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이 어찌 저 육지에만 있겠는가
[제주바다의 해양 생태보고서]4. 바다의 사막화
10년전 문섬·범섬 해조류 군락 생태 보고
수온상승·백화현상 연근해 '사막화' 진행
바닷물 1도 오르면서 미역·모자반 전멸해
농경지와 같은 바다의 해조류지대.
바다의 식물 해조류지대는 연안의 발목이 잠기는 곳부터 시작된다. 해조류가 연안의 낮은 수심 대에 서식하는 이유는 땅 위의 식물과 마찬가지로 광합성작용을 하여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와 영양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빛을 충분히 받아들이기 위해 얕은 수심의 조건을 갖는다.
산중의 숲과 같은 해중림은 각종 어패류 등의 서식처로서 산란장이며 약육강식이 엄밀히 작용하는 수중세계에 작은 생물들이 은신할 수 있는 안전한 생육장이 되어준다. 또한 초식성 어류와 소라?전복?해삼?성게 등의 연체동물이나 극피동물들에게 해조류는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먹잇감이 되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김·미역·다시마 등은 누구나 식용했을 정도로 해조류는 흔히 식품으로 가장 많이 쓰이며, 그 외에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의 원료와 비료?에너지 등 다방면으로 해조류산업의 비중이 늘려지는 인간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수온상승의 여파로 사라져 가는 해조류.
10년 전만 하더라도 연안의 해저는 감태·미역·톳 등이 큰 군락을 이루고 암반마다 빼곡하게 덥혀있었다. 수중생태의 보고로 잘 알려진 문섬, 범섬의 낮은 수심에는 감태·미역·모자반이 밀림 같은 해중림을 이룬다. 수중에서 해중림을 만나면 더 이상 유영하여 갈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숲이 앞을 가렸고, 10m가 넘게 자라기도 하는 모자반군락은 수심이 모자라 수면에 몸체를 눕히고 배가 접근할 수 없게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섬들의 해중림이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었는데 해조류가 가장 왕성하게 자랐을 시기인 금년 봄철의 경우 미역과 모자반은 겨우 몇 가닥만이 생존하여 그 수를 쉽게 세어볼 정도였다. 감태는 변함없이 많은 개체를 유지했고 어린 유생들이 쉽게 관찰될 만큼 번식 또한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해안에서 외해 쪽으로 약 1km정도 동떨어진 문섬과 범섬은 오폐수유입 영향을 그나마 덜 받는 곳이다. 그런데 왜? 해중림을 이뤘던 모자반과 미역이 전멸하다시피 했을까. 그것은 바로 지속적인 수온상승이 초래한 결과였다. 해조류는 찬 수온에 성장한다. 그런 까닭에 연중 최저수온에서 가장 왕성하게 자라며 수온상승이 시작되는 봄철에 녹아서 1년의 수명을 다하게 된다. 감태 등과 같은 다년생 해조류는 고수온에도 적응능력이 뛰어나 2~3년 이상을 생장한다. 제주바다는 열대성, 아열대성이어서 미역 등 보다 더 낮은 수온에 서식조건을 갖는 다시마 같은 해조류는 없다.
1도의 수온변화가 주는 위력.
제주바다 수온은 최근 40년간 1.2~1.6도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지만, 필자가 가장 많은 횟수로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문섬과 범섬을 스쿠버장비로 계측한 결과 15년 전에 최저수온 평균 14도, 최근 몇 년간은 15도를 기록했다. 그러니까 1도 상승한 결과가 미역과 모자반을 섬에서 전멸시키고 있는 것이다. 해안선과 가깝게 인접한 연안의 경우 민물유입과 바다 속에서 솟아나는 용천수의 영향으로 섬보다 약 0.5도 더 낮은 편이다. 그래서 미역과 모자반 등의 개체수가 섬보다는 양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연안 역시 수온상승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고, 그나마 가속되는 백화현상으로 해조류의 서식조건은 갈수록 최악을 맞이하고 있다.
연근해가 사막화되는 백화현상.
석회조류가 달라붙어 암반이 하얗게 변하는 연안의 백화현상은 암반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바다식물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백화현상은 그 범위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연안의 저층 해조류지대가 사막화되어가고 있다. 한국의 연근해에 백화현상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70년대 말 동해안이었는데 이후 발생 빈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지금은 전국해안으로 확산되었고 제주바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가까운 일본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원인은 일반적으로 전 세계적인 이상기온과 수온상승, 인공구조물에 의한 조류소통방해, 육상의 오염물질유입 등 지구환경오염과 관련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필자가 주로 관찰한 문섬 범섬의 미역과 모자반이 전멸상태에 이르렀다는 예를 들었지만 섬들은 아직 백화현상에 물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섬의 해중림이 사라지는 원인을 지속적인 수온상승의 결과로 본다. 따라서 백화현상만으로 해조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수온상승만으로도 일부 해조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주인의식으로 진지한 관심 모아야" |
| 해양 환경문제 대비책 대두 해양식물의 서식처 연안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문제와 대비책이 연일 대두되는 가운데 당장 생업이 걸린 해녀나 어업인에게 나타나는 피해가 계속되면서 생태계복원사업으로 바다식목일도 지정하고, 바다목장, 바다 숲 조성사업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암반에 뿌리를 내려야하는 해조류 특성상 연안의 모래지형에 인공어초를 투하하고 해조류이식사업도 병행한다.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수중생물의 서식조건이 워낙 까다롭고 복잡하여 인간의 능력으로 바다에 관여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구가 늘어날수록 환경문제는 결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쓰던 모든 물질은 최종단계에서 결국 바다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후변화가 발목을 잡는다. 자연이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다. 애당초 건들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최소화방안이 관건일 것이다. 바다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 모두가 주인의식으로 진지하게 관심을 모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