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잠녀사(史)' 함축한 대표 공간 입지

대하기획 '제주잠녀'6부-제주해녀문화목록 27.해녀박물관

2015-03-31     고 미 기자

▲ 지난 2006년 6월9일 개관한 해녀박물관은 해녀문화 세계화 의 거점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해녀축제를 진행하며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의 리뉴얼 작업은 한 공간 안에서 잠녀사(史) , 제주에서 여성이 거쳐야했던 통과의례 를 함축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은 해녀박물관내 전시된 불턱 에 둘러앉은 해녀 조형물. 고미 기자
2006년 6월 이후 스토리 있는 문화공간 자리매김
'입소문'효과 톡톡, 유네스코 등재 거점 역할 부각
'생활사' 중심 재개장…'문화 함축' 부족 보안해야

문화재청이 31일자로 두 번째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가간 경쟁 제한으로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1년을 기다려야 했던 첫 도전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그 분위기가 침착하다. '다음 순서'라는 유네스코나 우리나라의 암묵적 합의가 있기는 하지만 전승 체계나 보전 의지가 이전해 비해 단단해졌기 때문이리라. 여기에는 햇수로 10년이 된 '해녀박물관'의 역할이 컸다. 그만큼 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는 얘기다.

 '삶'을 따라 만나는 잠녀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3204-1번지. 해녀박물관의 유명세는 '입소문'으로 만들어졌다. '세계 유일'이란 단어는 어느 순간 '제주에서는 꼭'이 됐다. '해녀항일운동기념공원 내'라는 표현도 이젠 '해녀박물관'이란 한 이름으로 정리가 된다. 그 과정이 쉬웠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지난 2006년 6월 9일 개관한 해녀박물관은 처음 명칭을 정할 때만 해도 기대 보다 우려가 많았던 공간이었다. 잊혀져가는, 그러나 여성 중심의 해양 공동체이자 지역 정체성의 상징에 대한 관심 보다는 '제대로 운영될까'라는 탁상공론으로 문을 여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해녀'라는 용어를 쓰면서도 '어촌을 중심으로 한 제주 민속 문화'를 집약한 형태로 테마가 분명하지 않는 한계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해녀박물관은 '해녀문화 세계화'의 거점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벌써 몇 년 째 해녀축제를 진행하며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의 리뉴얼 작업은 한 공간 안에서 '잠녀사(史)', 제주에서 여성이 거쳐야했던 '통과의례'를 함축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관련 자료 1147점 기증 등으로 4815점이 된 소장자료에 주제가 분명해지면서 '스토리텔링이 있는 문화공간'으로 색이 분명해졌다.  딱딱할 수도 있는 문화공간이 고유문화와 결합하면서 지역 특색 명소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바다 속 잠녀들의 물질 작업을 엿볼 수 있는 전시물이 설치되고 고화질 영상을 통한 잠녀 생애사나 기록물들이 전진 배치된 점은 눈에 띈다.

촘촘한 연결 등 아쉬워

▲ 해녀박물관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
금방이라도 "이여싸나~"하는 노 젓는 소리가 새어나고, '휘~이'하는 숨비소리에 가슴먹먹한 무게감은 여전하지만 존재 이유와 문화콘텐츠의 결합에 있어 해녀박물관에는 여전히 '~ing'가 달린다. 전시 공간에 1월 뱃고사에서 시작해 12월 지붕잇기로 마무리되는 '어촌마을의 1년'이 소개되면서 잠녀문화와 연관성을 설명하기 어렵고, 어촌마을 모형에서 물질을 나가는 잠녀들의 모습이 '조연'에 그친 상황이 그렇다.

제주도무형문화재 1호인 '해녀노래'는 공연장에서, 잠녀문화를 함축하고 있는 잠수굿이나 영등굿과 관련한 자료는 상대적으로 눈길이 덜 닿는 전시장 구석에 배치된 점은 아쉽다.

제주의 삶을 대표하는 잠녀와 그 문화를 읽는데 있어 시대별 설명 자료가 촘촘하지 못해 '지속가능한 문화유산'을 설득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은 추가적 보완이 요구됐다.

이전 제주 잠녀와 관련한 속담 등으로 흥미를 유발했던 통로 전시 공간은 '물 때'나 '바람'을 설명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산호해녀전설'이나 잠녀와 관련한 OX퀴즈 등으로 꾸려졌던 '어린이해녀체험관'은 '3D 애니메이션'관과 놀이 기능을 강조한 '어린이 체험관'으로 전환됐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해녀박물관의 주요 관람객이 체험학습 참가 학생과 관광객이란 점을 감안했을 때 세대간 연결을 위한 장치에 대한 고민이 주문됐다.

김동호 제주해녀박물관장

"잠녀 자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기준 아래 꾸준히 보완 작업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김동호 제주해녀박물관장은 "일단 '재개장'은 했지만 잠녀.잠녀문화를 응축하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는 계속될 것"이라며 "전문가 등을 통한 모니터링은 물론이고 관람객 만족도 조사를 통해 개선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앞두고 있는 만큼 해녀박물관의 역할 역시 공고해 지고 있다.

김 관장은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람객이 늘면서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고 전문성 보강에 대한 고민도 많다"며 "하반기 학술대회 등을 통해 필요한 뿐을 채우고 외국어 홍보 팸플릿이나 해설사 운영으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구상했다.

문화공간의 역할 보다 중요한 것은 '잠녀 문화'에 대한 도민 공감대 유도다. 김 관장은 "기본적으로 지역이 먼저 중요성을 인지하고 존중할 때 '잠녀문화'의 가치도 높아지는 것"이라며 "해녀박물관을 찾고 필요한 것을 같이 고민해 줄 때 기능도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