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지켜온 공동목장…관광지 개발 안될 일"

[제주의 마을공동목장사] 7.상가리공동목장②

2014-09-01     김봉철 기자

▲ 마을주민들이 우마들에게 안정적으로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둑 공사를 했던 '오리수물'. 현재도 원형대로 남아 있다. 김봉철 기자
관광지 조성 위한 매각 주민배제 일방적 추진
마을 "후손 위해 원형보전" 소유권 환수 운동

700여년 설촌역사를 지닌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는 현재 목장부지를 두고 조용할 날이 없다. 해안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개발 바람이 어느덧 이곳 중산간 목장까지 덮쳤기 때문이다. 상가리공동목장조합원과 주민들의 맹렬한 반대에도 행정의 '밀어붙이기'로 인해 아름다운 중산간 목장경관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중산간 관광지 개발 주민 반발

상가리공동목장에 관광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한 재일동포 사업가에 의해 추진됐다. 사업비 약 2000억원을 투자해 '한류 문화 복합 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으로, 지난 5월28일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가 마라톤 회의 끝에 재심의를 결정하면서 일단은 제동이 걸린 상태다.

개발예정지는 상가리공동목장내 44만㎡으로 제1산록도로에서 한라산 방면에 위치해 경관적 가치가 높다. 대부분 해발 500m를 넘고 높은 곳은 580m에 이르는 중산간 지역이다. 특히 바리메·노꼬메오름 등 다양한 오름군 아랫자락에 위치한 수려한 경관에 희귀동식물도 서식하는 등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해당 목장부지가 언제든 매각될 수 있어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사업계획 역시 문화복합시설이 아닌 단순 리조트 개발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행정이 '개발 마지노선'을 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 도정 임기 말 대규모 개발 사업을 잇따라 허가해준 데다 상가리 공동목장 일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까지 진행하면서 상가리 주민들은 제주도가 장기 임대나 매각 의사가 없다고 밝힌 주민과의 약속마저 저버렸다고 강력 반발했다.

양영호 상가리공동목장 조합장은 "상가리 공동목장과 주민들은 이 토지를 즉각 마을 목장조합에 환원할 것과, 사업자의 환경 영향 평가를 즉시 중단하기 바란다"고 제주도에 촉구한 상태다.

이같은 마을 주민들의 반대에 시민단체 등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도 지난 5월 성명을 통해 "개발 예정지는 해발 500m 이상 지역이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뛰어난 경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개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강철남 도의원 역시 "중산간지대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제도를 정비해 천혜의 자연경관과 각 마을의 역사, 생태를 보전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 일제가 토지 측량시 목장 경계로 활용했던 돌담. 주민들이 300여년 전 우마들이 오름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조성한 것을 일제가 활용했다. 김봉철 기자
주민들, 소유권 환수 추진

급기야 상가리 주민들은 공동목장 부지의 소유권 환수 운동에 나섰다.

해당 부지가 국유지로 돼 있는 상태에서는 언제든 이같은 개발 바람에 노출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조합으로의 환원을 위해 진정서와 함께 지난해 12월 소유권 환원 청구 소송을 제주지방법원에 제출해 1심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상가리 공동목장조합 측은 "사업 예정지의 42.2%를 차지하는 공유지는 예전부터 상가리의 소유로 알고 보존해왔다"며 "이를 근거로 주민 659명의 서명을 받아 올해 2월16일 각 행정기관에 도유지를 상가리로 환원해 달라는 진정서를 접수했고, 제주도는 회신에서 공유지에 대한 장기 임대나 매각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임대나 매각 의사가 없다고 밝혀온 행정이 주민 몰래 개발을 진행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공동 목장 조합 측은 "해당 공유지에 대해 사업자에게 환경 영향 평가를 받게 하는 것은 행정에 매각 의지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공동 목장의 원형을 지켜온 선조들의 노력과 사라져 가는 공동목장의 유형문화를 지키기 위해서 상가리 공동 목장 개발은 중단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상가리 공동목장조합은 목장 부지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로 수백년간 '관리 주체'가 마을이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일제강점기 작성된 문서에는 해당 부지가 리유림(里有林)으로 돼 있지만 수백년 전부터 목장을 일구고 관리해온 주체가 마을주민들이었고, 지금까지 행정이 임대료를 요구한 적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마을 소유라는 인식이 있어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목장내 하천에는 마을주민들은 우마들에게 안정적으로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둑 공사를 했던 '오리수물'이 현재도 원형대로 남아 있고, 또 일제가 토지 측량시 목장 경계로 활용했던 돌담도 주민들이 300여년 전 우마들이 오름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조성한 것이었다.

이밖에 초지 조성이나 켓담, 급수장 등 모두 조합원들의 출역으로 공동목장 내 시설 구축 및 관리가 이뤄진 만큼 마을 소유로 봐야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수년간의 긴 법정 공방 끝에 어떤 결론이 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같은 '개발 반대'의 뜻이 앞으로 다른 공동목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봉철 기자 ▲자문단=강만익 문학박사(한국사)·문화재전문위원, 좌동열 문화관광해설사.

 

"상가리 공동목장은 수백년 전부터 마을이 가꾸고 지켜온 곳입니다.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기 보다 원형대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합니다"
김재문 전 상가리장은 상가리공동목장 관광지 개발에 반대의 뜻을 밝히며 현재 원형을 보전할 수 있도록 행정의 입장 전환을 촉구했다.
김 전 이장은 "지난 1300년대부터 선조들이 목축업을 위한 목장지로 사용해 현재도 목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라며 "최소한 중산간 지역은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주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상가리목장을 포함해 도내 대부분의 공동목장들이 조선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구한 목축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이런 곳에 골프장이나 리조트 등이 들어서는 것은 돈벌이에 급급해 '환경'이라는 미래가치를 잃는 근시안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이장은 또 "자연은 그대로 살려서 '자연다움'을 유지해야 관광자원으로서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전통적인 공동목장의 원형을 보존하고, 토종 동·식물 자원과 목축전통 등 문화를 결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소유권 환수운동에 대해서는 "옛날 사람들이 공동목장에 대한 문서상 소유권 개념이 별로 없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며, 특정인 소유로 해놓으면 분쟁의 소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라며 "소유권을 환수해 목장 역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조합원 모두의 힘을 모아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