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연 소곱에서 교룡이 꿈틀하며 올라완 명문일 안안 하늘로

[제주어 전설]<16> 천지연의 전설

2014-07-20     제민일보

   
 
  천지연과 폭포.  
 

엿날 조선 중기쯤이옝 람수다. 서귀포시 서귀동에 강 보문 콸콸 리는 폭포 아래에 큰 물이 잇지예. 그 물이 천지연인디, 호근내로 려왕 폭포로 털어진 물이 모아진 디라마씀. 경여 놓으난 물이 지프곡 앙, 용이 살암젠 소문이 자자여십주. 그땐 동짝 우터레 서귀진(西歸鎭)이 셧고, 을엔 양지광 음세가 곱닥여둠서 행실도 얌전 순천이옌  처녀가 살앗수다. 경난 동네 총각덜은 누게옝  거 읏이 순천일 음에 두엇고, 그 중 명문이옝  총각이 유독 더여십주.

경엿주마는 순천이가 열아홉 이 뒈멍사라, 부모님은 이웃을 법환리 강씨 댁으로 시집 보내부러서마씀. 경난 동네 총각덜은 딱 맥이 풀려신디, 그 중에 명문인 하늘이 려앚고 땅이 멜라질 정도로 가심이 아파십주. 시집 가분 뒷녁날부터 아무런 생각도 읏이 그자 멍게 셔둠서로, 일도 안고 한숨만 푹푹 쉬단 버치난, 술광 노름광 싸움으로 날을 보낸 거라마씀. 을 사름덜이 뭣이옝 든 말든 계속 경만 여가난, 그냥 베린 사름 취급 엿수다. 술 퍼 먹엉 집안에 들어왕 돈 내여놓으렝 멍 내장돌입여가난 집의서도  수 읏이 버쳔 내부러십주.

   
 
  천지연 하류 조개화석과 바다.  
 

시집간 순천이는 요조숙녀가 뒈연 여의 도리를 다는 가운디, 화락 가정생활을 멍 동네 사름덜의 칭송을  몸에 받아서마씀. 시부모에 대 효도광 일가방상에 대 예의범절은 물론 서방 공경도 잘 난, 온 을 사름덜신디 본이 뒈여십주. 경단 보난 동기간에 화목고 일가방상은 물론 동네 사름덜신디도 인정을 받은 겁주게. 기영 멧 해 흘런 용싯일이 끗나난, 문득 친정이 궁금연 메칠 뎅겨올 말미를 얻어서마씀.

정성 들연 술과 떡을 빚어신디, 서방은 갑자기 일가에 봐줄 일이 생견 혼자 친정으로 출발여서마씀. 이때 마침 집안에서 패륜아로 낙인찍힌 명문이가 폭포 주변을 으상거리단 순천이가 친정으로 오는 걸 봐십주. 리에 잘 뒈엿젱 연, 만이 지드렷단 천지연 이 오난 탁 순천이 앞을 로막으멍 나타나서마씀. 광 벌겅케 취 소나이가 앞을 가로막으난 순천인 기가 막혀십주.

“누게우깡? 저레 고찝서!”

순천인 웨진 디서 불쑥 나온 사름을 보난, 이 돋으멍 불불 털어서마씀.

“순천아. 나 몰르커냐? 나 명문이여.”

순천인 동네 총각 으기도 고 어디서 본 듯기도 연,

“난 이미 시집 간, 놈의 집 사름이 뒌 몸이우다. 제발 저레 고찝서.”

멍 조용게 말 엿주마는 명문이가 그냥 놔줄 리가 이서시카마씀?

“난 이녁 따문에 베린 몸이난, 이녁 엇인 살 수 읏어. 경 살 바읜 죽어불주.”

경멍 꼼짝 못영 산 이신 순천의 홀목을 꽉 심으난, 순천이

“이 손 놉서. 안 놓으문 소리치쿠다양.”

연 눈을 치뜨멍 뿌리치젱 난, 명문이가 더 꽉 심엉 흥글멍

“아명 여도 소용 읏어. 난 이왕 베린 몸이난. 누게가 셩 날 어떵 거라. 만일 아무라도 나왕 날 방해문, 느 안앙 저 폭포레 뛰어들엉 죽어불 거난.”

명문이 눈이 확 뒈싸젼게 순천일 확 안으난, 순천인 죽을힘을 다연 비명을 질러서마씀.

“여기, 사, 사름 살려줍서!”

순간, ‘우르릉’ 는 소리가 난게, 천지연 소곱에서 무신것이 꿈틀멍 올라완 눈 짝  이에 명문이 품에 이신 순천일 떼여둰, 명문일 안안 하늘로 올라가는 거라마씀. 너미나 순식간의 일이라 잠시 정신을 일럿단 깨연, 하늘러레 레여보난 멀리 공중더레 교룡(蛟龍)이 꿈틀거리멍 올라감서마씀.

“아, 하느님. 감사네다.”

멍 정신을 수습연 졍 오단 짐을 단, 발아래서 영롱 구실을 발견 거라마씀. 그 구실은 바로 용이 물엇단 여의주라십주. 하늘이 이녁안티 린 것이라 생각 순천은 그걸 고만이 품언 조용히 친정으로 돌아완 그 실을 아무안티도 안 안 몰르게 간직여십주.

그 후제론 는 일마다 순조로완 집안이  넉넉여지고, 아도 팡팡 낳아십주. 경고 그 아덜은 다 똑똑고, 모든 일이 형통여가난 그 집안이나 을에선 모든 것이 메누리 잘 둔 덕이렌 칭송이 끊이질 아니여서마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베리다 : 쓰지 못하게 되다

내장돌입다 : 집안 살림살이를 온통 팽개쳐 뒤집거나 헝클어뜨리다

으상거리다 : 어정거리다

리에 : 제때에, 기회에

 : 닭살. 털을 뽑고 난 닭의 살가죽처럼 오톨도톨하게 돋은 사람의 살갗

홀목 : 손목

뒈싸지다 : 뒤집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