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의 꽃
5 연산호
2015-06-10 김진수 제주해마스쿠버센터 대표강사
바닷속 연산호군락 200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
수심 10~40m 서식, 서귀포 문섬 일대 집중분포
근원지는 열대바다…일부 종 제주바다에 정착
무지갯빛 색감을 품다
제주바다는 꽃들이 만들어낸 동산이 무수히 산재해 있다. 꽃동산은 해수욕장에서 물안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수심대가 아닌 스쿠버다이빙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야 관찰할 수 있다. 스쿠버장비를 차려 입고 입수를 시작하면 발목이 잠기는 곳부터 바다의 식물 해조가 휘휘 늘어진 숲을 지나게 되고, 수심 10m를 넘어서면 온갖 빛깔을 화려하게 발산하는 산호층이 시작된다.
화려하고 섬세하게 꽃동산을 이룬 바다의 꽃들은 바로 연산호이다. 2004년 천연기념물 제442호로 지정된 '연산호군락'은 단순히 하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모여 집단을 이루고 있는 군락을 통틀어 말한다.
연산호의 생태적 특성
연산호는 크게 고르고니언산호류와 수지맨드라미류로 나눠진다. 해송·부채산호 등을 포함한 고르고니언 산호류는 군체 중심에 단단한 축이 있지만 수지맨드라미류는 물렁한 육질만으로 구성됐다. 육상의 맨드라미와 흡사해 바다의 꽃으로 불리는 수지맨드라미류의 연산호는 쉽게 생김새와 색깔에 따라 종류를 나눌 수 있다. 무척추의 연산호는 엄연한 동물성이며 유연한 줄기구조를 갖춘 몸체는 풍선에 바람을 넣으면 팽창하고 빠지면 오므라드는 등 크기변화가 심하다.
모든 산호가 그렇듯 연산호 역시 폴립을 가지고 있다. 산호는 폴립의 성질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색을 띤다. 폴립은 입과 같은 역할로 주위에 수많은 촉수를 지녔다.
암반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연산호는 조류에 떠밀려오는 동물성플랑크톤이 주 먹이원이다. 조류가 강할수록 플랑크톤이 많아져서 이때 한껏 몸체를 부풀리고 폴립을 최대한 열어 왕성하게 먹이사냥을 한다. 그러므로 반드시 조류소통이 원활해야 하는 서식조건을 갖는다.
연산호의 서식영역
연산호가 서식하는 수심은 대체로 10~40m이다. 군락이 가장 크고 다양한 연산호의 서식처는 단연 서귀포의 문섬이다. 제주바다의 연산호는 문섬을 중심으로 동서로 멀리 떨어질수록 개체수가 적어져서 정반대편의 제주시 쪽과 남해는 드물게 관찰될 정도지만 온난화 여파로 늘어나는 추세다.
개체수가 가장 많은 연산호는 분홍빛을 발산하는 '분홍바다맨드라미'와 빨간색상의 '큰수지맨드라미'이다. 큰수지맨드라미의 경우 낮은 수심의 해조류층까지 올라와 번식을 늘리고 있으며, 가시수지맨드라미를 포함하여 제주시 바다와 남해까지 서식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 뒤를 따라가는 종이 분홍바다맨드라미이다.
제주바다는 색깔이 화려한 연산호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적도의 열대바다 대부분을 차지한 경산호는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열대바다에 연산호는 드물다. 경산호는 연중 수온이 20도 이상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연산호는 물렁하고 꽃처럼 색깔이 매우 다양한 반면, 경산호는 석회질로 이뤄져 딱딱하고 색이 단조롭다. 제주바다는 낮은 수심부터 해조류층이고 그 아래가 산호층이지만, 열대바다에는 해조류가 없고 해안에서 깊은 수심까지 경산호일색이다. 연산호와 경산호는 이렇듯 생태적 서식조건이 서로 상반된다. 이렇게 비교해보는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산호가 적도 부근에 집중돼 있고 경산호이기 때문이다.
소수지만 열대해역에도 연산호가 있다. 애당초 연산호의 근원지는 사실상 열대바다였다. 다만 고수온에 서식조건이 맞지 않는 일부의 종이 아주 오래전 해류를 타고 회유하다가 서식조건이 가장 알맞은 제주바다에 정착하고 종족번식의 본능을 발휘해 지금에 이르렀을 것이다. 김진수 제주해마스쿠버센터 대표강사
연산호 수난시대 어부 낚싯줄에 '상처' 홍보·보전의식 필요
서귀포 앞바다의 섶섬, 문섬, 범섬일대가 2002년 유네스코 바다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당시 연산호는 생태적으로 그 중심점이 됐다. 또 연산호군락이 200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실과 2000년 문섬, 범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때 중추적인 역할이 됐다. 이렇듯 연산호군락은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세계적인 희귀생물로서의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연안의 연산호는 그 군락지 주변의 인간 활동과 기후변화로 끊이지 않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어부들의 그물이 수중바닥까지 내려지면서 연산호 등의 연약한 몸체를 건드려 상처내고 뜯겨지는 현상이 다반사다. 끊어져 있는 낚싯줄은 굴비가 줄에 엮여진 것처럼 수많은 산호 등을 휘감아 파도와 조류에 몸체가 흐늘거릴 때 줄이 팽창해지면서 상처를 낸다.
바다 속이 보이지 않는다고 외면당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똑같은 보호구역인 한라산에서 마구 사냥을 하고 식생들이 짓밟힌다면 용납이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