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섯동네 사름덜 이기커걸랑 바우를 멜싸불어사 합니다"
[제주어 전설] 32. 화순리 유반석과 무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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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은다리 오름 위에 무반석으로 보여지는 바위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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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은다리에 있는 무반석으로 바위 위 거욱대를 세운 모습. | ||
그때 동동네옌 내창 높은 동산에 큰 바우가 셧고, 섯동네에도 썩은다리 오름 우티 큰 바우가 셔서마씀. 사름덜은 어느제부터산디 동동네 바우를 유반석(儒班石), 섯동네 바우를 무반석(武班石)이옝 불러십주. 경디 이상게도 글을 하영 익은 동동네 사름덜이 심이 씬 섯동네 사름덜신디 맥을 못추는 거라마씀. 동동네 사름덜은 대놓앙 말은 못주마는 그 점이 항상 못마땅여십주.
경단 어느 해에 동동네에 웨방에서 돌아뎅기단 사름이 완 살게 뒈여서마씀. ‘펄물집’이옝 는 양(梁)씨 댁에 머물렁 지내는디, 동네 사름덜이 는 걸 보난 이상 생각이 드는 거라마씀. 양반덜이 심씬 사름덜신디 꿀리는 걸 보멍, 아멩여도 이상덴 생각을 여십주.
어느 날 밤, 그 웨방에서 완 사는 사름이 집이서 나완 산책멍, 힘 읏인 동짝 을 사름덜 생각을 는디, 눈앞이 이상 불삣이 두 개 나완 동짝광 서짝에서 벨롱벨롱여간, 고만히 보난 서짝 불이 동짝 불보단 활씬 더 아마씀.
뒷녁날은 역불로 언치냑 불이 벨롱벨롱 단 딜 아가 봐서마씀. 그딘 큰큰 바우가 셔신디 예사 바우가 아니옌 생각이 들어십주. 경고 그날 냑이 또시 나완 봐서마씀. 역시 양짝 바우에서 불이 벨롱거리는디, 아명 봐도 서짝 바우 불이 더 아십주. 그제사 그 사름은 동짝 을 유반덜이 서짝 을 무반덜신디 심을 못 씨는 이유를 알아서마씀.
를은 동동네 사름덜 멧이 모연덜 술을 먹는디, 그 웨방 사름이 무사 섯동네 사름이 기운덜이 씬지 귀퉤와 줘십주.
“당신네덜이 섯동네 사름덜 이기커걸랑 썩은다리 우티 저 바우를 멜싸불어사 니다.”
이 말을 들은 동동네 사름덜은 그 사름 말을 믿엇주마는 정작 그 바우를 멜쓸 방법을 지 못여서마씀. 그럭저럭 날은 가고 방법은 지 못 채로 을이 뒈여십주.
를은 그 을 사름이 나 죽어서마씀. 사름덜이 딱 모다들엉 장사를 치르는디, 동동네 사름덜이 머리에 불현듯 생각이 떠올른 겁주.
“바로 이때다. 오 헤치우자.”
동동네 사름덜은 라가지 꿰를 생각여신디, 아명여도 섯동네 사름덜의 심을 이용 수베끼 엇뎅 는 결론을 려십주. 장사가 끗나자 상가에서 내놓은 술로 얼근게덜 취여십주. 동동네 사름덜이 몬저 나산,
“자, 기분도 경고 니, 우리 심자랑이나 여봅주.”
심자랑 이약이 나오난, 섯동네 사름덜은 어이엇언 코 웃음을 쳐서마씀.
“기영 주.”
섯동네 사름덜은 기고만장연 느긋게 대항여십주. 등돌도 약상 사름 내보내영 놀리멍 이겨서마씀. 동동네 사름덜은 이번엔 우리가 몬저 섯동네 무반석을 멜라보켄 려들어십주. 섯동네 사름덜은 ‘너네덜이 멜라지건 번 멜라 보렝’ 멍 ‘돗데멩이 이 멍청덴’ 놀리기지 여서마씀.
동동네 사름덜이 모여들어 심을 씨는 척 엿주마는 바우가 오멍 리가 어서십주. 동동네 사름덜은 손을 털멍 ‘당추 못켄’ 비실비실 뒷걸음질 쳔 물러사가난, 그 때를 기다렷다는 듯이 섯동네 사름덜은 ‘와와’ 소리 질르멍 려들언 밀리난, 그 큰 바우가 빠젼 둥글어나서마씀.
그 때 바우가 빠진 구뎅이에서 청비둘기 쌍이 ‘푸드득’ 멍 하늘로 솟안게 한라산으로 유유히 아가부러십주. 그제사 섯동네 사름덜이 동동네 사름덜의 슁계를 알앗주마는 이녁네 냥으로 멜라 놓으난 놈 탓 수도 엇언, 발만 동동 굴럿젱 여마씀. 경난 부엣절에
“야. 저 놈덜이 우리를 쉑엿다. 우리도 강 저 유반석을 멜라불자.”
멍 려간 유반석을 멜씨젱 여도 딱도 안 연, 시 멜씨지 못엿뎅 여마씀. 섯동네 사름덜은 땅을 치멍 억울영 여봣자 소용이 십니까? 그 후제로부턴 이상게 섯동네 사름덜이 심이 엇어젼, 동동네 사름덜을 당지 못엿젱 여마씀.(「제주도전설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웨방 : 집을 떠난 먼 지방
역불로 : 일부러, 짐짓
언치냑 : 어제저녁
귀테우다 : 넌지시 조금 알려주거나 암시해주다
멜싸불다 : 본래의 형태를 찌그러지게 해 못쓰게 하다
약상다 : 힘없고 단단하지 못해 쉽게 무너지며 꺾어지거나 휘어져 약하다
당추 : ‘애당추’의 준말로 ‘처음서부터 아예’의 뜻으로 쓰임
슁계 : 흉계
부엣절에 : 홧김에
시 : 기어이, 기어코, 끝끝내, 도저히, 영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