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속 제주축산업의 '적응'과 '대응'
[기후변화 기로에 선 제주] 2부-블루오션으로 만들자 8. 기로에 선 제주축산업
각종 질병·메탄가스 유발…사육두수 축소 불가피
우수 품종 바탕 경제·수익성 높은 분야 재편 절실
축산업은 감귤 등 제주농업과 함께 제주의 1차 산업의 큰 기둥이다. 양돈을 중심으로 사육두수 늘리기 등의 양적팽창 중심적으로 육성되면서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게 됐다. 축산업은 대표적은 온실가스 배출 산업인데다 기온상승에 따라 가축생육 및 품질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제주축산업이 기후변화에 위기를 넘어 새로운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인해 축산업이 받을 수 있는 영향은 크게 △고온에 따른 가축의 스트레스 심화 △가축질병 대응력 약화 △사료효율성 악화 등 크게 세가지 요인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의 새로운 시나리오에 의하면 이산화탄소 감축이 실패할 경우 2100년도 세계기온은 4.8도, 한반도는 5.7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최근 폭염과 폭한, 폭우와 가뭄 등 이상기상이 일상화되면서 기상재해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유례없는 폭염으로 인해 전국에서 198만5000여마리(닭 166만5000마리, 돼지 2100여마리)가 폐사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축산업의 취약성이 심각해지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최근 30년간 분석된 자료에 의하면 기온상승으로 인해 돼지콜레라와 닭뉴캐슬병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사회적 피해가 급증하면서 전 지구적으로 적응과 대응이 아젠다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더구나 온실기체 중 하나인 메탄가스 96%가 소트림으로 배출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에 주는 영향으로는 이산화탄소의 23배에 이를 정도로 강하다.
육우 한마리가 1년간 내뿜는 메탄가스의 평균 양은 각각 53kg이며, 소 4마리가 자동차 1대(연간 204㎏)의 메탄을 발생시키는 것과 같다.
또한 돼지 한 마리당 연간 16.7t의 분뇨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분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발생량도 엄청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후변화가 초지에 영향을 미치면서 사료자원 확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물부족에 따른 생산성 악화 등도 우려되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 축산업은 5587농가에 2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현재 육우 3만5186마리, 젖소 4315마리, 돼지 55만3151마리, 닭 144만9879마리, 말 1만9449 마리 등에 달하는 등 밀집사육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초지가 1만7018㏊로 전국의 24%를 차지하면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영향을 받고 사료자원 확보난이 우려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탄소세 부과될 경우 사육비용 상승 압박으로 작용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위기에 몰린 제주축산업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고온에 잘 견디는 품종 및 사육기술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제주지역에 지표농장을 설정한 후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유전자 분석, 해발고도에 따른 농장분포 추적 등을 통해 온도스트레스 저항성 품종 육성 및 환경영향을 최소화한 사육법 등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현재 밀집사육 및 다량생산방식의 축산업에서 고부가가치가 높은 종자산업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제주축산진흥원은 흑돼지, 흑우, 제주마, 제주토종닭, 제주견 등 전 세계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은 토종품종의 가축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제주지역은 고립된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상 완벽한 방역차단이 가능하고, 청정축산업 환경기반을 갖췄기 때문에 종자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최적지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제주축산업이 종자산업 중심으로 전환된다면 현재 가축사육두수의 3분이 1로 감축해도 현재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메탄가스 및 악취를 줄이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정부의 가축사육시설 현대화 지원을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15년 후의 축산업 예측모델에 입각해 축산농가 규모화 유도, 소농폐농대책, 가축분뇨 퇴비·비료자원화에 따른 친환경 순환형 농업 등을 실현해야 한다.
결국 제주축산진흥원 등 축산기관 및 농가들이 주도해 우수한 가축품종개발, 종자산업 전환, 친환경 농법 도입, 축산질병 대응력 강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가축사육두수를 크게 줄이면서 고부가가치와 경제·수익성이 높은 산업으로의 대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김용현 기자
"제주축산업이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제주토종품종자원을 바탕으로 한 종자산업 육성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정동기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생명공학부 교수는 "기온상승으로 인해 제주축산업은 앞으로 가축의 스트레스와 질병에 따른 생산성 및 품질하락, 사료자원 확보 어려움으로 비용상승 등의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제주지역 해발 50m에서 300m까지의 가축사육 농가를 분석해보면 앞으로 영향을 상당부분 예측할 수 있다"며 "특히 고온현상이 심각한 년도에는 돼지콜레라와 닭뉴캐슬병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는 해안지역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고온에 잘 견디는 가축들을 확인하고 유전자 분석 등의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며 "또한 신종사료 및 사육기술 개발 등을 통해 메탄가스 발생량을 줄이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강조 했다.
정 교수는 "현재 밀집사육 및 대량생산 방식의 제주축산업을 친환경 고부가가치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종자산업을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 "제주는 흑돼지, 흑우, 제주마, 제주견, 제주토종닭 등 우수한 고유의 품종이 잘 보존·관리되고 있고, 완벽한 방역으로 종자산업 육성에 최적지"이라며 "종자산업이 제주에 뿌리를 내린다면 제주축산농가들은 고수익을 올리면서 사육두수를 줄여 비용을 줄이고, 환경 또한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현재 제주축산진흥원을 비롯해 농업기술원, 제주대 등 훌륭한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하지만 연구분야가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연구인력풀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축산농가들 역시 기후변화에 적응·대응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고부가가치 친환경 축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