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은 신선이 타는 거옝 사농바치가 잡지 아니 하엿주
[제주어전설] <25> 한라산 백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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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 백록담. 사진=최운기 | ||
엿날 어떤 사농바치가 살아신디, 를은 사농레 감 감 는 것이 백록담장 가져서마씀. 처얌 보는 백록담의 선경(仙境)에 빠젼 이시난, 으남이 스르르 찌멍 지척을 분간지 못연 만이 엎더져둠서 보난, 어디서 우르르 소리가 난게 사슴떼가 셀 수 읏이 몰려들언 한걸게 물을 먹으멍 노는디, 꼼 시난 백설이 히양 사슴을 탄 백발노인이 나타난 물 먹은 사슴덜을 안 가가난, 급지멍에 활로 질로 뒤에 가는 걸 아무케나 팍 쏘아신디 픽게 씨러지는 거라마씀.
그 소리에 백록 탄 가단 노인이 고개를 자웃거리멍 사슴 수를 세여 보는 것 닮안게, 사슴 리 모지렌 걸 알아채여신고라 쉐름을 질게 번 씩게 불어렌마씀. 그걸 베려보단 사농바치가 정신을 련 눈 비비멍 백록광 노인을 아보난 아무것도 읏인 거라마씀. 그걸로 보문 그 노인이 분멩히 신선이라십주. 그 후제론 백록은 신선이 타는 거옝 영 사농바치덜이 잡지 아니엿젱 아마씀. 만약시 백록을 쏘왓젱 문 그 사농바치는 천벌을 받앙 그 자리에서 죽넹는 말이 나돌아십주.
엿날 교래리 감밧내 시에 안씨옝 는 사농바치 포수가 살아신디, 백록을 맞혓단 적이 셔서마씀. 안씨는 104장 살아신디 펭생을 사농바치질을 여십주. 경난 아무거라도 맞히문 백발백중이라마씀. 를긴 한라산에 사농간 이레저레 짐셍을 는디, 저짝 곶디서 사슴 리가 놀레연 후닥닥 튀는 걸 봔 무의식중에 ‘팡’게 쏘완, 헹끌랭이 갈라지는 걸 봔 려간 칼로 사슴 배를 콱 찔르멍 ‘아, 나 잡앗구나’ 는 순간, 정신이 바짝 들언 세히 보난 백록이라마씀.
‘아이고, 이젠 죽엇고나.’ 멍 칼을 빼연 열 발자국 뒤로 물러난 얼른 꿇여 엎드련 ‘죽을 죄를 지섯수다. 잘못 봔 이런 대죄를 범엿수다.’멍 콥이여 발이여 빌언 제우 목심을 건젼 살아십주. 경지 아니여시문 그 자리에서 직사여실지도 몰를 일이옝덜 아마씀. 경 죽을 고빌 넹기난 104장 살아진 겁주.
그치록 한라산은 신선이 놀단 디난 시인묵객덜이 좋아 엿주마는, 불로 접근 수 엇인 디라 아무나 껏더레 가진 못여십주. 특히 한라산 정상에 올르문 노인성(老人星)을 베려진뎅 난 누게라도 번 봐시문 여서마씀. 그걸 보문 장수뎅 는 벨이라십주.
경난 역대로 부임영 오는 목사덜은 누게사 아줨신고라, 오자마자 어이 보멍 틈 보멍 한라산에 올를 구실을 멩글아십주. 목사덜이사 올르문 시도 수 을프곡 산천경개 구경는 풍류가 션 좋앗주마는 그 시중을 드는 백성덜은 죽을 맛이라십주. 먹을 거 입을 거 잘 거 다 시중 들젱 문 오죽여실 거우깡.
어느제부터 생긴 풍십인 중은 몰라도, 목사가 백록담에 강 쉴 땐 어느 펜더레 돌아앚앙 쉬느냐가 문제라십주. 남향영 앚앙 ‘거 좋다.’ 문 대정현에서 먹을 걸 리곡, 동짝더레 돌아앚앙 ‘거, 이펜이 좋다.’ 문 정의현에서 먹을 걸 마련여사 여십주. 마찬가지로 북짝을 향영 좋뎅 문 제주목에서 잔치를 려사 엿젱 아마씀.
제주, 정의, 대정 삼현(三縣)으로 누왕 다시리단 조선시대 간사시러운 관리덜이 멘들아놓은 풍십이라서마씀. 그 따문에 목사가 산에 놀레 가켕 는 날이문 삼현에서 징발뒌 백성의 궤로움도 궤로움이주마는 그 비용도 이만저만이 아니라십주. 이엔 분격 강직 사름이 놀레 가는 디 라갓단 백록담에서 놀젱 여가난, 맞아죽을 폭 잡안 곤장 맞아가멍 민폐의 극심함을 고난, 그 후제로부턴 그런 풍십이 엇어졋뎅 아마씀. (출전 「제주도 전설지」, 제주특별자치도, 1985)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헉 : 흙.
사농바치 : 사냥꾼
으남 : 안개
쉐름 : 휘파람
를긴 : 하루는
헹끌랭이 : 중심을 잃고 가볍게 뒤로 나자빠지는 꼴
제우 : 겨우
불로 : 함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