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통 초가의 유일한 맥 이어가야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만나다] 15. 성읍 초가장
보전금 개인 지정 보다 적어…전수학생 모집 걸림돌
바람 많고 기후변화가 잦은 제주도의 환경에 맞춰 민가(民家) 역시 독특하게 발전했다. 'ㄱ' 'ㄴ' 등의 평면을 갖춘 육지 민가와 달리 안거리-바깥채로 분화해 별동 형식으로 지어졌다. 특히 지붕의 모양이 다르다. 강한 해풍과 비를 막기 위해 지붕의 일자매기를 육지보다 촘촘히 맨다. 현대문물이 발달한 현재는 이러한 독특한 제주 초가형태를 찾아보기 드물다. 유일하게 전승·보존되고 있는 곳이 성읍민속마을이다. 지난 2008년 제주 초가문화의 맥을 잇기 위해 도는 성읍리 초가장을 무형문화제 제19호로 지정했다.
원형 보전위해 기능인 선정
현재 제주의 토속적인 초가형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통 초가를 짓는 일이 드믄데다 이를 설계하고 보수할 수 있는 전문 업체도 없기 때문이다. 있다하더라도 제주 전통방식이기 보단 육지식에 가깝다.
특히 1984년 국가지정중요민속자료 제 188호로 지정된 성읍민속마을의 전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주 전통초가 기능을 갖고 있는 인물에 대한 무형문화재 지정이 시급했다. 이에 도는 지난 2008년 전통초가 기능 보유 단체를 무형문화제 제19호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전통초가를 짓기 위해서는 목공, 석공, 토공, 지붕이기 등의 4명 이상의 '팀'이 있어야 가능하다. 때문에 보유자를 다른 무형문화재 달리 기능 '단체'로 지정, 전승하고 있다.
보유단체는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출신인 목공 현남인씨(86)와 석공 강착석씨(72), 토공 김권업씨(71), 지붕이기 강임용씨(65)로 구성됐다.
도는 무형문화재 지정 당시 "성읍민속마을을 원형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제주도 전통초가 기능 보유단체 및 기능인을 인정해 사라지는 제주원형의 초가 복원을 시행하는데 제주 성읍 중심의 원형복원에 무형문화재적 지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부족한 전수금 "누가 배우겠나"
현재 성읍 초가장의 보전 상태는 열악했다. 보유자는 모두 4명이며 최고령자가 86세다.
전수자 역시 목공 홍원표씨(55), 석공 강원용(65), 토공 유동석(60), 지붕이기 고양원(60) 등 4명뿐이다. 가장 젊은 전수자가 55세로 대부분 고령자였다.
특히 4명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1명이라도 빠지면 전승에 차질을 빚는다. 전수자가 대신할 수 있으나 그 이후의 대안은 없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점으로 보유자들은 '전수금'을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 전수금은 월 70만원인데 반해 단체 전수금은 월 100만원이다. 4명의 활동비로는 적은 금액이다.
보유자인 강임용씨는 "형평성에 어긋난다. 보상이 없는데 누가 초가장을 하려 하겠냐"며 "매년 도청에 건의하고 있지만 개선이 안된다"고 호소했다.
도는 초가장들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쉽게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도는 "보유자 지정 당시 단체로 신청했기 때문에 한번 결정된 이상 쉽게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다만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올해 실태조사 의뢰 결과를 보면서 조정해 볼 수 있도록 문화재위원회와 고민해 보겠다"고 전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 높아
인력 문제는 남아있으나 인프라만큼은 다른 문화재 보다 나은 편이다.
2012년 12월 개관한 성읍민속마을 무형문화재 전수관에서 도민을 대상으로 한 전승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초가제작의 재료인 억새풀의 일종인 새풀이 나는 겨울을 기점으로 매주마다 체험 프로그램을 열고 참가자들을 받고 있다.
또 매년 마을축제를 개최하며 제주전통잇기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역시 성읍1리마을회와 성읍민속마을보존회 주관으로 11~12일 양일간 성읍민속마을남문광장에서 제21회 정의고을전통민속재현축제가 성대히 펼쳐진다.
특히 성읍은 민속마을로 지정돼 전통문화자원으로 보호받고 있다. 도 무형문화재인 초가장을 비롯해 국가지정 무형문화제 제95호 제주민요와 도지정 무형문화재 제3호 오메기·제11호 고소리술 등이 함께 무형자산으로 전승되고 있다. 이 밖에도 천연기념물, 옛 읍성과 돌하르방, 민간신앙, 민속자료와 무형유산 등이 풍부하다.
이에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초가장 등의 유·무형유산을 오래도록 보존하고 독특한 제주문화를 지키기 위한 조치다.
민속적 전통을 복원하는 것과 동시에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효율적인 보존관리 조치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소진 기자
민속마을·명인 등 전통 계승
성읍 초가장이 있는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1리는 옛 제주마을의 원형과 풍물을 간직한 곳이다.
1423년(세종 5년)부터 군현제가 폐지된 1914년까지 정의현의 현청 소재지였으며 한라산 이남 동쪽 지역의 행정·군사·교육의 중심이었다.
정의현의 도읍지였던 성읍민속마을은 이러한 정통의 맥을 이어 1984년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188호로 지정됐다.
성읍민속마을에는 다양한 유·무형유산이 존재한다.
우선 둘레 950m, 높이 3m에 이르는 성곽부터 정의현감이 정사를 돌보던 일관헌, 정의향교가 있다.
마을 한복판에는 천년된 느티나무와 수령 600년에 이르는 팽나무가 위치해 마을의 오랜 정통을 증명하고 있다.
옛 원형을 보전한 270여채의 전통 초가가 위치해 있으며 이중 조일훈·이영수·한봉일·고상은 등의 초가 5채는 중요민속문화제로 지정됐다.
옛 제주의 전통의 명맥을 잇는 명인들도 이 곳에 거주하고 있다.
4명의 초가장을 비롯해 오메기술·고소리술 기능 보유자 김을정 명인과 오돌또기, 산천초목, 봉지가, 해녀노래, 맷돌노래 등의 명창이 살고 있다.
더불어 원형보전작업이 지난해부터 이뤄지고 있어 명맥잇기에 청신호가 켜졌다.
도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 총사업비 735억원이 투입되는 제2차 종합정비계획이 실시됐다. 고증을 거쳐 초가 등의 민가와 향청, 작청 등의 관청, 소실된 가옥 등을 복원할 계획이다.
향후 8년 뒤에는 옛 제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전통민속마을로써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