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만 볼 수 있는 종교의식…문화유산화 필요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만나다]25무형문화재 제15호 제주불교의식

2015-03-24     이소진 기자
▲ 제주불교의식
지리적·역사적 영향 독특한 종교문화로 발전
음성·재공양 등 차별화…제주식 토리로 변화
문화재 지정 13년…공연 쉽게 접하기 어려워
 
제주불교의식은 다른 지역의 불교의식과 큰 차이점을 보인다. 이는 섬이라는 지리적 위치와 독특함을 지닌 문화적인 영향을 받아 다른 모습으로 발달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덕분에 제주불교의식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멋과 전통을 가지면서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리적·역사적 영향으로 독특한 불교문화 발전
 
제주의 불교는 삼국시대를 전후해 제주 지역에 전파됐다. 가장 찬란했던 시기는 고려중기부터 조선 초기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불교는 한반도의 생활의식 등에 커다란 영향력을 키쳤으며 제주 역시 다르지 않았다. 
 
고려 조정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 성장해왔다. 그러나 제주불교가 다른 지역과 차별된 점은 고려시대 1세기 동안 원나라의 지배를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원나라는 육지부 지역과 달리 제주(당시 탐라)를 지배하기 위해 군사를 주둔시키며 직접 관리해왔다. 
 
이때 사찰도 정비되면서 자연스럽게 원나라의 불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문헌에 따르면 제주 지역 사찰들은 고려시대에 창건됐다. 당시 제주지역의 경제적 여건상 대규모의 사찰이 지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때문에 국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당시 제주불교가 제주 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묘련사의 송광사 경판 제작은 고려시대 제주불교 문화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근현대에 들어 제주불교는 '법정사 항일 운동' 등 민족운동을 주도하며 외세에 대한 저항에 앞장서왔다. 그러나 4·3사건 이후 '불교정화'라는 정치적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제주 전통 문화와 섞여 독특한 의식으로 발전
 
제주불교의식은 부처님께 드리는 음성공양(音聲供養)과 재공양(齋供養) 측면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다. 이는 제주 교유의 전통 문화와 결합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음성 공양인 범음(梵音), 즉 범패(梵唄)는 불교 의식 중에서 재를 올리기 위해 부처님께 바치는 음악으로, 인간의 염원을 부처님께 전달하는 데 사용된 의식요(儀式謠)다.
 
음성공양은 목어(木魚), 운판(雲版), 법고(法鼓), 대종(大鐘) 등 사물(四物)을 연주하며 범음(梵音)을 낭송하는 공양이다. 제주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연주나 낭송 속도가 매우 느리며 제주만의 독특한 특징이 나타난다.
 
또 다른 지방과 달리 제주불교 세시의례 중 칠성제와 산신제를 성대히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제주의 무속 의례 중 산신제와 칠성제가 불교 의례와 연계돼 전승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자천도의례가 중시돼 장엄하게 진행한다. 청도재인 49재 때에도 육지 지방에서는 소멸된 시왕각배를 시왕각청으로 순당하고 있으며 생전예수재의 경우에도 욕불(관불)의식으로 전승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불교의식 음악인 안채비 소리는 태징, 목탁, 북을 치면서 염불하는데, 다른 지방에 비해 매우 느린편이며 제주만의 독특한 유형을 띠고 있다. 또 화청(회심곡)도 불교의 회심곡을 변이시켜 다른 지방에서 불려지며 제주 지방의 토리(각 지방의 음악적 특징)을 갖고 있다.
 
△문화재 지정 13년…쉽게 접하기 힘들어
 
불교의식은 지난 2002년 5월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됐다. 기능보유자는 반야사 주지스님인 문명구씨(법명 성천)가 지정됐다.
 
문씨는 지난 1999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범음 범패 대학을 졸업, 도내·외 각종 불교행사에서 범음범패 시연을 펼쳐왔다.
 
지난 2000년에는 제주불교범음범패연구소를 개설하고 현재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제주불교의식전승관 원장으로 활동하며 예능의 원형보존과 후세 전승에 힘써오고 있다.
 
전수장학생으로는 김상욱씨(42·성심사), 현민숙씨(47·보타사) 등이 있으며 함께 전승 활동하는 회원은 15명이 있다.
 
불교의식은 주로 탐라문화제, 4·3위령제, 재등행렬 등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지 13년째를 맞고 있으며 여전히 일반인들이 접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문씨는 "전통문화 계승을 위해 후계자를 열심히 양성하는 것은 물론 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소진 기자
 
도지정 무형문화재 제15호 제주불교의식 보유자인 문명구씨(법명 성천·54)는 "우리의 것을 보여주는 공연을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형문화재의 경우 전통 보존에 초점에 맞춰 계승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문화유산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천스님은 "제주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매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방문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대표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도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형문화재를 시연할 수 있는 공연장 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천스님은 "불교의식뿐 아니라 칠머리당 영등굿 등 다양한 무형문화재 공연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는 무형문화재 공연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소극장 공연도 할 생각이 있다"며 "지키는 것만이 전통 계승이 아니다. 문화를 보여주고 유산화 하는 방안이 가장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4월 제주불교의식을 볼 기회가 열린다.

성천스님은 "4월 3일 평화공연에서 열리는 제67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모공연이 열릴 예정"이라며 "오는 가을쯤에도 시연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도민의 관심을 당부했다. 이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