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쟁력… 재난재해 대응력 확보가 가른다
[세계속 명품도시를 만들자] 1.제주도시 패러다임을 바꾸자 4. 도시안전
하천·복개구조물 등 수해 취약 유역관리 필요
빗물 이용시설 설치·트렌치 시설 등 조성돼야
도시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주거와 환경, 문화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더라도 재난재해 위험에 취약하다면 명품도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제주도시는 개발과정에서 주거와 사무공간 확충에 치우친 반면 안전과 방재분야는 후순위로 밀리면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한계를 겪고 있다.
△범람위험 높아진 도심하천
제주지역은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새로운 주거·사무·도로·주차장 등이 필요했고, 결국 도시개발이 물리적인 도시공간을 확충하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였다.
이 때문에 해안지역과 중산간 지역 곳곳에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재난재해를 대비한 도시계획 및 설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더구나 2007년 9월 태풍 '나리'에 의해 제주시의 도심내 4대 하천이 모두 범람하면서 13명이 숨지고 3510억원의 재난피해가 발생했다. 제주도는 투수성이 높은 화산지질과 도심내 하천이 형성돼 있어 수해의 안전지대로 인식이 됐지만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초토화된 것이다.
결국 제주도는 태풍 '나리'를 겪은 이후에 대대적으로 하천정비를 실시하고, 하천감시시스템을 도입하는 동시에 제주시 도심 4대 하천에 저류지 13곳을 건설하는 등 재해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재난재해대응방안의 주요내용은 재해발생 현상에 대응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재해발생요인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빗물이 하천이나 도로로 유입되지 않고 땅속을 투수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제주형 하천정비수업 도입, 하천하류에 집중된 복개구조물 철거, 하천주변의 녹색공간화 및 공원기능 강화 등 예방적 방재계획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시간당 강수량이 최대 100㎜를 육박하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저류지 설치기준은 강수빈도가 100년(시간당 90~100㎜), 지방하천은 150년, 소하천은 80년 기준으로 정비되면서 제주도시가 재해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만드는데 한계에 부딪힐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저류지 및 하천정비 기준을 강수빈도 200년 이상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제주도시는 시간당 10㎜이하의 강수량에도 상당수 지역에서 빈번히 침수되는 등 취약점이 노출되고 있다.
제주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짧은 시간에 강한 비를 뿌리는 스콜(열대성 집중호우)이 잦아지면서 침수피해가 늘어나는 것도 있지만 도시개발에 있어 유역(물흐름) 및 빗물관리계획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시가 물리적으로 확장되면서 콘크리트와 아스콘 포장지역이 늘어난 반문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토양공간이 작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도로 마저도 물흐름을 감안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개설되면서 빗물유입이 집중되고, 우수관이 감당하지 못해 역류, 침수피해지역이 계속 넓어지고 횟수도 빈번해지고 있다.
노형과 아라, 삼화지구 등 신규 도시개발사업의 경우도 물흐름을 감안하지 않은채 획일된 계획과 설계로 진행되면서 수해에 취약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시개발사업지역에 건물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빗물이용시설이나 저장탱크, 저류지, 투수시설 등 빗물관리 및 수해예방과 관련해 체계적인 계획과 기준이 필요하다.
하지만 건물부지 확보 및 유치계획에 치중된 반면 안전관련 규정과 기준 등에 있어 미흡한 점이 많아 신도심 역시 재해대응능력이 떨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도시내 녹지지역·공원은 수해는 물론 폭염 등 각종 재난재해를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지만 제주도심의 경우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앞으로 도시개발사업이나 대규모 건축물 신축시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동시에 저장탱크와 물을 분산해 지하로 투수시킬 수 있는 트렌치 시설을 함께 조성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지구단위계획 등에 있어 유역(물흐름)관리 개념을 보임해 계획수립과 심의과정에서 수해방지 및 빗물처리 방안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법과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기존 우수관과 배수관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비작업에 나서 수용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이물질 등으로 막히면서 빗물 등이 역류하는 상황이 없도록 철저한 관리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도시관리 및 개발계획에 있어 재난재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이 필요하고, 다양한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
박원배 제주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급증과 무분별한 도시개발 등으로 인해 제주시 도심에 영향을 주는 4대 하천의 용량이 부족한 상황이 온다"며 "하지만 예전처럼 하천을 깨부수는 방식으로 정비사업이 이뤄질 경우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앞으로 대단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빗물에 대한 대비계획이 반영돼야 한다"며 "특히 도로나 하천으로 유입되는 빗물의 양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제주도시가 아스콘과 콘크리트 포장지역이 확장되고, 도로가 복잡하게 얽힌데다 우수관의 수용능력이 떨어지면서 수해대비에 취약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여기에 하천에 빗물 유입량이 늘어나면서 범람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제주 주요하천에 저류지가 건설되고, 홍수와 범람경보시스템 등이 갖춰지는 등 재난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에 앞서 도시개발과정에서 유역(물흐름) 및 빗물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연구위원은 "현재 대형건물을 위주로 빗물이용시설과 저장탱크가 설치되고 있지만 빗물을 분산시켜 지하로 침수시킬 수 있는 트렌치시설도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며 "물흐름이 달라지지 않도록 도시개발 및 도로개설에 계획과정에서 유역관리개념이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제주도시는 녹지공간이 부족하고, 하천의 수변공간의 활용방안도 미흡해 재난재해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재난재해 대응은 도시계획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