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규제·자발적 참여…명품도시 밑거름

[창의와 도전의 더 큰 제주 명품도시가 미래 경쟁력이다]4.헤이리예술마을

2015-06-01     김용현 기자

 

▲ 헤이리예술마을은 기존 도시개발사업과 달리 친환경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루는데 설계의 중심이 됐다. 사진은 하천과 산지능선을 따라 최대한 자연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헤이리 예술마을로 마을 구성원들이 건축물과 경관관리에 신경을 쓰는 노력이 보인다. 김용현 기자

380여명 문화예술인 주도로 '황무지 예술마을' 조성
예술·자연·공동체 어우러진 도시개발 모델로 평가
마을 정체성 지키려는 구성원 불편·손해 감수 '눈길'

헤이리예술마을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 자리하고 있다. 이 마을은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이 주도한 것과 달리 미술인, 음악가, 출판인, 화가, 도예가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스스로 일군 특성화 마을이다. 헤이리마을은 예술인들이 모인 마을이란 개념을 넘어 도시와 건축, 자연과 공동체가 어우러진 도시개발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창작 판매 기능 갖춘 문화도시

헤이리마을은 다양한 문화예술의 생산·전시·판매·거주 기능을 모두 어우르는 개념의 공동체 마을이자 작은 문화도시이라 할 수 있으며, 예술마을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헤이리마을이 들어선 탄현면 통일동산 일대는 통일전망대 등 휴전선과 최전방에 위치한 황무지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중인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1998년 창립총회를 열고 38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해 헤이리예술마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후 2001년 통일동산 인근 49만5868㎡부지에 헤이리마을 조성사업이 첫삽을 뜬 후 1단계 사업이 완료됐다.

현재 갤러리, 박물관, 전시관, 공연장, 소극장, 카페, 서점, 게스트하우스, 아트숍 등 200여채의 건물이 들어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및 주거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헤이리는 예술마을이지만 주거를 비롯해 문화비지니스 중심의 도시적 형태로 계획되었고, 더 나가 임진강과 서울 등을 잇는 생태문화벨트 구축사업에도 동참하고 있다. 

특히 최전방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남북 문화교류의 중심도시로 역할이 기대되고 있으며, 2009년 경기도 최초로 문화지구로 지정됐으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자연과 예술 조화로운 도시개발

기존 도시의 택지나 상업지구 개발방식은 최대한 건축조성 부지를 최대한 확보하면서 자동차 통행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바둑판'식으로 조성돼 왔다.

헤이리예술마을은 기존 도시개발사업과 달리 친환경적인 생태를 유지하고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루는데 설계의 중심이 됐으며, 하천과 산지능선을 따라 최대한 자연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해이리는 '통일동산'이라는 지명처럼 계곡과 능선 등 지형을 살린 완만한 곡선형태로 구획을 나누고 자동차 속도를 최대한 줄이는 대신 보행자에게 안전과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길과 동선을 만들었다.

도로포장 역시 직선이 아닌 지형의 곡선에 따라 조성됐으며, 아스콘포장 대신 노면포장이 필요한 구간은 친환경적 소재의 블록이나 목재 등으로 제한됐다.

특히 마을 중앙을 가로지르는 하천과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건축공간을 배치했고, 5개의 다리 역시 현상공모를 통해 설계를 결정해 예술적 가치를 최대한 높였다.

헤이리마을 전체가 건축물 전시장으로 불릴 정도로 개성과 예술성을 갖춘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섰다.

헤이리마을에 건물을 신축하려면 엄격한 지침을 따라야 한다. 우선 자연지형 및 주변건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볼륨과 높이(12m, 2층 이하), 간판, 외형자재 등에 있어 규제를 두고 있다.

또 건물과 건물사이에 울타리를 만들어서는 안되고 대신 나무를 심거나 정원을 만들어 녹지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공원과 광장 등 공유면적도 45% 이상으로 규정됐다.

특히 예술마을이라는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상업시설이 난립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건물의 60%를 문화예술공간으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워크숍을 열어 마을내 건축물들이 설계지침대로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등 건축물과 경관 관리에도 항상 신경을 쓰고 있다.

△정체성 지키기 위해 구성원 자발적 참여

헤이리예술마을이 성공적인 도시개발모델로 꼽히는 이유중 하나가 구성원들이 자발적 참여와 의지다.

38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이 낸 회비로 사무국을 운영하면서 헤이리의 도시적 가치를 높이는 사업과 활동을 하고 있다.

예술인들이 능력을 발휘해 월별과 계절별로 다양한 이벤트와 축제를 열어 관광객과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다. 또한 일년내내 전시회과 공연 등을 펼치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해 예술도시로의 발전하고 있다.

또한 회원 스스로가 헤이리마을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엄격한 규제와 제한에 따른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헤이리마을의 외형적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내실을 더욱 다지기 위해 문화예술인으로서 자질 등 까다로운 평가와 심사를 통과해야 입주할 수 있다.

특히 패스트푸드나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등의 상업시설의 난립을 억제하고, 마을구성원들이 정체성을 지키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스스로가 힘을 모으고 있다.

한상구 사단법인 헤이리 문화예술위원장

"문화예술인의 마을이라는 특성과 정체성을 최대한 살리며 자연생태계를 보호하는 환경도시로도 인정을 받고 있으며, 결실을 맺기위해 주민들간 공감대 형성과 양보가 필요했다"  

한상구 사단법인 헤이리(예술마을 헤이리) 문화예술위원장은 "헤이리마을은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자발적인 결단과 행동으로 만들어졌고, 엄연한 문화예술테마도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헤이리는 예술인들이 창작과 삶에 있어서 최적화된 도시를 만들기 위한 기본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며 "특히 건물마다 개성과 예술성을 갖추도록 하는 동시에 예술공간을 60%이상 두도록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헤이리는 기존의 택지개발의 틀을 깨고 자연원형을 보존하면서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고려됐다"며 "특히 헤이리마을을 둘러싼 산지와 중앙을 가로지르는 하천 등 자연지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성됐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건물고도와 건폐율 제한 등으로 구성원들이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있지만 문화예술도시건설이라는 더 큰 이득을 위해 감수하고 있다"며 "구성원들이 예술·자연 그리고 삶의 가치를 높이는 도시를 만든다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이해하고 양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헤이리 예술마을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높이기 위해 회원들이 3.3㎡당 15만원씩 기금을 내고 그 자본으로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며 "사무국을 중심으로 건축과 조경을 관리하는 동시에 이벤트와 행사, 전시, 공연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헤이리가 유명해지고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문화예술마을·도시라는 정체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며 "이 때문에 엄격한 평가와 심사를 통해 신규회원을 가입시키는 동시에 상업시설 유입을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