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풍부한 해양환경 속 그들의 삶

[제주바다의 해양생태보고서] 8.물고기

2015-07-29     김진수 제주해마스쿠버센터 대표 강사
▲ 제주바다는 국내 물고기 1100종 중 60%가 서식하는 만큼 '어류의 보고'로 불린다. 사진은 주걱치떼로, 문고기들이 연산호절벽 밑의 빈 공간을 채우고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인다.
다양한 어류 원거리 이동 해류 의존
국내1100종 중 60% 제주연안 서식
온난화 현상으로 열대어 출현 가능
 
누구나 바다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해저관광 잠수함이나 수중탐사를 즐기는 다이버들에게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단연 물고기들이다. 세계적인 연산호군락지로 잘 알려진 아름다운 제주바다 속에는 어떤 물고기가 살고 있을까. 
 
남해 먼 바다에 속한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여 따듯한 지리적 특성을 띤다. 제주바다는 적도부근에서 발생한 쿠로시오해류의 지류인 대마난류의 길목에 위치하였다. 모든 수중생물은 제아무리 수영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국경을 넘나들 정도의 원거리 이동은 순전히 해류에 의존한다. 
 
제주해역으로 올라오는 강력한 난류는 열대해역의 수많은 알과 치어를 올려 보내고, 고래와 같은 포유류 등과 크고 작은 다양한 어류들이 제주바다를 경유하면서 정착하거나 또는 먼 바다로 회유를 떠나기도 한다. 그런 난류의 영향으로 제주바다는 계절에 따라 종을 달리하는 다양한 미기록종과 특산종이 지속적으로 출몰하고, 더불어 어류를 비롯한 여러 수중생물들이 기회적으로 끊임없이 도전을 한다. 수온이 낮아지는 겨울철에는 남해에 서식하던 온대성 어종들까지 내려와 제주바다는 온대, 열대, 아열대성 어종이 고루 섞여 서식함으로서 매우 독특하고 풍부한 해양환경을 구축한다.
 
▲ 고래상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물고기이며 멸종위기종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전체 약 1100종이다. 그중 60%에 달하는 종이 제주연안에 서식하면서 제주해역이 우리바다 어류의 보고임을 나타내고 있다. 제주연안에 출현빈도가 높은 분류군은 농어목, 쏨뱅이목, 복어목으로 이들 3개목이 전체의 73%에 달하며, 종별로 개체수가 가장 많은 물고기는 자리돔과 놀래기종류이다.
 
물고기들은 대체로 수온상승이 시작되는 5월부터 활동이 활발해진다. 어리거나 작은 물고기일수록 해중림과 산호군락지에서 떼를 지어 본능적으로 은신하고 약육강식의 세계 속에서 살아나간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방어 같은 어류는 온종일 헤엄을 치면서 작은 물고기를 대상으로 사냥을 다닌다. 자바리, 돌돔 등과 같이 육식을 주로 하는 사나운 어종은 천적이 거의 없을 같은데도 주로 암반 틈새의 굴속에 은신하고 사냥하는 시간만 잠깐씩 주위영역을 돌아다닐 뿐이다. 
 
회유중인 포유류나 초대형 어류들이 갑자기 제주바다에 모습을 나타내 화제가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잠수도중 드물게 이들을 조우하기도 하지만 잠깐 사이에 사라져 여유롭게 관찰하지 못한다. 주로 정치망에 걸려든 모습을 보아왔는데 대상은 돌고래가 가장 흔했고, 거북, 개복치, 가오리, 고래상어 등이다. 정치망은 해안선과 가깝게 설치되어 있어 이들이 회유도중 낮은 수심으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오는 것인지, 먹이활동을 위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연안의 낮은 수심대가 회유경로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현상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쳐 매년 수온이 올라가고 있다. 제주바다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40여년 사이에 수온이 1.7도 상승했고 해양어류도 주걱치, 청줄청소놀래기, 청줄돔 같은 열대어종의 군집크기가 두드러지게 커지고 흰꼬리자리돔, 두줄복기망둑 등의 새로운 열대어종이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있다. 
 
자리돔 등과 같은 제주의 토착어종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일부가 제주바다를 떠나 해류를 따라서 독도해역에까지 올라가 정착하였다. 열대바다에 흔하고 제주바다에도 기존보다 개체수가 크게 늘어난 쏠배감펭이 수년 전 강원도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렇듯 수온상승의 효과는 적도의 열대바다를 중심으로 수중생물들이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는 추세에 놓인 것이다.
 
해저의 복잡한 암반지형에 충돌한 조류가 강한 물살을 일으켜 플랑크톤이 쏟아지듯 흘러 나가면 시커먼 벵어돔 떼가 몰려들어 연신 입을 끔벅거리며 포식을 한다. 그 뒤에 자리돔과 도화돔 떼가 휘황하게 펼쳐진 연산호절벽을 온통 뒤덮고 산호군락의 일부인양 위장한다. 해저 면에는 예쁜 나비고기와 깃대돔, 세동가리돔이 산호 사이를 기웃거리며 부지런히 먹잇감을 찾아다닌다. 큰 암반의 그늘진 곳은 주걱치들이 바위와 한 몸인 것처럼 뭉쳐서 꼼짝하지 않는다. 말미잘과 공생하는 니모, 흰동가리커플이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까지 정녕 제주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다금바리만큼 귀해지나

개체수 계속 감소하는 자리돔

수경을 쓰고 제주바다 어디라도 들여다보면 자리돔 떼가 시야에 들어온다. 제주바다에 자리처럼 흔한 물고기가 또 있을까. 자리돔은 해조 숲이나 산호군락이 잘 발달된 큰 암반이나 절벽지형을 의지하여 크게 무리를 짓고 살아간다. 천적인 방어 떼에게 공격을 받으면 그 많은 무리들이 한순간 모두 절벽에 밀착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자리돔은 전략상 암반지형에서 결코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 조류의 흐름이 멈춘 시각에 오리발을 차고 있으면 어느새 자리돔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따라온다. 발차기하는 작은 물결에도 플랑크톤의 움직임이 보여 먹이활동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 많던 자리들의 군집이 줄어들고 있다. 하물며 단골로 자리돔 떼를 볼 수 있는 장소조차 그 수를 세어볼 만큼이나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어찌 보면 눈에 보이는 군집의 크기가 매년 절반씩 줄어들고 있다는 체감이다. 원인은 어획이다. 특히 5월~7월의 산란기에 자리돔 맛이 가장 좋은 시기여서 이때의 집중적인 포획이 문제인 것이다.

어민들 스스로도 매년 두드러지는 어획량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더구나 수온상승으로 남해나 동해로 떠나가는 자리돔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대로라면 향후 자리돔이 다금바리만큼이나 귀한 대접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딱히 자리돔의 문제만이 아니다.