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사는법-왜소증 자식 둔 부경의씨
2001-11-12 김윤권
생후 34개월부터 병을 앓기 시작한 정환이는 어느새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또래보다 왜소한 체구 때문에 학교에서 짓궂은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정환이를 볼 때면 부씨의 마음은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고 만다. 할 수만 있다면 어린 자식들이 겪는 아픔을 차라리 부씨 자신이 짊어지고 싶을 뿐이다.
“한 번은 학교에서 영어로 연극을 하는 행사가 있다며 정환이도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런데 정환이는 연극을 하지 못했어요. 우리 애와 짝을 하겠다는 아이들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죠”
아픈 상처를 끌어안고 혼자 가슴앓이 하던 부씨는 얼마 전 ‘한국 작은 키 모임 전라·제주지부’결성식에 참가하면서 많은 힘을 얻게 되었다.
“정환이와 같은 병을 앓는 아이들이 한 80명 정도 모였는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너무 행복하게 노는 거예요. 물론 비웃음이나 놀림 같은 것도 없고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부분인데도 몰라서 그냥 지나쳐 버리는 유용한 정보를 회원들로부터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자식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인터뷰 내내 절로 눈물이 나는 사연이 어디 이것뿐일까.
부씨의 바람은 도내의 왜소증 환자들간의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슨 거창한 단체를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아픔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만 하면 족하다는 게 부씨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좀더 강한 엄마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강해지지 않으면 정환이와 같은 처지에 있는 누군가를 도울 수도 없잖아요?”
이 얘기를 하면서 표정이 어두웠던 부씨의 얼굴이 모처럼 환해졌다. 그 환한 표정 속에는 아이들의 병이 나을 거라는, 또 그 아이들을 향한 공평치 않은 편견이 사라질 밝은 세상에 대한 희망이 함께 새겨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