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과 해수면 급상승…제주바다가 요동친다

[기후변화, 기로에 선 제주] 5. 기후변화에 민감한 바다

2014-06-17     김용현 기자
▲ 지난해 용머리해안은 1년중 81일이 바닷물에 잠기거나 파도가 넘쳐 탐방객의 출입이 금지됐다. 2012년에도 78일에 이르는 등 2년간 5일에 하루꼴로 출입이 통제됐다.
제주 해수온 상승폭 증가 아열대어종 서식 절반 넘어
해수면 빠르게 상승 용머리해안 5일에 하루꼴 종일 잠겨
 
제주바다가 기후변화로 인해 큰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육상과 달리 바다밑에서 진행되는 생태계와 환경변화는 쉽게 확인하기 힘든 만큼 대응대책 마련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제주바다는 고부가가치의 온대어종이 주로 서식하는 어자원의 보고이지만 해수온 상승으로 빠르게 아열대어류로 점령당하고 있다. 또한 제주의 해수면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해일과 월파피해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해양생태계 급변화
 
제주지역의 해수온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매년 0.06도 비율로 상승했고, 특히 서귀포지역은 0.07도씩 올라갔다. 이는 전 세계의 평균 해수온 상승폭인 매년 0.04도에 비해 1.5배 이상 높은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1968년부터 2006년까지 제주해역의 수온을 관측한 결과 1.2도에서 1.6도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해양생태계는 해수온 변화에 매우 민감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온 1도 이상의 변화는 육상생태계에서 5~10도 이상 변한 것과 비슷하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의 해양생태계는 수온상승 등으로 온대에서 열대와 아열대로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제주 연안에 정착해 살고 있는 아열대성 어류가 해마다 늘어나 이제 과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가 지난해 북촌, 신창, 사계, 신흥, 가파도 등 5곳의 연안어장의 수심 10~15m에서 통발과 자망어구를 이용해 서식어류 분포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95종의 어류가 제주연안에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아열대성 어류는 48종으로 51%를 차지했다.
 
▲ 노랑거북복, 노랑가시돔, 금강바리, 청줄돔, 파랑쥐치.(사진 왼쪽부터)
제주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아열대성 어류는 청줄돔, 가시복, 거북복, 쥐돔, 꼬리줄나비고기, 철갑둥어 등이며, 이 종들은 필리핀·대만·일본 오키나와 연안 등에 주로 서식하는 어류다.
 
특히 아열대 어류출현율은 2011년 48%에서 2012년 46%, 2013년 51%로 해마다 이들의 출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서부와 북부해역에 비해 해수온 상승폭이 큰 남부해역(사계리)과 가파도에서 출현율이 높았다.
 
반면 제주대표 토종어종인 자리돔은 북상해 동해안 독도연안에서 산란까지 하면서 서식하는 등 완전히 정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분자기 역시 제주지역보다 남해안에서 어획량이 많아졌다. 
 
또한 옥돔은 12~14도 수온에서 가장 큰 어장을 형성하지만 수온상승으로 가까운 미래에 어획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제주수산업이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제주해안 빠르게 잠겨
 
지구온난화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고, 특히 제주연안은 수온상승으로 바다부피가 팽창하면서 빠르게 잠기고 있다.
 
제주연안의 해수면은 1970년부터 2007년까지 38년간 22.8㎝가 높아지면서 연간 상승률이 6㎜로 조사됐으며, 이는 전세계 연간 상승률 1.8㎜보다 3배 이상 높다. 또한 동해안 상승률 1.4㎜, 서해안 1.0㎜, 남해안 3.4㎜보다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안덕면에 있는 '용머리 해안'은 해수면 상승현상을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어 대표적인 기후변화의 연구지다.
 
특히 지난해 용머리해안은 1년중 81일이 바닷물에 잠기거나 파도가 넘쳐 하루종일 탐방객의 출입이 통제됐으며, 2012년에도 78일에 이르는 등 2년간 5일에 하루씩 종일 통제됐다.
 
또한 만조나 일시적 기상악화로 하루에 4∼6시간가량 부분 통제되는 날까지 포함하면 출입 통제일수는 연간 168일에 달한다.
 
용머리 해안은 산책로 구간 중 가장 낮은 지점도 1970년대까지 바닷물에 잠기지 않았지만 1990년대 들어 조금씩 잠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늘어나 현재는 만조시간대 대부분이 통제되는 상황이다.
 
특히 제주지역은 가파른 해수면상승으로 도내 곳곳에서 해안침식과 월파피해가 증가하고 있고, 저지대 범람과 해일 등의 피해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그 외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제주바다는 백화현상이 확산되고, 생태교란종이 빠르게 잠식하면서 황폐화되고 있다.
 
해수온상승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해조류가 녹아 없어지면서 탄산칼슘 성분의 회백색 무절산호조류로 덥히는 백화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더구나 말미잘과 거품돌산호 등의 해양생태교란종이 빠르게 제주연안을 잠식하면서 감태 등 각종 해조류의 서식을 막고 있다. 또 아열대성 해파리류의 잦은 출몰과 구멍갈파래도 빠르게 확산되는 등 기후변화가 제주바다를 위협하고 있다. 김용현 기자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바다가 민감하게 반응을 하면서 제주사회도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해양생태계가 빠르게 급변하면서 제주수산업의 생존위기까지 처해지면서 시급히 대응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박사는 "제주바다는 40여년 동안 1.5~2도 정도 수온이 상승했고, 특히 겨울철의 수온상승폭이 높아 아열대어류가 제주바다에서 서식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말했다.

고 박사는 "2011년부터 제주연안마을어장에서 어류출현분포 조사를 실사한 결과, 아열대어종 출현율이 매해 상승해 지난해 50%를 넘었다"며 "특히 거북복, 가시복, 청줄돔 등이 제주연안에서 완전히 정착했다"고 덧붙였다. 또 "수온상승으로 제주의 토종어종의 서식지가 빠르게 북상하고 있으며, 특히 항상 자리를 지킨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토착성이 강한 자리돔 마저도 독도 해상까지 이동해 서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박사는 "특히 해수온상승 등으로 제주연안에는 거품돌산호와 말미잘 등이 빠르게 잠식하면서 본래의 제주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30~40년내에 제주해양생태계의 본래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해양생태계 변화는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기적인 모니터링 조사가 필요하다"며 "기후변화가 제주바다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시나리오 등을 정확히 분석하려면 최소 10년이상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 박사는 "제주의 해양생태계가 급변하기 때문에 제주사회 또한 선제적으로 적응·대응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관상용어류나 경산호, 참치 등 고부가가치 열대어류 양식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제주어업의 조업방식과 구조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제주해양연구 등에 대한 관심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유관기관간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