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의 생활 보장하는 주택공간 확대해야

1부 제주도시 패러다임 바꾸자 2. 어긋난 도시개발

2015-02-16     김용현 기자

 

▲ 제주도시개발사업이 경제성만 강조되면서 규제만 완화된 채 밀집된 건축공간 조성에 치우치면서 생활환경이 나빠지고 도시조성의 기본목표인 인간공동체 형성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도시개발 노형2지구 전경. 김용현 기자

노형·삼화 등 택지공급 위주 개발 지역여건 무시
공급자 중심 개발 편의시설 미흡 생활 여건 악화
기존마을 신규택지지구 주민간 소통 교류도 없어

제주지역은 산업화와 인구급증 등으로 기존의 도심권에서 외곽으로 새로운 도시공간이 필요했다. 제주의 도시개발사업은 한정된 공간에 공동·개인주택, 상업·사무용 건물 등을 최대한 건설해야 한다는 목적에 치우치면서 고밀도의 평면확장에 집중됐다. 결국 도시형성이 가장 기본인 인간공동체 형성 및 주민중심생활공간 조성이 무시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외곽으로 넓어지는 도시

현재 제주시의 도시는 서쪽으로는 노형2지구와 하귀1지구, 동쪽으로는 삼화지구와 화북상업지구, 남쪽으로는 아라지구로 지정돼 도시개발사업이 진행중이거나 완공됐다.

제주시 아라동에 92만5547㎡ 규모로 진행중인 아라지구 도시개발사업은 단독주택지 40만5182㎡(43.8%), 공동주택지 12만8643㎡(13.9%), 근린상업용지 1만5119㎡(1.6%), 도로·공원·학교 등 공공시설용지 37만6603㎡(40.7%) 등이 순차적으로 조성되고 있으며 지난해 기반공사가 완료됐다.

아라지구는 당초 항공고도제한구역으로 묶였지만 2005년 풀리면서 현재 고층아파트단지가 잇따라 조성되고 있다. 이 사업이 최종 완료되면 1만1700여명의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시 노형2지구 도시개발사업도 2008년부터 진행돼 지난해 기반공사가 마무리됐고, 현재 건물들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노형2지구는 면적 35만8347㎡에 약2646명을 수용할 계획으로 총 사업비 353억원을 투자됐다.

현재 공원 3곳을 비롯해 중학교 1곳, 주차장 5곳, 도로 39개노선 등 도시계획시설과 약 150여 가구를 수용할 공동주택부지 등이 조성되고 있으며 대부분이 완공됐다.

제주삼화 택지개발사업지구는 사업비 2530억원이 투입돼 제주시 삼양·화북·도련동 일원 97만6032㎡ 규모로 모두 6588세대를 수용할 수 있도록 2008년부터 조성되고 있다.

애월읍 하귀1지구 도시개발사업도 면적 40만1014㎡ 규모로 2008년 개발됐으며, 24만5079㎡가 주거용지(단독주택 467세대, 공동주택 1320세대)로 개발됐으며, 37.2%인 14만8979㎡는 도로·공원·학교 등 공공시설용지로 조성됐다.

그동안 도시개발사업 사업과정 고도와 건폐율, 용적율, 녹지공간 확보율 등 건축제한이 상당히 완화되면서 고층건물과 밀집된 형태의 도시공간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인구과밀화가 발생하는 대신 편의시설과 공간은 부족, 인간중심의 생활공간을 만들지 못했다.

▲ 제주도시개발은 대단위 단지위주의 고층아파트와 건물을 밀집화시키는 것에서 탈피, 도남주공처럼 저층의 연립주택을 압축시켜 녹색과 공동생활 공간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고층화 과밀화 생활여건 악화

제주의 도시개발문제점은 증가하는 인구수용을 위해 사전계획이 부족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대규모로 추진되면서 생활편의시설 등의 인프라가 확장되기 전에 건설이 시작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주택과 건물이 완공되며 주민들이 거주하기 시작했지만 가로수와 가로등, 녹지공원, 학교, 주차장 등의 교통인프라 등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생활환경은 오히려 나빠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제주의 신규 도시개발지역들이 기존의 자연환경과 경관 등을 고려하지 않은채 획일적이고 효율성만 강조된 개발이 이뤄지면서 경관훼손과 환경파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도시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공동체를 형성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노형, 아라, 삼양·화북, 하귀 등의 기존마을과 격리된 형태로 택지개발이 이뤄지면서 기존주민과 신규 주민간의 소통과 교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도시개발사업이 주민의 수요에 맞게 공급되지 않고, 개발수요와 입지, 경제성 등 공급자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획일화 및 과잉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도시디자인은 다양한 가치관을 갖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삶의 공간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구체화 및 현실화를 시켜 새로운 인간중심의 생활공간을 만드는 것이 도시개발이다.

즉, 제주의 도시디자인과 개발의 패러다임 역시 지역과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면서 주택공급 중심에서 주민의 생활편의 제공을 우선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특히 다양한 사회계층과 연령층, 기존 마을주민과 신규주민들이 공존 및 교류를 하면서 새로운 인간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제주의 도시개발사업은 현재의 지구지정 후 대규모 주택·건축공급 방식에서 탈피해 시민의 수요에 맞춰 소규모 지역에 다양한 복합생활공간을 조성토록 해야 한다.

또 공공기관 및 개발업자 주도의 도시개발이 아닌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녹지확보 및 자연형 하천복원 등을 통한 녹색형 도시개발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제주의 도시개발사업은 고층아파트 중심의 밀집된 택지개발이 이뤄지면서 다양성을 잃었고, 생활환경은 악화됐다. 앞으로는 생활공간개선 중심으로 새로운 개념의 도시형성 프로젝트가 진행돼야 한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교수는 "노형, 아라, 삼화지구 등의 도시개발사업은 주택보급률을 높인다는 명목하에 고층아파트 중심의 택지개발 위주로 개발됐다"며 "이 때문에 도시의 불균형만 심해지고 안정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거 대규모 면적에 주택, 상업, 공원 등 지구단위로 나눠 '떡반 나누듯' 도시를 개발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앞으로는 복합적이고 압축적인 소규모 도시공간이 모여 대도시를 형성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최근 선진국의 도시개발은 '뉴어바니즘(New Urbanism)' 방향으로 흐리고 있다"며 "건축가와 도시설계 전문가 중심으로 정립한 체계적인 도시계획 및 설계원리로, 교통체계와 토지이용, 환경을 통합시킨 주민참여에 의한 도시계획 추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뉴어바니즘의 실천계획 중 하나가 복합 또는 압축도시이며, 이는 30~40세대 규모의 저층·고밀도의 생활주거단지를 형성한 후 이곳에 상가와 공원, 주차장, 공동공간을 압축시키는 것"이라며 "이 곳은 주민들이 인간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동시에 쾌적한 생활공간을 만들 수 있어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제주에서는 저층에 고밀화되면서 녹색과 공동공간이 적절하게 조성된 곳이 도남연립주공아파트라 할 수 있다"며 "이러한 택지개발 형태에 편리성과 복합성을 더욱 확충한다면 제주도시개발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