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줄씨줄]리플리 증후군

2014-11-25     김영헌 기자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이다. '리플리 병' 또는 '리플리 효과' 라고도 한다. 성취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이 발생한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다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이를 진실로 믿고 행동하게 된다.

리플리 증후군은 미국의 여류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재능 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1955)라는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재능 있는 리플리씨」는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가 재벌의 아들인 친구 디키 그린리프를 죽이고, 죽은 친구로 신분을 속여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소설이다. 거짓을 감추기 위한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으로 리플리의 행동은 완전범죄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죽은 그린리프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진실이 드러난다.
리플리 증후군을 다룬 또 다른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의 흥행 이후 리플리 증후군은 1970년대 정신병리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연구대상이 됐고,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면서 새로운 신조어로 자리잡았다.

지난 2002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개발계획은 제주의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제주도를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고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동북아시아 중심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이다.

하지만 10년 넘게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주가 현재 국제자유도시라고 믿는 도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을 명분으로 그동안 제주는 난개발에 시달리고, 지켜야 할 제주의 소중한 가치들을 하나씩 하나씩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제주사회가 '리플리 증후군'에서 벗어나 우리 몸에 맞는 옷을 골라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