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나 제주말에서 마침법씨끝들 쓰임 구분해야
움직씨에만 쓰이는 씨끝도 그림씨에 쓸 수 있지만
그림씨에 쓰이는 씨끝들은 움직씨에 바로 못 써

[제주말에 대한 이해]대립되는 두 씨끝과 때가림소(12)

2014-09-28     제민일보

이번에는 씨끝 ‘-는고, -은고/ㄴ고’가 그림씨에서 표준어와 제주말이 서로 다르게 쓰이는 현상을 보겠습니다. 먼저 ‘이가 아픈 사람의 하는 말’임을 전제로 하겠습니다.

ㄱ. 무슨 약을 먹으면 아프다가도 안 아플까 - 안 *아프는고? 그 약을 먹으면 아프다가도 안 아플 거야. - 안 *아픈다.

ㄴ. 무신 약을 먹으민 아프당도 안 아프코 - 안 아프는고? 그 약을 먹으면 아프당도 안 아플 거여. -안 아픈다.

위의 그림씨 ‘아프-’에 쓰인 씨끝을 보면, ㄱ은 표준어인데 ‘안 아플까?’에 대답으로 ‘안 아플 거야’만 바른 쓰임이고, ‘안 아프는고’나 ‘안 아픈다’에 쓰인 씨끝 ‘-는고’나 ‘-은다’는 못 씁니다. 표준어에서는 마침법씨끝들을 움직씨에 쓰는 것과 그림씨에 쓰는 것으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ㄴ은 제주말인데 ‘안 아프코’나 ‘안 아프는고’도 쓰였고, 대답에는 ‘안 아플 거여’와 ‘안 아픈다’가 거의 같은 뜻으로 쓰였습니다. 같은 ‘아프-’인데도 표준어에서는 못 쓰는 ‘-는고, -은다’가 제주말에서는 쓰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주말에서 움직씨와 그림씨에 쓰이는 씨끝이 표준어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에, 물음과 대답에 쓰이는 씨끝들도 다릅니다.

표준어나 제주말에서도 마침법씨끝들은 움직씨에 쓰는 것과 그림씨에 쓰는 것은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주말에서는 표준어에서 움직씨에만 쓰이는 씨끝들도 그림씨에는 쓸 수 있지만, 그림씨에 쓰이는 씨끝들은 움직씨에 바로 못 쓰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어와 제주말의 물음과 대답의 짜임은 다릅니다.

송상조 문학박사·㈔제주어보전회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