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는 움직씨에서 시제 ‘-았-’에 ‘-는고’가
제주말 ‘-암시-, -아시-’에 ‘-은고/ㄴ고’ 쓰여
[제주말에 대한 이해]대립되는 두 씨끝과 때가림소(14)
이번에는 씨끝 ‘-는고’에 ‘-는다/은다’가, ‘-은고/ㄴ고’에는 ‘-다/저’가 움직씨에서 표준어와 제주말이 서로 다르게 쓰이는 현상을 보겠습니다.
ㄱ. 철순 걸어서 어딜 가는고?/철순 걸어서 학교에 간다.
ㄴ. 철순 걸엉 어딜 가는고?/철순 걸엉 교에 간다.
ㄱ은 표준어이고, ㄴ은 제주말인데 ‘걸어서’와 ‘걸엉’에서 때소 ‘-ㅇ’이 있고 없음만 다르고 ‘-는고’의 물음에 ‘-ㄴ다’로 대답은 같습니다.
그런데 표준어에서는 ‘-는고’의 짝인 ‘-은고’는 움직씨에서는 아예 쓰이지 않는데, 제주말에서는 ‘-은고/ㄴ고’도 쓰입니다.
ㄱ. 철순 걸어서 어딜 갔다가 왔는고?/철순 걸어서 학교에 갔다가 왔다.
ㄴ. 철순 걸언 어딜 갓단 왐신고 - 와신고?/철순 걸어서 갓단 왐ㅅ저 -왓저.
ㄷ. *철순 걸언 어딜 갓단 왓는고?
위의 ㄱ은 표준어인데 시제 ‘-았-’에 ‘-는고’가, ㄴ은 제주말인데 동작상 ‘-암시-, -아시-’에 ‘-는고’가 아닌 ‘-은고/ㄴ고’가 쓰였습니다. ‘-았는고’로 쓰인 표준어와 ‘-아신고’로 쓰인 제주말은 다릅니다.
표준어에는 시제 ‘-았-’이 쓰이고 그 뒤에는 ‘-는고’만 쓸 수 있는데, 제주말에는 동작상으로 ‘-앗-’도 있고 ‘-아시-’도 있어 ‘-는고’도 쓰이고 ‘-은고’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주말 ‘갓는고’의 ‘-앗-’은 표준어 ‘-았-’과는 다른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때소 ‘-ㅇ, -ㄴ’이 있어 ‘-는고’는 때소 ‘-ㅇ’과만, ‘-은고/ㄴ고’는 때소 ‘-ㄴ’과 호응합니다. 표준어에는 때소란 게 없습니다. 그래서 ㄷ은 표준어도 제주말도 아니고 ㄴ만 제주말 쓰임입니다.
송상조 문학박사·㈔제주어보전회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