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줄씨줄]전차복철
'전차복철'(前車覆轍)은 앞 수레가 엎어진 바퀴 자국이란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주의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전한 5대 황제인 문제 때 가의라는 명신이 있었다. 그는 문제가 여러 제도를 개혁하고 어진 정치를 베풀어 역사에 인군으로 이름을 남기는 데 크게 기여한 공신이었다. 당시 그는 "속담에 앞 수레의 엎어진 바퀴 자국(전차복철)은 뒷수레를 위한 교훈(후차지계·後車之戒)이란 말이 있사옵니다. 전 왕조인 진나라가 일찍 멸망한 까닭은 잘 알려진 일이 온데, 만약 진나라가 범한 과오를 피하지 않는다면 그 전철을 밟게 될 뿐이옵니다. 국가 존망, 치란의 열쇠가 실로 여기에 있사오니 통촉하시오소서" 문제는 이후 국정쇄신에 힘써 마침내 태평성대를 이룩했다고 한다.
전차복철과 관련된 이야기는 「설원(說苑)」 선설(善說)에도 실려 있다.
전국시대 위나라 문후가 어느날 중신들을 불러 주연을 베풀었다. 취흥이 돌자 문후가 말했다. "술맛을 보지 않고 그냥 마시는 사람에게는 벌주를 한 잔 안기는 것이 어떻겠소?" 모두들 찬동했다. 그런데 문후가 맨 먼저 그 규약을 어겼다. 그러자 주연을 주관하는 관리인 공손불인(公孫不仁)이 술을 가득 채운 큰 잔을 문후에게 바쳤다.
문후가 계속 그 잔을 받지 않자 공손불인은 이렇게 말했다. "'전차복철 후차지계'란 속담이 있사온데, 이는 전례를 거울삼아 주의하라는 교훈이옵니다. 지금 전하께서 규약을 만들어 놓으시고 그 규약을 지키지 않는 전례를 남기신다면 누가 그 규약을 지키려 하겠나이까? 하오니, 이 잔을 받으시오소서" 문후는 곧 수긍하고 그 잔을 받아 마셨다. 그리고 그 후 문후는 공손불인을 중용했다고 한다.
제주도개발공사가 2년째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라수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제주크래프트맥주 사업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실패사례인 '호접란 사업'에 대한 마무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수십억원의 혈세를 날리게 된 이들 사업을 보면서 도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지는 제주도와 개발공사가 더 잘 알 것이다. <김영헌 편집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