재앙이 시작되고, 2도 상승하면 대가뭄과 대홍수가 닥치며, 3도 상승시 이상기후가 더욱 심화된다.
 
또한 4도 상승하면 지구 전역에 피난민이 넘치고, 5도 상승하면 생존한 인류간 식량과 물을 확보하려는 투쟁(전쟁)이 벌어지고, 6도 상승하면 인류를 포함한 모든 동·식물이 멸종하게 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제5차보고서(2013년 9월 발표)에 따르면 지난 133년간(1880~2012년)간 지구의 평균온도는 0.75도 상승했고, 해수면은 110년간(1901~2010년) 19㎝ 높아졌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으로 더욱 빠르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추세로 가면 온도는 21세기말(2071~2100년) 3.7도, 해수면은 63㎝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등 인류가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면 21세기말에 온도는 1.8도, 해수면은 47㎝로 상승폭이 완화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제주 가장 빨라
 
제주도는 1924년과 비교해 90년간 연평균 기온이 1.6도 상승, 전 세계보다 매우 가파르게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제주해수면은 지난 38년(1970~2007년)간 연평균 6.1㎜ 상승해 전체 22.6㎝가 높아졌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평균 상승폭 1.71㎜(총 상승폭 6.5㎝)보다 3.5배에 달하는 등 제주가 기후변화에 최전방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는 환경·사회적으로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9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여름철 열대야와 평균기온 등이 관측이래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또한 2007년 제주를 강타한 태풍 '나리'와 2012년 '볼라벤' 등 초강력 태풍의 발생빈도도 높아지고 있고, 열대성 기습호우도 잦아지고 있다.
 
▲ 기후변화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한라산 대표 고산식물인 구상나무군락. 김용현 기자
한라산 대표 고산식물인 구상나무 분포지가 1976년부터 2003년까지 37년 동안 34% 감소했다. 또 아고산대에 분포하는 희귀곤충(가락지나비, 산굴뚝나비 등)이 감소한 반면 아열대성 곤충, 병해충 출현이 증가하고 있다.
 
제주바다도 수온상승으로 필리핀이나 오키나와 등지서만 관측됐던 부레관해파리가 제주연안에 출현하는 반면 제주토종어종들이 점차 북상하고 있다. 더구나 석회조류의 번식이 늘어나면서 갯녹음 현상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온과 수온상승으로 뎅기열이나 말라리아 등의 열대질병의 북방한계선이 제주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겨울철에도 연중 모기들이 서식하고 있다.
 
국내 기후변화 최전방 역할 필요
 
이처럼 제주지역에서 기후변화가 도민생활과 자연생태계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날 정도로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적응과 대응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제주도와 유관기관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기후변화 적응 세부시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제주는 기후변화시범지역으로서 적응·대응대책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적응대책의 범위가 불명확하고, 세부대책간 우선순위 정립이 부족하는 등 개선·보완돼야 할 점도 여전히 많다.
 
특히 앞으로 심해질 가뭄, 폭염, 폭한, 홍수 등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노약자와 장애인·만성질환자 등 '기후변화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보강이 시급하다.
 
또한 기후변화가 제주지역 농축수산업과 관광산업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민간기업(기관)들의 적응·대응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제주가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적응·대응의 전략기지로 부각되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켜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김용현 기자

"제주는 기후변화가 가장 먼저 발생하는 지역이자 다양한 변화를 예측·연구할 수 있는 등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제주는 기후변화 대응 및 기상산업의 메카로 최적지다"

이재병 제주지방기상청장은 "제주도는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해 있어 기후변화가 가장 먼저 발생하는 지역이자 우리나라 태풍경로의 최전방에 위치해 지리학적으로 중요하다"며 "1950m에 이르는 한라산과 동서남북 고도별로 다른 기상 및 기후특성이 나타나고 있어 기후변화 연구에 최적지"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최근 전 지구에서 홍수·폭설·폭한·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며 "제주는 90여년간 연평균기온이 1.6도 상승했고, 집중호우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제주기상청은 제주도기후변화 보고서를 통해 2100년까지의 예상 기온, 강수량, 극한기후현상에 대해 전망했다"며 "제주도와 유관기관들이 이 전망을 토대로 농·수산업, 물관리, 산림, 보건·의료, 재해예방 등의 대책마련에 적극 활용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우선 제주도와 제주기상청, 국립기상연구원 등 유관기관들이 공동협력할 수 있는 전문가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분야와 지역별로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기후변화 대응·적응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우리나라 기상인력 1500여명 중 20%인 300여명이 도내에 배치됐다. 그만큼 제주가 기상·기후 및 기후변화에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제주가 기후변화의 위기지역이 아닌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